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좋아하는 남편은 신혼 때는 같이 즐기면 되니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아이가 생기게 되자 다툼의 주된 이유가 되었다.
게다가 남편의 큰 장점이라면 장점인 일관적인 모습은 아이가 태어나도 변하지 않는 일관됨을 보여주었다.
내가 이 사람과 결혼을 해도 되겠다고 생각한 건 책임감 있는 모습 하나였는데
신은 정말 내가 원한 한 가지만 들어주셨구나.
갑자기 결혼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왔다.
내가 저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자꾸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나의 이런 불만은 첫째 아이의 예민함으로 더 증폭을 가했다.
결혼하지 말았어야 하는 데 다시 혼자이고 싶다는 마음속의 메아리가 계속 들려왔다.
나의 몸은 출산과 육아로 인해 망가져 있었고 덩치만 컸지 자궁근종으로 인한 생리 과다 출혈로
빈혈을 달고 하루하루를 그냥 버티고 있었다.
결혼이란게 도대체 무엇일까.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고 남편은 대출 빚과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말없이 하루하루 술로 지새우는 날이 반복되었다.
나는 화내기에 바빴었다.
남편의 태도에 아이의 울음과 짜증에..
내 감정을 내가 추스르지 못하니 부정적인 감정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남편은 그런 나의 태도에 더 극단적인 반응을 해왔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끝으로 밀어내기만 했다.
제주에 처음 왔을 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 곳.
남편은 직업상 근무지를 옮겨야 됐기에 나를 데리고 여기에 왔다.
이유는 하나.
함께 있기 위해서. 제주에서는 당분간 정착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일 끝나고 회식이 있으면 항상 나와 어린 아이를 데리고 같이 나갔다.
‘혼자 먹고 오면 될 걸 왜 불편하게 나를 데리고 다니는 거지?’
항상 말이 없는 남편의 의중을 내가 미처 알리 없었다.
지금에서야 남편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 했으니까.
나는 그렇게 나의 힘듬을 앞세워 남편에게 불만을 얘기했다.
혼자 묵묵히 술 먹는 남편의 모습도 싫고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는 남편이 싫고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는 남편이 미웠다.
나는 집 짓는다고 빌린 대출에 생활비를 벌려고 일을 해야 했고 애도 봐야되고 이 큰집도 치워야 되는데
남편은 집에 오면 술만 먹고 있으니 내 속은 터져나갔다.
만년부장이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출근하듯 내 마음에도 ‘이혼’이라는 단어를 품고 살게 됐다.
어차피 혼자서 다 해야 되는 거 그냥 혼자 사는 게 낫지.
그렇게 10년을 보내고 나니 정말로 이혼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술김에 남편은 바로 양쪽 집에 전화를 해서 이 사실을 알렸다.
이제는 정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