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편: 아프리카 여캠 방송에서 채팅 치기 2화

by 우나

아프리카 여캠 방송에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아르바이트들이 많았다. 가장 흔한 건 나 같은 '채팅 알바'였다. 여러 방송을 모니터링하면서 채팅이 비지 않도록 해주거나, 방송 흐름을 조정하는 일을 했다. 그보다 한 단계 위엔, 일명 '큰손' 행세를 하는 아르바이트들도 있었다. 이들은 여캠의 소속사로부터 별풍선을 충전받아, 진짜 큰손처럼 후원을 했다. 목적은 단 하나. 일반 시청자, 그러니까 아르바이트가 아닌 진짜 큰손들이 더 많이 후원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알바들끼리 서로를 몰라야 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큰손 알바’들은 보안 유지가 생명이라, 소속사 내부에서도 일부 직원만 정체를 안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너도 이쪽 사람이냐"는 쪽지를 받으니 혹시 들킨 게 아닌지 겁이 났다. 당시 신입 여캠이었던 친구 R에게 이 얘기를 전하자, 그녀는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워낙 이상한 놈들이 많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라는 것이었다. 만일 진짜 아르바이트생이 맞다면, 분명 자기도 알고 있을 것인데 처음 보는 닉네임이라고 했다.


나는 결국 그 쪽지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며칠 뒤, 내게 쪽지를 보냈던 그 아이디는 조용히 사라졌다. 거의 매일 방송이 열리는 구조상, 시청자들은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실제로 만나기도 한다는 모양이었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손쉽게 계정을 만들고 탈퇴할 수 있다는 것이 좀 무섭게 느껴졌다.


그가 어떻게 내 정체를 눈치챘는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나누는 누군가 중 하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맡았던 채팅 알바의 설정은 십 대 초반의 남학생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나를 귀여워하거나 안쓰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왜 그렇게 어린 나이부터 이런 방송을 보냐는 것이었다. 그들은 내게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시험 기간에는 힘내라며 기프티콘을 보내주기도 했다. 그중엔 내 또래인 대학생들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정말 죄책감이 들었다.


이런 얘기를 R에게 털어놓자, 그녀는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내게 기프티콘을 준 스무 살, 그러니까 나보다 두 살 어린 그는 아버지가 종로에 건물을 여러 채 가진 부잣집 아들이라고 했다.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R은 대체로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게 그녀가 방송에서 살아남는 방법인 것 같았다.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죄책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된 건, 시청자들의 정체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된 후였다.


R의 방송에는 가끔씩, 수천만 원을 한꺼번에 후원하는 시청자들이 들어왔다. 거액을 쓰는 이들은 대체로 BJ와 친분을 쌓으려 하거나, 그 유명세 자체를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 사업을 하거나, 괜찮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그랬다.


그런데, 수천만 원을 그렇게 ‘한 번에’ 써버리는 사람들은 어딘가 달랐다. 그들은 마치 제한 시간 안에 휴지를 전부 뽑아내야 하는 것처럼 돈을 썼다. 그리고 R이 친해지기 위해 던지는 질문들에는 단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돈을 물 쓰듯 허겁지겁 뿌려대고는 아무 말 없이 사라져 버리는 사람들이었다. 몇 천만 원에 달하는 후원이 끝나면, 그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디까지 사라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R은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동남아 같은 곳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혹은 잡히기 전에 마지막으로 ‘지우듯이’ 돈을 써버린다는 것이었다.


돈을 많이 쓰기로 유명한 시청자들 중에는, 룸살롱 같은 성매매 업소를 여럿 운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이 들어올 때면, 나는 형님이라고 부르며 열심히 치켜세웠다. 그래야만 R이 그들의 몇백만 원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런 돈을 받는 게 R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일까? 나는 문득 생각했다.




하지만 그 질문은, 결국 나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나도 그 돈 앞에서, 점점 아무렇지 않아지고 있었으니까. 채팅을 치는 건 점점 재미있어졌고, 시청자들의 삶에도 더는 깊게 신경 쓰지 않게 됐다. R의 말처럼, 이제는 그들이 얼마를 후원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내가 ‘형님’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게 되고, 심지어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조차 ‘10대 초반의 남학생’ 말투가 무심코 튀어나올 무렵, R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수천만 원짜리 귀걸이를 살 수 있었고, 사십 평대 아파트로 이사했다. 하지만 방송 화면 속의 R은, 그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R은 여전히 짓궂은 농담에 민망해했고, 월세를 내기 위해 더 많은 후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나는 그런 그녀의 일등 팬이었다. 화면 속 그녀만, 여전히 똑같았다. 그리고 난 그 화면을 매일 지켜보고 있었다. 방송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이 채팅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된 건 열등감 때문일 수도 있고, 알량한 도덕심 때문일 수도 있으며, 이제는 나와 다른 길을 걷는 그녀에 대한 인사일 수도 있었다. 남자친구 때문에 네덜란드로 급히 떠나게 되면서, 나는 한국에서 하던 모든 일을 정리했다.


그렇게, 화면 너머의 삶은 거기 남겨두고 난 그 방을 나왔다. 그 후 몇 번, 친하게 지내던 시청자들의 쪽지를 받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아무도 내게 연락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도 수많은 시청자들이, 내가 그랬던 것처럼 새롭게 생겨나고, 또 조용히 사라지고 있을 것이다. 누구도 오래 남지 않는, 모두가 쉽게 잊히는 세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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