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찾아간 철학관에서 뜻밖의 대답을 듣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이내 다른 말로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내년에 재물이 들어오는 데 여자도 같이 들어올 수 있어.”
“네? 여자요?”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마음이 심란해서 왔는데 더 심란한 말을 듣고야 말았다.
“내년엔 둘이 같이 있어야 해.”
지금 집을 내놓긴 했지만 당장 팔릴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 답답한 상황이었다.
뭔가 마음을 풀러 갔다가 마음의 짐을 한 보따리 짊어진 기분이었다.
‘여자는 무슨 여자야.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
연락도 안되는 저 미련한 남자에게 여자라니 정말 피가 거꾸로 솟았다.
‘뭐지,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이런 기분은..’
갑자기 남편이 너무 보고 싶어지는 말도 안되는 감정이 올라왔다. 지금 내 옆의 남편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옆에 있는 것을 상상하자 깊은 질투심과 분노가 일어났다.
“남편이 이 정도면 90점이야. 그냥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보듬어줘.”
철학관 선생님의 마지막 말은 나오면서도 정말 말도 안된다며 투덜댔었다.
‘90점 이라니 정말 말도 안되는 것 같아. 주위의 다른 남편들을 보면서 괜찮은 남자들이 이렇게나 많았는지 자괴감이 들었었는데.’
생각해보면 나는 그렇게 다른 남편들과 비교하며 남편을 한없이 못난 남편으로 만들고 있었다. 분명 남편도 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을 텐데 내눈은 다른 남편의 좋은 면만 보고 남편의 부족한 면만 봤다.
여튼 마음이 복잡해졌다.
나는 그동안 남편을 사랑했던 걸까. 남편에게 고맙다고 했었던가.
지난 날의 나를 돌이켜보니 지금 남편이 떠난다면 너무 많은 후회를 할 것 같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후회인데 나는 내 감정에만 너무 충실했구나.
정말 이혼을 하더라도 내가 할 수있는 노력은 해봐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이 사람에 대해서 내가 할 만큼의 노력을 다 하고서도 답이 없다면 그때는 이혼을 해도 후회가 남지 않을 것이다.
남편을 사랑하기로 했다.
그 철학관 선생님의 말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남편에 대한 사랑을 다 표현해 보기로 결심했다.
생각해보면 남편은 항상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있었는데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에 항상 남편을 맞춰놓고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2주가 지나고 그 미련한 남자는 말도 없이 집에 왔다.
‘그래, 저 남자는 말도 없고 다정하지도 않지만 그의 발길은 항상 나와 아이들을 향해 있었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사랑을 지키기에 충분했다.
철학관 선생님의 말이 맞을수도 있고 틀릴수도 있겠지만 확실한것은 나에게 아직도 남편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이 남아있다는것이다. 그것을 알게 해준 것만으로도 나는 모든 답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이지 90점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