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스타벅스, 추락은 어디서 시작됐나

마케팅과 라캉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by 홍종민

욕망의 대상에서 실재의 마주침으로


한때 '제3의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스타벅스가 최근 들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4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매출이 3% 감소했으며, 특히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의 동일 매장 매출이 각각 14%와 4% 하락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상황은 심각하다. 한때 독보적 1위였던 스타벅스는 이제 메가커피(2,400개 매장), 컴포즈커피(2,600개 매장) 등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의 공격적 확장에 밀려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메가커피가 손흥민을, 컴포즈커피가 BTS 뷔를 모델로 기용하며 폭발적 성장을 이룬 것이다. 이는 단순한 스타 마케팅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욕망이 작동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보여준다. 본 글에서는 마케팅 이론과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학적 관점을 통해 스타벅스가 어떻게 소비자의 욕망 구조 속에서 특권적 위치를 상실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한국의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어떻게 새로운 욕망의 회로를 구축했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스타벅스의 상징계 구축 - 대타자로서의 브랜드


제3의 공간이라는 환상적 구조물


스타벅스가 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좋은 커피를 판매했기 때문이 아니다. 하워드 슐츠가 제시한 '제3의 공간' 개념은 라캉적 의미에서 완벽한 환상적 구조물이었다. 집(제1의 공간)과 직장(제2의 공간) 사이에서 주체가 경험하는 소외와 분열을 봉합하는 상상적 공간으로 기능했던 것이다.

이 공간에서 소비자들은 단순한 커피 구매자가 아닌 '스타벅스 경험'의 주체로 호명되었다. 바리스타의 이름을 부르는 친밀한 제스처, 컵에 적힌 고객의 이름, 재즈 음악과 소파가 있는 인테리어는 모두 주체를 특별한 존재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의 회로 속으로 끌어들이는 장치였다. 이는 라캉이 말하는 '대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구조, 즉 "네가 무엇을 원하는가(Che vuoi?)"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하는 듯한 환상을 만들어냈다.


시니피앙의 연쇄로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스타벅스는 정교한 시니피앙의 연쇄를 통해 자신만의 상징계를 구축했다. '톨', '그란데', '벤티'라는 이탈리아어 사이즈 명칭, '카라멜 마키아토', '프라푸치노' 같은 메뉴명은 단순한 제품 명칭이 아니라 특정한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적 세련됨을 지시하는 기표들이었다. 이러한 언어적 차별화는 소비자로 하여금 스타벅스라는 상징적 질서 안에서만 의미를 획득할 수 있는 주체로 스스로를 위치시키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한 시니피앙 체계는 동시에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가 '아메리카노', '라떼' 같은 단순하고 직관적인 메뉴명을 사용하며 성공한 것은, 대중이 더 이상 복잡한 상징적 질서에 편입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였다.


대상 a(objet petit a)의 상실과 재배치


대량생산과 표준화의 딜레마


스타벅스의 급속한 확장은 필연적으로 표준화와 대량생산을 수반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38,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면서, 초기의 장인정신과 개별적 경험은 맥도날드화된 효율성의 논리로 대체되었다.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의 도입, 드라이브스루 확대, 모바일 주문 시스템은 운영 효율성을 높였지만, 동시에 스타벅스가 제공하던 '특별함'이라는 대상 a를 파괴했다.

라캉에 따르면 대상 a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욕망의 대상-원인이다. 그것은 항상 '거기에 있었던 것'으로 환상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타벅스가 제공하던 '제3의 공간'이라는 경험은 바로 이러한 대상 a로 기능했다. 그러나 표준화와 대량생산은 이 환상적 대상을 너무나 명백한 상품으로 환원시켰고, 욕망을 지탱하던 신비는 사라졌다.


한국 저가 브랜드의 새로운 대상 a - 스타를 통한 욕망의 재구성


흥미롭게도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대상 a를 구성했다. 이들은 커피 자체나 공간 경험이 아니라, 손흥민과 BTS 뷔라는 '스타'를 대상 a로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유명인 마케팅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욕망 구조를 정확히 파악한 전략이었다.

손흥민이 마시는 커피, 뷔가 추천하는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그들과의 상상적 동일시를 가능하게 한다. 라캉의 관점에서 이는 자아 이상(ego ideal)과의 동일시를 통해 주체가 자신의 결여를 메우려는 시도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동일시가 스타벅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2,000원대)에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욕망의 민주화이자, 대상 a의 대중화다.

