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서야 내 남자를 키운다.
뭐? 아들도 키우기 힘든데 남편까지 키우라고?
이쯤되면 남자의 '남'자도 보기 싫어진다. 게다가 남편은 성씨도 남씨다. 오마이갓
결혼 전 남편과 결혼해도 되는 건지 친정엄마는 그토록 싫어하던 무당집에 날 데리고 가셨다.엄마의 오죽했으면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나도 처음 가는 곳이라 긴장되긴 했으나 의외로 마음이 편해지긴 했다.
어린 무당 선생님은 남편을 잘 가르치면 된다고 하셨다. 가르치면 잘 따라 올것이니 가르치는게 싫으면 못산다고 하셨다. 그래서 처음에는 세모라고 말한 남편과 결혼해도 된다고 하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가르치는게 싫으면 못산다니..요 근래 철학관에서 들었던 90점 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나는 이 말을 부적처럼 삼고 살았으나 실천은 잘 되지 않았다. 나가서도 가르쳐야 되는데 들어와서도 가르쳐야 된다니..
그리고 나는 누구를 가르치는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4살에게도 가르칠려고 들면 반항할텐데 40살 넘은 남자에게 가르친다고 이게 먹힐것인가. 같은 성인인데 누굴 가르친다는 건 나도 불편한 일이었다. 협조요청이라고 하면 모를까.
그렇다면 철학관 선생님 말처럼 90점이니 잘한다고 궁디팡팡 해주면 100점 남편이 되는 것인가.
같이 산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이런 고민을 해야 된다니..
하긴 40년을 넘게 사셔도 엄마는 아빠를 버거워 했으니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려면 애초에 좋은 남자를 만나야 할 터.
하지만 이제는 안다. 좋은 남자라는 것도 허상이라는 것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인간의 선함을 지니고 지키고 있다면 좋은 사람이라 부른다. 다만 그 선함이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것은 이미 변질된 것이다.
어쨌든 가르치면 잘 따라오는 남자라 결혼해도 된다는 말을 믿고 결혼 했으니 잘만 가르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편을 가르친다는건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유튜브에서 본 좋은 내용이 있으면 남편에게 공유했다. 역시나 남편은 보지 않는다고 했다.
앞으로의 여생을 남편과 싸우지 않고 잘 지내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애초에 싸움이 없기 위해서는 나도 커야 됐고 이 남자도 커야 됐다.
그렇다면 이 남자를 키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것은 무엇일까.
칭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는가. 작은 칭찬이 긍정 행동을 하는데 분명 도움은 된다. 하지만 칭찬도 할거리가 있어야 할텐데 억지로 하는 칭찬은 와 닿지도 않을 뿐더러 왠지 이용하기 위해 칭찬한다는 심리적 부작용도 있다. 그래서 나도 진심없는 칭찬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 인간을 성장시키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정이다
그렇다.
남편에 대한 인정, 아내에 대한 인정, 아이들에 대한 인정..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곰곰히 생각해 봤다.
나는 과연 남편을 인정해 줬을까..
남편이 가장으로 애쓰며 버텨온 날들을 나는 인정해 줬던 걸까. 그리고 나도 아내로서 인정을 받고 살아 왔을까.
우리는 인정이라는 걸 배워본 적이 없어서 몰랐다. 서로를 인정하는 방법을.
나는 이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남자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인정이라는 것을.
모든 것에는 공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대학에 가기 위한 공부만을 했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인간에 대한 공부는 하지못했다. 학교에서 인간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짝이 없어 외로운 나는 솔로나 같이 살아도 괴로운 이혼숙려캠프같은 프로그램이 생겨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그 대안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나온 건지도 모르겠지만.
정부는 출산율을 높인다고 애만 낳으라고 할게 아니라 남녀가 서로를 진정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교육 수업을 만들어야 된다고 본다. 대학을 졸업하기 위한 필수 과목으로 말이다. 더 절실하게는 수능 필수 교과가 된다면 이혼율이 제로가 되지 않을까.
나는 요즘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교육을 유튜브에서 배우고 있다. 유튜브는 혁명이라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배우고 싶은 정보를 쉽게 볼수 있다. 부부싸움 이라고만 검색해도 관련 영상이 줄줄이 이어져 나온다.
나는 이 중에서 인간의 심리학과 연관지어 설명한 남자라는 존재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때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남자에 대해 무지했던 건지 새삼 알게 되었다.
댓글에는 "차라리 혼자 사는게 제일 속 편하고 낫다." 라는 글들이 있었지만 그런 그들도 혼자가 싫어서 보고 있었을 것이다.
알면 편할 것이고 모르면 힘들 것이다
내가 느낀 남자라는 존재에 대한 정의이다.
나는 편하게 살고 싶기에 남편을 사랑하기로 했다.
그 사랑이 남편에 대한 인정이였음을 하나씩 배워 나가고 있다.
인간은 서로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
우리가 어리석은 중생이라 그 사실을 망각한 것일뿐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