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려 준 인연

by 또는
앙리 마르탱 作




제주에서 일하기가 힘들어지자

남편은 다시 육지 근무를 신청했다.


3년 근무하고 다시 돌아올거라고 얘기하고 나간지

2년째 되는 해이다.

남편은 직업 특성상 항상 출장을 나가 있는 직업이라

매일 얼굴 보고 지낼 일은 없었다.

그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알 수 없다.

육아를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육지로 가고 나서는 집에 오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처음엔 왠지 모르게 애틋함도 들었다.

그렇게 싸우기만 했는데 좀 떨어져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남편의 근무가 해상 근무가 아닌 지상 근무로 바뀌면서 또다시 다툼이 시작되었다.

남편은 직장에서 한 시간 거리의 시댁에서 출퇴근을 했지만

술약속으로 집에 못 들어갈 일이 많이 생겼다.

이렇게 떨어져 지내는 데 술 약속이라니.

신경이 많이 쓰였지만 직장일이라 그럴 수 있겠다 싶어 쿨한 척 신경을 안 쓰는 척했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내가 신경이 안 쓰인다는 것은 내 마음을 속이는 일이었다.

남편이 내가 모르는 곳에서 술을 마신다는 상황이 너무나 불쾌하고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결국 또 한꺼번에 터지고야 말았다.


남편이 2주마다 오는 날 나는 나의 불쾌함을 그렇게 드러내고 말았다.

나의 깊은 마음을 헤아려 내가 화내는 이유를 알 만큼

아량이 넓지도 못했기에

남편도 나의 불쾌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냥 집을 나가 버렸다.


어차피 돌아가야 되니 그냥 집을 나갔다고 해야 될지

돌아간 거라 생각해야 될지.


처음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니 그냥 신경을 안쓰는 척했다.

그런데 시간이 점차 지나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존심에 아무렇지 않은 듯 아이들과 관련된 일만 남편에게 보고식으로 문자를 보냈다.

남편은 내가 보낸 문자에 아무 답이 없었고

확인 조차 하지 않았다.


‘뭐야, 자기가 더 화났다는 거야 뭐야?’

‘진짜 이 인간은 항상 제멋대로네’


그렇게 분노가 일었다가 다시 불안해 졌다가

점점 내 마음 상태가 이상해져 갔다.

싸워도 같은 공간에 있다 보면 풀리기 마련인데

이렇게 떨어져 있으니 정말로 헤어진 기분이 들었다.



이런 기분으로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어디 가서 물어라도 봐야겠다’.




그렇게 찾아간 유명하다는 철학관에서 둘의 사주를 보고

내 뱉은 첫마디가 이랬다.


“둘이 좋아하네.”



“네?”

나는 그분의 첫마디에 약간의 안도감을 느끼며 되물었다.

그리고 말하셨다.



“둘이 하늘에서 맺어준 인연이야.”


.

.

.


이걸 좋아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난 분명 이혼을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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