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궁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쿨한 이별

by 또는

클림트 作



나의 여성성을 찾아가는 여정에 남편 말고 또 다른 중요한 한가지가 있었다. 아니 제일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나의 자궁.

결혼하기 전까지 어디에 붙어서 기능하고 있는지 조차 가늠이 안 되었던 나의 장기.

나는 결혼하고 임신이라는 과정을 통해 내 자궁의 생김새를 처음 알게 되었다.

첫 아이 임신 소식과 함께 처음으로 가본 산부인과.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결혼 전 산부인과를 가본 적이 없었다. 그 흔한 생리통도 없었고 주기는 얼마나 정확한지 그저 튼튼한 자궁임을 믿고 있었다.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처음 들린 산부인과는 나에게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했다.

“임신 5주네요. 하지만 자궁 외벽에 아주 큰 자궁근종이 있습니다.”

내 자궁에 커다란 근종이라니. 그 흔한 통증 하나 없었는데.

무엇보다 임신을 한 상황이라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다음 주에 방문한 산부인과에서 나는 태아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첫 임신에 자연 유산을 한 것이었다.

처음 겪는 아픔이었다.

내 뱃 속에 있어야 할 아이가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다니 그렇게 첫 임신에 실패하고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누워있었다.

내 자궁 상태를 너무 몰랐구나. 배신감 같은 게 들었다. 어쨌든 나의 불찰이었다.

외벽에 있는 근종은 수술하지 않고 임신은 가능하다고 의사 선생님은 섣부른 수술은 권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이후 큰아이를 임신했고 출산까지 했다.

하지만 임신 기간 내내 조마조마 했고 병원에서는 체중이 조금이라도 증가하면 주의를 줬다.

신랑은 출장 가기 전 양배추와 온갖 야채들을 잘라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고 나는 염소 마냥 풀만 뜯어 먹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열 달을 보내고 수술로 아이를 출산했다. 너를 만나기 가 이렇게나 힘들었구나.

처음으로 나에게 선물처럼 온 아이는 임신 기간 내내 받은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예민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제주에 와서 근종으로 심해진 허리 통증은 수술을 피할 수 없었다. 육지에서 나의 근종 크기를 보고 피하기만 했던 수술은 제주에서 너무나 쉽게 이뤄졌다.

자궁 외벽의 근종은 복강경으로 무사히 제거를 했다. 내가 전신마취에 취해 있는 동안 남편은 접시 가득 담긴 근종 덩어리를 적나라하게 봐야했다.

이후 나는 둘째를 임신했고 한결 가벼워진 자궁처럼 나의 마음도 편했는지 둘째는 너무 순한 아이로 태어났다.


이걸로 자궁 문제는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자궁은 애증의 관계마냥 같이 할수록 나에게 더한 아픔을 주었다.

외벽의 근종을 제거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근종은 다시 내벽 쪽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내벽에 생긴 근종은 다량의 생리 출혈을 일으켰고 급기야 남편이 없던 어느 밤 나는 과다한 생리 출혈로 화장실에서 의식이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죽음에 대한 공포를 처음 느꼈다.


그동안 병원 여기저기서 자궁 절제술을 권유 받았지만 자궁을 없앤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나의 목숨을 담보로 같이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창백한 얼굴로 나의 첫 번째 근종을 없애준 선생님께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갔다.

피가 모자라서 당장 수술을 할 수는 없었지만 지체할 수도 없었다.

고강도의 철분주사를 여러번 맞고 2주가 지나서야 수술을 할 수 있었다.

의사선생님은 불안해 하는 나에게 더 좋아지기 위해 하는 수술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정말이지 나의 생명의 은인이시다.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수술 전 여기저기 찾아보며 자궁 수술에 대해 알아봤다.

아무리 그래도 신체 장기의 일부인데 함부로 수술하면 안 된다는 글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자궁과 작별을 하고 보니 이 좋은 걸 왜 진작에 안 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일단 생리를 안 하니 너무 편했다.

3주 동안이나 생리대를 착용해야 될 때를 생각하면 그때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나의 몸 상태는 더 좋아졌고 수술로 인한 부작용은 전혀 없었다.

남편과 관계가 좋아진 것도 어떻게 보면 수술로 인한 나의 건강 상태가 좋아진 영향도 있다.

혹시 누군가가 자신의 자궁과 사투 중이라면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반드시 해결해야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궁이 없어진다고 여성성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건강한 여성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이다.


나에게 어여쁜 두 아이를 선물해 주고 떠난 나의 자궁아! 정말 고마웠다!

keyword
이전 08화남편을 사랑하자 진짜 여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