가격의 정치경제학 - 향유의 계급성


스타벅스의 가격 인상과 향유의 배타성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스타벅스는 여러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5,000원을 넘어서면서, 스타벅스는 일상적 소비재에서 사치재로 변모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부담을 넘어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라캉의 후기 이론에서 초자아는 "향유하라!"고 명령하는 음란한 초자아로 변모한다. 스타벅스의 지속적인 가격 인상은 소비자에게 "더 많이 지불하고 향유하라"는 명령으로 작동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향유의 불가능성을 드러냈다.

반면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는 2,000원대의 아메리카노로 '부담 없는 향유'를 약속한다. 이는 라캉이 말하는 '잉여 향유(plus-de-jouir)'의 완벽한 구현이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는다는 환상, 그것도 손흥민과 뷔라는 스타와의 동일시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한국 사회의 특수한 욕망 구조 - '가성비'라는 주인 기표


한국 사회에서 '가성비'는 단순한 경제적 개념을 넘어 주인 기표(master signifier)로 작동한다. 가성비 좋은 소비는 합리적이고 현명한 주체임을 증명하는 행위가 되었다. 스타벅스의 높은 가격은 이러한 가성비 담론과 충돌하며, 소비자들에게 죄책감을 유발한다.

메가커피의 "메가 사이즈, 메가 가격"이라는 슬로건은 이러한 욕망 구조를 정확히 겨냥한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양을 제공한다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이득이 아니라, '똑똑한 소비자'라는 자아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다. 여기에 손흥민이라는 '성공한 한국인'의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메가커피는 합리성과 자부심을 동시에 제공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스타 모델의 정신분석학 - 전이와 동일시의 메커니즘


손흥민과 뷔 - 다른 차원의 대타자


손흥민과 BTS 뷔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한국인의 욕망 구조 속에서 대타자로 기능한다. 손흥민은 '세계 무대에서 성공한 한국인'이라는 집단적 자아 이상을 체현한다. 그가 마시는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그의 성공과 건강함, 성실함에 참여하는 의례가 된다. 이는 프로이트가 말하는 '토템 향연'의 현대적 버전이다.

BTS 뷔의 경우는 더욱 복잡하다. 그는 단순한 연예인이 아니라 글로벌 팬덤 문화의 중심에 있는 욕망의 대상이다. 컴포즈커피를 마시는 것은 뷔와의 간접적 접촉, 그와 같은 것을 소비한다는 환상적 연결을 만들어낸다. 이는 라캉이 말하는 전이(transference)의 완벽한 예시다. 팬들은 커피라는 대상을 통해 뷔에 대한 사랑을 전이시킨다.


스타벅스의 익명적 대타자 vs 한국 브랜드의 구체적 대타자


스타벅스가 제시하는 대타자는 추상적이고 익명적이다. '글로벌 시민', '도시적 라이프스타일', '문화적 세련됨' 같은 모호한 이미지들이다. 이러한 추상성은 한때 매력적이었지만, 이제는 공허하게 느껴진다.

반면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의 스타 모델은 구체적이고 접근 가능한 대타자다. 손흥민과 뷔는 실존하는 인물이며, 그들의 이야기와 성공은 구체적이고 추적 가능하다. 이는 더 강력한 동일시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한국이라는 동일한 문화적 배경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이들과의 동일시는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서구적 환상보다 더 직접적이고 강렬하다.


상징적 질서의 균열 - 노동 문제와 윤리적 갈등


바리스타의 프롤레타리아화


2021년부터 시작된 스타벅스 노동조합 운동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브랜드가 구축한 상징적 질서의 근본적 모순을 드러냈다. '파트너'라고 불리던 직원들이 실제로는 저임금과 불안정한 근무 조건에 시달리는 프롤레타리아였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이는 스타벅스가 제시했던 '인간적이고 따뜻한 기업' 이미지와 실재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증상(symptom)이었다.

흥미롭게도 한국의 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처음부터 이러한 환상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들은 솔직하게 '저가', '효율', '빠른 서비스'를 내세웠고, 이는 오히려 진정성으로 받아들여졌다. 노동자를 '파트너'라고 부르며 착취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비즈니스 관계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더 정직하다고 받아들여진 것이다.


정치적 갈등과 주인 기표의 동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에 대한 스타벅스의 입장, 특히 2023년 10월 이후의 논란은 브랜드가 지닌 주인 기표의 한계를 드러냈다. 한국에서도 스타벅스 불매 운동이 일어났고,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이는 스타벅스가 더 이상 중립적이고 포용적인 공간이 아니라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반면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는 철저히 비정치적 입장을 유지했다. 그들의 스타 모델인 손흥민과 뷔도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탈정치성'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정치적으로 피로한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로 받아들여졌다.


