4-5. 보고서는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사실은 길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라는 회사의 보고서를 다시 펼친다.
지금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출발의 첫 단추다.
지금의 좌표를 확인하는 순간,
커리어 설계는 시작된다.
지금,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비전은 내가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이자
그곳으로 향하는 방향성이다.
따라서 지도만으로는 소용없다.
출발하려면 먼저 좌표를 찍어야 한다.
지금 나의 상태를 아는 일, 그게 출발의 시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 단계를 건너뛴다.
자기 상태를 대충 ‘괜찮다’고 넘긴다.
그래서 변화의 순간이 와도
준비가 안 된 채 당황한다.
많은 사람들은 회사에서는 철저히 전략적 사고를 하면서,
자기 삶에는 감각과 충동에만 맡긴다.
매년 KPI(핵심성과지표, 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세우고,
전략회의를 하고 내년 목표를 갱신한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시장도 분석하고, 새 전략도 세운다.
그러나 정작 자기 인생에는 경영철학도, KPI도, 전략도 없다.
조금 직설적으로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당신이 회사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CEO라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숫자와 지표로 진단하고,
현재 위치 좌표와 가야 할 곳을 명확히 찍을 것이다.
그렇다.
이제 필요한 것은 나의 상태를 파악하는 길이다.
나는 내 인생의 현재 모습을 이렇게 진단한다.
이것은 자기비판이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보기 위한 기록이다.
역량 : 내가 잘하는 것과,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
자산 : 시간, 돈, 네트워크, 경험
제약 : 건강, 가족사, 조직 구조 같은 외부 조건
관계 :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 반대로 나를 소모시키는 관계
리듬 : 하루의 에너지 흐름, 일상의 사이클
가치 : 끝까지 놓을 수 없는 원칙, 양보 가능한 것들
여섯 가지 항목(6요소)은 뜬금없이 나온 것이 아니다.
모두 기업 전략·경영학에서 차용한 개념들이다.
즉흥적 자가진단이 아니라,
전략적 자기 점검표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그 언어를 빌려와 개인 버전으로 변환했다.
역량(Capability) : 기업 전략의 핵심역량(Core Competence) 개념 → 개인의 ‘강점 인벤토리’
자산(Asset) : 경영학의 자원기반관점(Resource-based View) → 재무·시간·네트워크·경험 포함
제약(Constraint) : 골드랫의 제약이론(Theory of Constraints) → 건강, 가족, 제도 등 한계 조건
관계(Relationship) : 사회학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Theory), 그리고 이해관계자 매핑 → 누가 나를 지지/소모하는가
리듬(Rhythm) : 기업 운영에서 쓰이는 Operating Rhythm 개념 → 하루·주간·월간 루틴과 에너지 흐름
가치(Value) : Mission·Vision·Core Value 중 ‘Core Value’ → 삶의 원칙과 양보 불가 기준
기업이 성장을 위해 전략을 세우듯,
나도 내 인생을 경영한다.
한번 스스로 정리해 보기를 바란다.
목적은 단순하다.
지금의 나를 낱낱이 드러내고, 깊게 바라보는 일.
당신이라면 여섯 가지 항목에 무엇을 채울 수 있겠는가?
여섯 가지 요소는 나 자신을 안쪽에서 세밀하게 분석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사람은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자신을 넘어 외부와 연결해야 진짜 분석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진단을 다시 SWOT으로 확장하고 요약한다.
SWOT은 기업 전략의 기본 분석 도구다.
강점(Strength) · 약점(Weakness) · 기회(Opportunity) · 위협(Threat)
네 가지로 나누어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본다.
내부를 보면 내가 가진 강점과 약점이 보이고,
외부를 보면 시대나 환경이 주는 기회와 위협이 드러난다.
앞서의 6요소(역량·자산·제약·관계·리듬·가치)를 바탕으로 표를 만든다.
목적은 내부·외부를 객관적으로 정리해
실행 가능한 전략과 우선순위를 도출하는 것.
SWOT은 거울이자 지도다.
거울은 지금의 나를 비추고,
지도는 잃어버린 방향을 보여준다.
이 두 가지를 함께 볼 때 비로소,
나는 ‘현재’를 객관적으로 본다.
강점 : 잘하는 것, 경험, 네트워크, 메타스킬, 전문적 기술 역량
약점 : 체력, 불안, 고립, 자본
기회 : 1인 기업 시대, AI, 변화의 속도
위협 : 시장의 급변, 나이, 자원의 부족, 저성장
SWOT은 내 삶의 스냅샷,
지금 이 순간의 자화상이다.
