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있다. 반드시 어딘가에

by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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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교는 없지만 유일하게 아주 간절히 했던 기도가 있었다.


그건 바로 배우자 기도였다.


배우자 기도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들었었는데 종교가 있는 건 아니었다 보니

기도라는 게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나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에 방법을 따질 겨를도 없었다.

그 당시 내가 얼마나 간절했었는지 그 절절했던 마음이 아직도 느껴지기는 한다.

나이 들어서 부모님 집에 얹혀 사는 것도 그렇고 이렇게 영원히 늙어 죽을까봐

겁이 나기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도할 때 방법이랄 것은 없지만 항상 내 기도의 첫 번째는 책임감이었다.

책임감과 성실함.

그 뒤에는 뭘 빌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결혼하고 보니

너무 책임감만 있는 사람과 결혼하게 해준 건 아닌지

내 기도를 들어준 누군가에게 불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책임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사랑인지 나는 또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되었다.


이렇게 기도를 했다고 남편을 첫눈에 인연이라고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말도 잘 못하고 눈도 잘 못 마주치는 서른 넘은 남자를 처음 보고 호감을 느끼긴 쉽지 않았다.

여튼 내가 만나본 30대 남자 중 가장 독특해 보인

어쩌면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질문보다는 웃었던 시간이 많은 첫 만남이었다.


그렇게 반은 물음표를 머금고 헤어지고 나서 좋았던 건지 안 좋았던 건지 답을 알 수 없는 채 시간이 흘렀다. 보통 그렇게 헤어지고 나면 바로 연락이 오던지 문자가 오던지 할 텐데

속을 알 수 없는 이 남자는 마음에 든 건지 아닌지 의문점을 남긴 채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바쁘신가 봐요???”


어느 날 갑자기 날라 온 문자 한 통.

게다가 물음표는 세 개라니. 역시나 독특했다.

내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아서 바쁘냐고 물어본건가? 


항상 연락은 남자가 먼저 하는 거라고 생각 했던 나는

이 황당한 문자에 뭐라고 답해야 될지 몰랐다.

내가 도리어 물어 볼 수도 없을 판에.


이후에 알게 된 것이었지만 남편은 배를 타는 직업이라 한동안 나에게 연락을 못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 문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 사람은 나의 연락을 기다린 것이었구나.


근데 나는 어떻게 먼저 연락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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