디지털 전환의 역설 - 실재의 침입


모바일 주문과 대면 접촉의 상실


스타벅스의 디지털 전환, 특히 사이렌 오더로 대표되는 모바일 주문 시스템은 운영 효율성을 높였지만 동시에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훼손했다. 모바일로 주문하고 픽업만 하는 고객들은 더 이상 '제3의 공간'을 경험하지 않는다. 바리스타와의 상호작용, 카페 공간에서의 체류, 다른 고객들과의 우연한 만남 같은 요소들이 사라지면서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 자판기로 전락했다.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는 오히려 이러한 '비대면'을 장점으로 전환시켰다. 키오스크 주문, 빠른 테이크아웃은 '불필요한 감정 노동 없는 깔끔한 거래'로 포지셔닝되었다. 이는 한국 사회의 '혼족' 문화,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욕구와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 vs 스타 파워


스타벅스는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개인화 마케팅을 강화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고객을 데이터 포인트로 환원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개인의 취향과 패턴을 알고리즘이 예측하고 조작하려는 시도는 주체성의 환상을 파괴했다.

반면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의 스타 마케팅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손흥민이 좋아하는 커피, 뷔가 마시는 커피라는 단순한 메시지는 복잡한 알고리즘보다 더 직접적으로 욕망을 자극한다. 이는 라캉이 말하는 '상상계적 동일시'의 원초적 힘을 보여준다.


한국 커피 시장의 재편 - 새로운 상징적 질서


프랜차이즈의 역습 - 규모의 경제학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의 성공은 프랜차이즈 모델의 부활을 의미한다. 이들은 가맹점주에게 낮은 로열티와 원가를 제공하며 빠르게 확장했다. 2024년 기준 메가커피는 2,400개, 컴포즈커피는 2,600개 매장을 돌파했다. 이는 스타벅스 코리아의 1,800개를 훨씬 넘어서는 숫자다.

라캉적 관점에서 이는 상징적 권위의 분산을 의미한다. 스타벅스라는 하나의 대타자가 지배하던 시장에서, 복수의 작은 타자들이 경쟁하는 구조로 전환된 것이다. 각 브랜드는 나름의 시니피앙(저가, 스타 모델, 대용량 등)을 내세우며 소비자의 욕망을 분할한다.


커피의 일상재화 - 욕망에서 필요로


한국에서 커피는 이제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일상적 필수품이 되었다. 하루 평균 2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한국인들에게 스타벅스의 5,000원짜리 커피는 부담스럽다.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는 이러한 '커피의 일상재화'를 정확히 포착했다.

이는 라캉이 말하는 욕망(desire)과 요구(demand)의 구분과 관련이 있다. 스타벅스는 여전히 커피를 욕망의 대상으로 포지셔닝하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에게 커피는 이미 단순한 요구의 대상이 되었다. 아침에 카페인이 필요하고, 점심 후 졸음을 쫓기 위해 커피가 필요할 뿐이다.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굳이 5,000원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


환상의 횡단과 새로운 가능성


스타벅스 코리아의 대응 - 리저브 매장과 프리미엄화


스타벅스 코리아는 위기에 대응해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나는 리저브 매장을 통한 초프리미엄화이고, 다른 하나는 '별다방'이라는 로컬라이징이다. 리저브 매장은 2만원이 넘는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며, 커피를 다시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려 한다.

그러나 이는 라캉적 의미에서 '증상에 대한 증상적 대응'에 불과하다. 대중이 스타벅스를 떠나는 이유가 가격 때문인데, 더 비싼 커피를 파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모순이다. 이는 상실된 대상 a를 더 큰 대상 a로 대체하려는 헛된 시도다.


포스트 스타벅스 시대의 한국 커피 문화


스타벅스의 위기와 저가 브랜드의 부상은 한국 커피 문화의 성숙을 의미한다. 더 이상 커피는 문화적 우월감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일상적 음료가 되었다. 이는 커피 소비의 민주화이자, 허세와 과시에서 벗어난 실용주의로의 전환이다.

라캉은 분석의 끝에서 주체가 '환상의 횡단(traversing the fantasy)'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이미 스타벅스라는 환상을 횡단했다. 그들은 '제3의 공간'이 마케팅 전략에 불과했음을 알고 있으며, 더 이상 그 환상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손흥민의 건강한 이미지, 뷔의 매력적인 미소라는 새로운 환상을 선택했다. 이 환상이 더 진실하거나 가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더 저렴하고 접근 가능하다.


마케팅 전략의 정신분석학적 재해석


브랜드 충성도의 리비도 경제학


전통적 마케팅 이론에서 브랜드 충성도는 반복 구매와 감정적 애착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라캉적 관점에서 보면, 브랜드 충성도는 리비도 투자(libidinal investment)의 문제다. 소비자는 특정 브랜드에 자신의 욕망을 투자하고, 그 브랜드를 통해 자아 이상을 구성한다.

