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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커리어 설계의 나침반

4-4. 꿈은 감정, 비전은 전략의 언어

by 일이사구

“여러분, 장래희망이 뭔가요?”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이렇게 물었던 기억이 있다.

대통령, 의사, 경찰, 훌륭한 사람, 아빠, 엄마…

아이들은 다양한 희망을 말했다.


하지만 “회사원”이라고 말한 친구는 없었다.

순수했던 시절이었다.


지금의 나처럼 세상살이에 찌든 어른이 된 뒤 돌아보면,

그 시절의 대답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어른이 되어 비슷한 질문을 던지면, 돌아오는 대답은 이렇게 바뀐다.


“정년까지 다니고 싶어요.”

“돈이죠. 돈.”

“경제적 자유를 얻어 세계 여행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바닷가에 카페 차리고 여유롭게 살고 싶어요.”


마치 모두가 어린 시절 자신이 했던 말을 잊어버린 듯 보였다.

왜 그럴까. 대충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너무나 막연한 바람, 나조차 모르는 나 자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답답함.


장래희망은 더 이상 현실의 언어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직장생활을 통해 배운 지식과 방법론,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더 이상 일의 도구로만 쓰지 않기로 했다.


이번엔 ‘나 자신을 분석하고 설계하는 실험’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꿈은 공상일 수 있지만, 비전은 설계가 가능하다는 것.


꿈과 비전, 출발점이 다르다

꿈은 희망이고, 감정의 언어다.

우리를 설레게 하지만 막연하다.


비전은 전략의 언어다.

좌표처럼 방향을 제시하고, 매일의 선택을 이끄는 기준이 된다.


꿈은 바람·소망·욕망에서 출발한다.

비전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현실의 분석에서 출발한다.


꿈은 “언젠가”라는 모호한 시간 위에 놓여 있다.

비전은 5년 뒤, 10년 뒤라는 구체적 기한을 전제로 한다.


꿈은 바람일 뿐이지만,

비전은 목표, 전략 그리고 마일스톤(중간 목표, Milestone)으로 뒷받침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한다.

무엇인가가 되고 싶다면,

꿈보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더 나아가 비전을 설계해야 한다.


목표는 도착지점이지만, 비전은 여정을 이끄는 별이다.


비전은 곧 TO-BE,

내가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이자 그곳으로 향하는 방향성이다.


즉,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내가 도달하고 싶은 미래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그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뜻한다.


꿈에 치우친 담론의 한계

많은 자기계발 담론은 여전히 꿈에 치우쳐 있다.


“매일 꿈을 되새기면 현실이 된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물론 일시적인 자극은 줄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은 유한하다.

의지는 금세 소진된다.


지속성을 만드는 건 의지가 아니라

방향성 있는 비전이다.


나는 막연한 꿈은 믿지 않는다.

다만 비전은 삶을 이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만의 비전을 세우자

비전은 실현 가능한 큰 그림이어야 한다.

로또에 기대는 게 아니라,

10년 뒤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그려내야 한다.


그 모습은 구체적일수록 손에 잡힌다.


6하 원칙으로 점검해 보라.

(주체 ‘누구’는 생략 가능하다. 그것은 곧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룰 것인가

어디서 활동할 것인가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가

왜 그 길을 가야 하는가


‘왜’는 출발점을 만들고,

나머지는 방향성을 구체화한다.


비전은 이렇게 시간·공간·방법·성과·가치가 선명해야 한다.


그때 비전은 허상이 아니라 지도이고,

매일의 선택을 이끄는 나침반이 된다.


그리고 비전은 바로 당신만 세울 수 있다.

당신이 바로 자신의 선장이기 때문이다.


전략 : 비전을 현실로 바꾸는 길 찾기

비전을 세웠다면 이제 질문은 바뀐다.

“그 비전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이것이 바로 전략이다.


비전이 방향이라면, 전략은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한 노선도다.


무엇을 먼저 시작할 것인지,

어떤 자원을 집중할 것인지,

어떤 제약을 감수할 것인지


마치 수많은 갈림길 중,

어느 길을 먼저 택할지 결정하는 순간과 같다.


회사의 전략기획이 미래를 그리듯,

개인도 자기 삶의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비전과 전략을 세우는 원리는,

사업이든 인생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어떤 길을 선택할 때,

회사에서는 결재권자의 검토와 최종 답이 필요하지만,

내 인생은 내가 묻고 내가 답한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분할 정복과 역순 설계

전략이 큰 그림이라면,

분할 정복(Divide and Conquer)은 그 그림을 쪼개 실행하는 방법이다.


10년 뒤의 그림에서 5년 뒤의 목표를,

5년 뒤의 그림에서 1년 뒤의 계획을,

1년 뒤의 계획에서 이번 달의 할 일을 도출한다.


큰 산도 한 걸음씩 오를 때 정상에 닿듯,

작은 해법이 쌓여 전체 그림이 완성된다.


핵심은, 큰 문제를 내가 풀 수 있는 작은 문제로 바꾸는 것이다.


그 과정을 반복할 때,

비전은 허상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경로가 된다.


기록은 나중이고, 행동은 지금이다.


이 말은 바로 그 과정을 압축해 보여준다.


비전은 지도, 나침반은 오늘의 선택

비전은 멀리 보는 지도다.

나침반은 오늘의 선택을 이끄는 기준이다.


지도 없는 항해는 방향을 잃고,

나침반 없는 지도는 단순한 그림에 불과하다.


멀리 보는 눈과,

오늘의 선택이 연결될 때

비전은 매일을 이끄는 항로가 된다.


결국 길은 거대한 도약이 아니라,

오늘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삶은 주어진 것이지만,

그 의미와 방향은 내가 정한다.


당신은 지금, 어떤 길 위에 있나요?


오늘이 바로,

당신의 새로운 나침반을 업데이트해야 할 순간이다.





✅ 참고 문헌 및 인용

Mintzberg, H. (1994). The Rise and Fall of Strategic Planning. Free Press. – 전략과 기획의 구분, 조직 맥락에서의 전략적 사고 설명.

Covey, S. R. (1989). 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 Free Press. – ‘끝을 떠올리며 시작하라 (Begin with the End in Mind)’ 개념.

Ehrenreich, B. (2009). Smile or Die: How Positive Thinking Fooled America and the World. – 긍정주의·자기계발 담론이 개인 책임으로 귀결되는 구조 비판.

Cormen, T. H., Leiserson, C. E., Rivest, R. L., & Stein, C. (1990, 이후 개정판). Introduction to Algorithms. MIT Press. – 분할 정복(Divide and Conquer) 알고리즘 개념 소개.

Ibarra, H. (2003). Working Identity: Unconventional Strategies for Reinventing Your Career.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 직함이 아닌 행위 중심의 커리어 정체성 전환 논의.

Doran, G. T. (1981). There’s a S.M.A.R.T. Way to Write Management’s Goals and Objectives. Management Review. – SMART 목표(구체적·측정 가능·달성 가능·관련성·기한성) 개념의 출처.

Drucker, P. F. (1999). Managing Oneself. Harvard Business Review. – 자기 경영(Self-Management)·강점 기반 경력 설계 개념의 근거.

Bridges, W. (2004). Transitions: Making Sense of Life’s Changes. Da Capo Press. – 전환기에서 자기 정체성과 비전 재구성 과정을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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