내부와 외부를 한눈에 펼쳐놓으면,
비전과 현재 사이의 간격이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단순 보고서다.
당신은 보고서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다.
중요한 건 ‘이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다.
4-4 <비전, 커리어 설계의 나침반>에서 비전을 그렸다.
그리고 6요소로 내면분석을 한 후, SWOT으로 나의 상태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 보고서를 보면 갭(Gap)이 보인다. 이 갭은 내가 가야 할 길이다.
갭이 크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처음엔 나도 멍해졌다.
‘이걸 언제 다 메우지?’
그러다 매일 한 걸음만 줄이자고 마음을 바꾸자
발걸음이 비교적 가벼워졌다.
CEO는 갭 앞에 주저앉지 않는다.
갭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낸다.
가이드라인은 명확하다.
강점은 더 키우고, 약점은 가볍게 보완하라.
기회는 붙잡고, 위협에는 대비하라.
그럼 자신의 현재 → 개선안 → 전략이 도출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협을 기회로,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는지도 점검하라.
의외로 위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기회가 되기도,
약점이 강점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사고를 완전히 뒤집어보는 훈련과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본질을 모르는 어설픈 조언을
그냥 믿지 마라.
오히려 심각한 위기 속에서 기회가 나오기도 한다.
지금 가진 것을 기반으로
무엇을 먼저 할지, 어디에 집중할지를 결정하라.
CEO는 모든 기회를 잡지 않는다.
좋은 기회보다, 맞는 기회를 고른다.
내 인생의 CEO 역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의 본질은, 무엇을 얻는가 보다,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달려 있다.
나는 이렇게 다섯 가지 필터를 만든다.
가치에 맞는가
장기 비전에 기여하는가
현재 자원으로 가능한가
관계적 시너지가 있는가
내 리듬에 맞는가
비전은 지도이고, 진단은 좌표다.
좌표가 찍히는 순간, CEO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5년 뒤, 10년 뒤
나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그때 나는 어떤 문제를 풀고,
어떤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 소개될까?
내 이름이 남는 방식은 결국
지금 내가 쓰는 보고서에 달려 있다.
현재를 분석하고(6요소·SWOT),
시간과 에너지를 점검하고,
함께할 사람을 정하고,
어디에 선택과 집중을 할지 —
오직 당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한 번뿐인 인생,
나 자신의 CEO로 살아야 한다.
꿈을 크게 꾸라는 게 아니다.
최소한, 나의 길만큼은 내가 정하자.
회사는, CEO가 회사를 말아먹으면 퇴출된다.
그러나 내 인생 CEO는 교체할 수 없다.
지금, 당신이라는 회사의 책상 위에 보고서가 놓여 있다.
당신은 곰곰이 내용들을 파악한다.
인생이라는 항해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해야 한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선택할 것인가?
승인 버튼을 누를지는 오로지 당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그 순간, 당신은 더 이상 직장인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회사의 CEO가 된다.
그리고 그 보고서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당신의 서명이 남을 것이다.
✅ 참고 문헌 및 인용
Prahalad, C. K., & Hamel, G. (1990). The Core Competence of the Corporation. Harvard Business Review. – 핵심역량(Core Competence) 개념 제시, 기업 경쟁력의 근간 설명.
Barney, J. (1991). Firm Resources and Sustained Competitive Advantage. Journal of Management. – 자원기반관점(Resource-based View, RBV) 정립, 내부 자원의 중요성 강조.
Goldratt, E. M. (1990). Theory of Constraints. North River Press. – 제약이론(TOC) 제시, 병목이 전체 성과를 결정한다는 원리.
Bourdieu, P. (1986). The Forms of Capital. In Handbook of Theory and Research for the Sociology of Education. Greenwood. –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개념 정립, 관계와 네트워크 자원의 의미.
Bryson, J. M. (2018). Strategic Planning for Public and Nonprofit Organizations. Wiley. – 전략 기획과 운영 리듬(Operating Rhythm) 설계 논의.
Collins, J., & Porras, J. I. (1996). Building Your Company’s Vision. Harvard Business Review. – 비전·미션·핵심가치(Core Value) 프레임워크 정리.
Learned, E. P., Christensen, C. R., Andrews, K. R., & Guth, W. D. (1965). Business Policy: Text and Cases. Richard D. Irwin. – 최초의 SWOT 분석 체계 정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