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탐지를 시작해 보아요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과 접촉하지 못하고 연일 방구석에서 장판이나 긁으며 무료함을 달랬던 2020년 4월의 어느 날, 유튜브에서 우연히 금속탐지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금속탐지, 그거 바다에서 동전이나 반지 같은 거 줍는 거 아냐?
그때까지만 해도 금속탐지라는 게 고작 그런 정도인 줄로만 알았는데, 바다가 아닌 산에서 금속탐지기로 조선시대 엽전을 막 찾아내는 장면은 실로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영상에 푹 빠져 흥분의 도가니탕을 끓인 저는 어느새 정신이 혼미해졌고...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제 손에도 같은 금속탐지기가 들려져 있었습니다.
혼자 산속에서 유물을 찾는다?
이것이야 말로 코로나 사태에 아무 걱정없이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취미였습니다.
그러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아무 생각없이 그냥 대충 등산로를 따라다니기만 하면 유튜브 영상처럼 산에서 엽전이 막 나오는 줄 알고 꿈에 부풀어 묻지마 식의 무계획 산행을 시작했죠.
그러나 초보자에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한 달 가량 이산 저산을 쏘다니며 여기저기 들쑤셔 보았지만, 단 한개의 엽전도 찾지 못하자 저는 그만 멘탈이 바사삭 부서져 버렸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 포기하려고 마음먹었을 무렵 엽전 하나가 갑자기 땅에서 톡~하고 튀어나왔습니다.
동그란 물체 가운데 네모난 구멍이 보이자 저는 너무 기뻐 미친 사람마냥 소리를 지를 뻔 했습니다. 첫 엽전을 찾고나자 다시 의지가 불같이 타올랐습니다. 이후 여러 각도로 공부를 하면서 옛 지도 보는 방법을 알게 되고 인터넷 산행기도 참조하면서 '나만의 옛길 포인트 지도'를 만들어 다녔습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엽전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주구장창 산에 다닌다고 핀잔을 주는 아내에게 늘 되받으며 하는 소리가 "엽전 1,000개만 찾으면 바로 그만둔다!" 였는데 이는 당연히 실현 불가능한 일을 내세워 계속 산탐을 지속해 보려는 나름의 얄팍한 계산이었습니다.
비록 모순적이기는 하지만, 또한 동시에 실현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은근히 담겨있는 소원이기도 했죠.
그런데...
그게...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금세 소원이 이루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시나브로 모인 것들을 대충 세어보니 대한제국 근대전 70여 개에다 엽전만 1,000개가 훌쩍 넘습니다.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감격의 눈물을 잠시 훔치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투명 박스에 전리품들을 출신 지역별, 포인트별로 구분해 정리를 했습니다.
6.25 때 탄피는 너무 흔하게 발견돼 이제 가져오지 않지만, 초보 때는 신기해서 더러 챙겨 오기도 했습니다.
귀한 대한제국 근대전과 은화를 비롯해 조선통보, 십전통보, 상평통보 당이전, 천자문전, 중형전, 당일전, 당백전, 당오전 등은 종류별로 상태 좋은 것을 하나씩 골라 따로 전시하려고 고오~급 캡슐에 넣어 두었습니다.
각 상자를 열어 보면 이와 같이 지역별, 포인트별로 구분해 놓은 엽전과 근대전, 조선 반지나 노리개 장식, 담뱃대와 같은 아기자기한 유물들이 들어있습니다.
어떤 칸은 달랑 한 두 개만 들어있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도 높은 산 고개까지 힘겹게 올라 얻은 거라 소중한 피와 땀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한 칸, 한 칸을 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옛 지도를 보고 고생고생하며 산에 올랐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면 시행착오가 많아 그리 만만한 일이 결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의욕이 넘쳐 무리한 산행을 하다 위험한 순간을 맞이한 적도 꽤 있습니다.
한 번은 수은주가 35도를 찍은 한여름에 물을 깜빡 챙겨가지 않아, 급격한 탈수증세가 와서 열 걸음 걷고 주저앉고를 반복하며 어스름한 늦은 저녁 무렵에 초주검이 되어 겨우 산을 내려온 기억도 납니다.
그날, 까딱 잘못했으면 산속에서 백골로 발견되어
뉴스에 나왔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런 어려운 과정들을 겪으며 얻은 녀석들이라 더욱 애착이 가는 탐지물들입니다. 가끔 심심할 때마다 꺼내 열어보면서 그 날의 여러 기억들을 떠올리며 미소 짓곤 합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티끌 모아 태산,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크게 와닿습니다.
만약 그때 유튜브 영상을 보지 못했다면 틀림없이 이 엽전들은 지금도 땅속에서 잠자고 있거나, 일부는 다른 탐지인의 보물상자에 들어있을 것입니다.
화석탐사기와 마찬가지로 금속탐지 탐사기와 탐지 요령, 찾아낸 유물, 상평통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별도의 시리즈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금속탐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입문서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여러분도 이제 보물을 찾을 준비가 되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