스타벅스가 민심을 잃은 것은 이러한 리비도 경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스타벅스에서 리비도를 철수시키고,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로 재투자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재투자가 커피 자체가 아니라 스타 모델에게 향한다는 점이다. 손흥민과 뷔는 새로운 리비도 투자의 대상이며, 커피는 단지 그들과 연결되는 매개체일 뿐이다.


스타 마케팅의 전이 메커니즘


정신분석학에서 전이(transference)는 과거의 감정이나 욕망을 현재의 대상에게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의 스타 마케팅은 이러한 전이를 의도적으로 활용한다.

손흥민에 대한 한국인의 집단적 자부심, 뷔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커피라는 상품으로 전이된다. 이는 단순한 연상 작용이 아니라, 무의식적 욕망의 재배치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가 스타와의 상상적 연결을 만들어내고, 이는 일상 속에서 반복 가능한 작은 의례가 된다.


증상으로서의 스타벅스 - 후기 자본주의의 모순


글로벌화 vs 로컬화의 변증법


스타벅스의 위기는 글로벌화의 한계를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스타벅스의 약속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한국 소비자들은 '우리의 스타'가 마시는 '우리의 커피'를 원한다.

메가커피의 손흥민, 컴포즈커피의 뷔는 모두 글로벌 스타이면서 동시에 '한국인'이다. 이들은 글로벌과 로컬의 경계를 넘나들며, 세계적 성공과 한국적 정체성을 동시에 체현한다. 이는 스타벅스가 제공할 수 없는 독특한 정체성이다.


계급 재생산에서 계급 초월의 환상으로


스타벅스는 한때 중산층의 상징이었다. 스타벅스에서 맥북을 펼치고 일하는 것은 특정한 계급적 정체성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이미지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스타벅스에서 맥북 펼치는 사람'은 허세와 가식의 상징이 되었다.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는 계급을 초월하는 환상을 제공한다. 2,000원이면 누구나 손흥민과 같은 커피를, 뷔와 같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는 물론 환상이지만, 적어도 스타벅스의 배타적 중산층 이미지보다는 포용적이다.


환상 너머의 커피, 그리고 욕망의 재구성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민심을 잃은 과정은 단순한 경영 실패나 마케팅 전략의 오류로 환원될 수 없는 복잡한 현상이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욕망 구조 변화, 새로운 형태의 동일시 메커니즘의 출현, 그리고 커피 소비의 의미 변화를 반영한다.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의 성공은 단순히 저가 전략의 승리가 아니다. 그들은 손흥민과 BTS 뷔라는 스타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대상 a를 창조했고, 한국인의 집단적 욕망 구조를 정확히 포착했다. 스타벅스가 제공했던 '글로벌 시민'이라는 추상적 정체성 대신, 구체적이고 친근한 스타와의 동일시를 제공한 것이다.

라캉의 정신분석학은 이러한 과정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도구를 제공한다. 브랜드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욕망의 구조를 조직하는 상징적 체계이며, 소비는 정체성을 구성하는 행위다. 스타벅스의 몰락과 한국 저가 브랜드의 부상은 이러한 상징적 체계의 재편을 보여준다.

마케팅 관점에서 스타벅스의 위기는 여러 교훈을 제공한다. 첫째, 글로벌 브랜드도 로컬 시장의 특수성을 무시할 수 없다. 둘째, 가격은 단순한 경제적 요소가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셋째, 스타 마케팅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은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르다.


브라이언 니콜 CEO의 개혁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과거의 영광을 단순히 복원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미 환상을 횡단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같은 환상을 다시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궁극적으로 스타벅스의 사례는 현대 마케팅이 직면한 근본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브랜드는 어떻게 욕망을 창조하고 관리할 것인가? 진정성과 상업성 사이의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글로벌화와 지역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한국 커피 시장의 재편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그것은 완벽한 답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이라는 특수한 맥락에서는 작동하고 있다. 손흥민의 건강한 미소와 뷔의 매력적인 눈빛이 스타벅스의 잉여보다 더 강력한 유혹이 된 것이다. 이것이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민심을 잃은 진짜 이유다.

스타벅스가 민심을 잃은 것은 커피의 품질이나 서비스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스타벅스가 더 이상 현대 한국인들의 욕망 구조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스타벅스는 완벽한 대상 a였다. 그것은 도달할 수 없지만 끊임없이 추구하게 만드는, 약속된 만족의 장소였다. 그러나 이제 그 자리는 비어 있다. 그리고 그 빈 자리를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가, 손흥민과 뷔가 채우고 있다. 이것이 욕망의 변증법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브랜드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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