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아십니까?

중생대 백악기 반야월층

by 팔레오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는 '층을 이룬 돌'이라는 뜻으로 수십 억 년 전부터 지구의 원시적인 환경에서 살았던 미생물들이 만들어낸 퇴적 구조물입니다. 간단히 말해, 미생물이 쌓아 올린 바위 층이라고 할 수 있죠.


스트로마톨라이트(이하 스트로마~)는 주로 남세균인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라는 미생물에 의해 형성됩니다. 이들은 수십억 년 동안 광합성으로 꾸준히 산소를 만들어내면서 지구의 대기 조성은 크게 변했고, 이는 이후 복잡한 생명체가 탄생하고 진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오늘날 여러 동식물을 포함해 인류가 탄생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생명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호주 샤크만의 현생 스트로마톨라이트

얼핏 수십 억 년 전에 살았다가 멸종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극히 일부 지역에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호주 서부의 샤크만(Shark Bay)에서 현생 스트로마~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의 염도는 매우 높아 다른 생물들이 서식하기 어려운 환경이므로, 스트로마~를 형성하는 남세균이 경쟁 없이 잘 자랄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스트로마~를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오늘날 매우 드문 경우이며, 이를 통해 과거의 해수 온도, 염분, 대기 성분 등 지질학적 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트로마~는 끈적끈적한 점액질을 분비해서 주변의 모래, 진흙, 다른 유기물 입자들을 마치 접착제처럼 서서히 달라붙게 만듭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성장을 합니다. 남세균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남세균이 포획한 입자들이 조금씩 퇴적되어 돌 자체가 커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남세균이 만들어 낸 돌인 스트로마~는 생흔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돌을 잘라보면 나이테처럼 그 성장선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이런 스트로마~가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아쉽지만 화석으로 말이죠. 소청도와 영월, 경산 등지에서 스트로마~ 화석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소청도의 스트로마톨라이트

먼저 8억 4천만 년 전 선캄브리아기에 형성된 소청도의 스트로마~는 천연기념물 제508호로 지정되었고, 영월의 고생대 스트로마~는 천연기념물 제413호, 경산의 대구가톨릭대학교(이하 대가대)에 있는 중생대 스트로마~는 천연기념물 제512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스트로마~가 모두 천연기념물 지정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희귀하고 보존가치가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영월의 스트로마톨라이트

그런데 이 가운데 영월의 스트로마~는 미세 엽층리와 크랙구조가 관찰되지 않는 등의 근거로 스트로마~가 아니라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되어 어쩌면 천연기념물에서 퇴출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경산 대가대 스트로마톨라이트

경산의 대가대에서 신축 건물 공사를 할 때 커다란 스트로마~가 발견되었습니다. 대가대 외에 인근 하양 일대에도 스트로마~가 여러 곳에 존재합니다.


그 가운데 은호리를 찾아 스트로마~ 화석 탐사를 해보았습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보다는 조금 격이 낮은 경상북도 기념물 제136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하천에 의해 자연 노출된 군집 상태의 스트로마~를 볼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곳으로서 학술적 가치가 높습니다.

이곳은 보호구역이므로 분신과도 같은 망치는 출동금지입니다.



은호리 마을을 가로지르는 작은 실개천에 동글동글한 돌이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 스트로마~입니다. 대가대에 있는 거대한 스트로마~보다는 많이 작습니다. 그런데 물색이 영 좋지 않네요. 강원도 폐광지역의 오염된 하천보다 훨씬 더러워 보입니다. 악취도 많이 나고요. 쉽게 말해 똥물입니다.



이렇게 노천에서 원형이 잘 보존된 스트로마~를 볼 수 있다니 참 경이롭습니다. 그런데 이를 기념물로 지정해 놓고도 썩은 똥물에 그냥 방치하는 지자체 클라스 참 대단합니다.



좀 더 상류 쪽으로 이동해 보니 기반암이 드러나 있습니다. 현지 주민의 말에 의하면 원래 이곳에도 모두 동글동글한 스트로마~가 가득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와서 야금야금 뜯어가 결국 이처럼 바닥이 드러났다네요.



뜯긴 스트로마~의 일부는 석축을 쌓는데도 사용되었습니다. 석축 바로 아래엔 뜯어가지 못한 스트로마~가 일부 관찰됩니다.



좀 더 상류로 가보았더니 하천이 좁아지면서 기반암도 더 볼 수 없었습니다. 그나저나 비료포대 떠다니고 배수구 나와 있는 하천 관리상태가 심각합니다.



주변 석축을 살펴보니 심심치 않게 스트로마~가 보입니다.



여기도~



저기도~



반대쪽은 아예 시멘트까지 발라 석축 재료로 스트로마~를 사용했습니다.



이쪽도 석축 하단에 동글동글한 돌이 보입니다. 맞습니다. 바로 그 스트로마~죠. 이로 미루어보건대 그 뒤로도 같은 층준에 스트로마~가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즉 하천에서 다소 떨어진 곳이라도 땅을 1~2미터 정도 파 들어가면 스트로마~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뜻이죠.



스트로마~의 단면을 보면 이와 같은 올록볼록한 성장선이 있습니다.



성장속도는 매우 느려서 대략 1cm 쌓이는데 100년 이상 걸립니다. 중생대 백악기 반야월층에 속하는 이곳 스트로마~의 두께가 대략 20cm 정도이니, 남세균이 최소 2,000년 이상 활동했다는 증거입니다. 중생대 백악기 내내 쌓인 것이 아니라, 긴 백악기 기간 중 2,000년 정도만 잠깐(?) 살았다가 죽은 것이고 그 흔적이 화석으로 남은 것입니다.



좀 더 스트로마를 관찰해 보겠습니다. 성장선이 아주 잘 살아있는 스트로마~가 뒤집어져 석축 재료로 사용되었네요. 위에 검은색 부분이 아까 보았던 기반암에 맞닿아 있었을 것입니다.



위에서 보면 이렇게 몽글몽글한 거품같이 생겼습니다.



물의 침식을 받아 동심원 형태로 연마가 되었네요. 참 보기 좋습니다.

이곳 말고도 오래전 경산에서 큰 하천 공사를 할 때 스트로마~가 엄청나게 나와서 수석 수집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이를 거북이, 두꺼비 같은 형태로 가공해서 팔았더랬습니다. 그때는 기념물로 지정되지 않았던 때니까 누구라도 이를 가져가고 가공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지금도 가끔 수석가게에서 그때 가공된 경산의 스트로마~ 거북돌을 볼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하천의 침식을 받아 전체적으로 회색 빛깔을 하고 있지만, 하천의 영향을 받지 않은 신선한 스트로마는 최상단에 검은색 퇴적물이 쌓여있습니다. 이는 2,000년 이상 성장을 하던 스트로마가 어떤 검은 퇴적물이 덮쳐,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정리하자면, 지금으로부터 약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경산지역은 큰 호수였고, 거기에 샤크만처럼 스트로마~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2,000년 이상 성장을 거듭하던 스트로마~가 어느 날 감당할 수 없는 홍수나 기타 큰 환경 변화가 찾아와 한 순간에 종말을 맞이했습니다. 결국 남세균은 사라지고 그동안 퇴적되었던 돌만 남아 지층 속에 들어있다가 하천의 침식으로 노출된 것입니다.



경산 은호리에 그렇게도 많았다던 스트로마~는 이제 좁은 하천을 따라 수십 미터 정도만 겨우 남아있습니다.


포항도 그렇고 이곳도 결국 사람이 문제였네요. 개발도 좋지만 보존가치가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후대에 전해주어야 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미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4화공사장에서 물고기 화석이 쏟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