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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과 고갯길 찾는 방법

영업비밀 대공개

by 팔레오
산에서 엽전이 가장 잘 나오는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옛길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옛길 중간의 고갯길입니다. 고갯길 정상은 오랫동안 수많은 조상들이 오갔던 길의 중간이자 쉼터였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고속도로 휴게소쯤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고갯길은 우리말로 '재'나 '고개'라고 부르지만, 지도에는 '峴(현)'이나 '嶺(령)', '峙(치)'와 같은 한자로 표기됩니다. 문경새재, 한티재, 깔딱고개 같은 것은 우리말식이고, 송현, 율현, 대관령, 남태령, 마전치, 문치 같은 것들은 한자식입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하는 오르막 끝, 고개 정상에 오른 조상들은 한숨 돌리면서 앉아 다리쉼을 했습니다. 거리상으로는 절반까지 온 것이지만 이후의 길은 내리막이니 마음의 부담은 한층 가벼웠겠죠.


그런 여유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담배 쌈지를 꺼내 부싯돌을 쳐서 곰방대를 피워 물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솥을 걸어 밥을 해먹거나 말 편자를 갈아끼우기도 했죠.


많은 사람들이 쉬어가는 곳이다 보니 점순이 한테 줄 가락지, 서방님이 사준 비녀, 하루 품삯으로 받은 돈, 곳간 열쇠, 곰방대와 숟가락 등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분실물이 많아졌을 테지요.



옛길의 정상인 재, 령, 치, 현에 가면 V자 형태의 길이 종종 보입니다.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이 오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길의 모양도 변한 것이죠. 이런 길에서는 높은 확률로 엽전을 볼 수 있습니다.



상평통보 평이천자문전 '雲'(도감가 약 18만원)

바로 이렇게요. 뉘신지 모를 고마우신 조상님께서 몇백 년 전에 귀한 동전을 흘려주셨네요.


그럼 이 고갯길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한국사 데이터베이스(https://db.history.go.kr/modern/level.do?itemId=jnm)를 이용하면 됩니다.

여기서 한국근대지도를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조선 전도

이 지도는 무려 1919년에 조선총독부와 일본 육지측량부에서 발행한 지도입니다.

각각의 작은 칸마다 1:50,000 축척의 상세한 지도가 있습니다.



안동 지도

그 작은 한칸 중 안동을 예로 골라보았습니다. 위에 동안(東安)이라고 써있죠? 옛날이니 글자는 항상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합니다. 무려 백년 전에 만들어진 지도지만 현대의 위성지도와 비교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정교합니다. 마을의 위치와 길, 고개의 이름은 물론 등고선까지도 상세하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지도 왼쪽에 도로의 크기나 이용자가 많은 순으로 기호와 함께 표기가 되어 있습니다. 일등도로, 이등도로, 달로, 연로, 간로, 소로 등으로요. 이 가운데 산에 난 옛길은 주로 연로, 간로, 소로입니다. 금속탐지를 하려면 이 길을 따라 걸어야 합니다. 현대의 등산로와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이 지도가 중요한 것입니다. 지도는 모두 한자로 되어 있습니다. 이 참에 한자가 약하신 분들은 공부를 좀 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지도에서 현, 령, 치를 찾아 보세요.


옛길 찾는 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주변의 가까운 곳부터 가고 싶은 곳을 위성지도로 찾는다.

2. 해당하는 곳의 옛지도를 다운받는다.

3. 위성지도와 비교하면서,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옛길과 고개를 찾는다.

4. 현대의 도로가 깔린 경우면 가보나 마나 꽝!

5. 만약 현대의 도로나 임도가 옛 고갯길을 비켜갔다?

6. 그렇다면, 가즈아~



산길 가운데 전형적인 옛길의 흔적이 뚜렷합니다.



이런 길을 그냥 걸으면 안됩니다. 탐지기를 켜고 걸어야하죠. 그러다 보면 여러 물건들이 감지됩니다. 특히 옛길을 따라 걷다가 평평하고 넓은 곳이 보인다면 꼭 탐지해보세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보물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고갯길 끝에서 운이 좋으면 지난 게시물에서 언급했던 엽전 노다지 돌무더기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돌이 모인 곳에 탐지기를 들이댈 때의 기대감과 두근거림은 정말이지...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듭니다.

직접 겪어보면 그 기분이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이곳은 산불이 나서 아름드리 소나무가 홀랑 타 쓰러지고 인근은 초토화되었네요. 그럼에도 수북한 돌무더기는 살아남았습니다. 산에서 불 피워 고기 구워먹는 사람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옥같은 화마속에서도 기특하게 살아남아 제 손에 들어온 상평통보 당이전입니다.

참고로 고갯길 돌무더기에서 엽전을 찾으면 그 자리는 반드시 원상복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멧돼지가 마구잡이로 무덤 파헤치듯 한 흔적을 보면 보기 흉합니다. 돌무더기 뿐만 아니라 어디든 자기가 파낸 자리는 다시 메꾸는 게 금속탐지인이 갖춰야할 기본 덕목입니다.


옛지도를 다운 받는 방법이 번거롭다면 좀 더 쉬운 또 다른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바로 국사편찬위원회 한국근대지리정보(https://hgis.history.go.kr/mod_g1/main.do?INFO=ON)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PC는 물론 모바일로 접속해 옛지도를 다운 받지 않고도 현대지도와 바로 비교해 옛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지도의 해상도가 좀 떨어지는 게 흠입니다.



특히 하천의 형태를 참조해 비교를 하면 눈에 잘 들어옵니다. 여기서 현대에 하천이 과거보다 커진 것은 다목적댐을 건설했기 때문입니다.



왼쪽 지도에 왕래가 많았던 옛길이 보입니다. 같은 장소인데 현대 지도에서는 도로가 나있지 않네요. 그렇다면 이곳은 옛 고갯길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직접 가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병원 뒤로 산을 오르면 분명 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노다지 돌무더기의 흔적도 남아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접근성도 좋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니 아마도 가까운 곳에 사는 금속탐지인이 이미 다녀갔을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방법으로 다른 곳을 찾으면 되는 것입니다. 아직 산에는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엽전과 유물이 많습니다.



찾아낸 포인트는 카카오맵의 즐겨찾기 기능을 이용해 표시해두면 좋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옛지도를 찾아 이와 같이 미리 포인트를 표시해두고 지형을 파악한 다음, 최적의 동선을 짜고 가면 고생을 덜 수 있습니다.


그럼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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