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ballet academy
발레에서 에티튜드(Attitude)라는 동작이 있다. 상체를 꼿꼿하게 세우고 한 축 다리의 발끝으로 서서 다른 쪽 다리를 뒤로 뻗고 쭉 피는 아라베스크(arabesque)에서 뻗은 다리의 무릎을 구부리고 발끝을 위로 향하게 하는 동작이다. 이때 구부린 다리는 어떤 통나무를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높이나 각도는 제기를 차는 느낌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 발끝이 무릎보다 위로 있어야 하고, 발 안쪽에 물컵을 올려놔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 오늘은 오전에 휴가를 내고 원장님이 직접 진행하는 발레 레슨을 받으러 갔다. 평소 본 적 없던 수강생이어서 그런지 원장님은 각별한 밀착 지도를 해주셨다. 매트에 누워서 스트레칭을 할 때부터 그랬다. 쭉 뻗어 들어 올린 한쪽 다리를 내 얼굴 옆까지 끌어와 붙이는 순간에는 다리가 뜯어지는 줄 알았다.
이후 위 에티튜드 동작에선 원장님이 직접 통나무가 되어주셨다. 원장님의 키가 되게 크고 발레리나치고 체격이 꽤 있으신 편이어서, 내 뒤에서 나를 끌어안은 인간 통나무는 몹시 듬직한 느낌을 주었다. 원장님은 내 한쪽 다리를 잡아 마치 고관절에서 다리를 뽑아버릴 정도의 엄청난 힘을 행사하며 본인의 허리에 감았고, 동시에 갈비뼈를 조이라며 한쪽 팔로 내 몸통을 강하게 껴안아 압박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몹시 이상적인 에티튜드로 아름답긴 했지만, 그 상태를 유지하는 내내 신음이 절로 나왔고, 다른 수강생들은 원장님에게 감긴 채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나를 보며 웃었다.
그렇게 인간 통나무에 감겨 한쪽 발끝으로 서서 다른 쪽 다리는 뽑혀나갈 듯 잡아당겨지고 갈비뼈는 압박당한 채 완벽한 에티튜드 동작을 강제로 지속하는 동안 문득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내가 다른 인간 존재와 이 정도로 넓은 면적을 맞닿은 채 타인의 체온을 느껴본 일이 굉장히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원장님의 듬직한 체구와 강력한 힘과 나를 휘감은 채 본인을 휘감게 만든 그 상황은 몹시 고통스럽고 힘이 드는 동작이었으므로, 나는 체온이 올랐고 원장님은 원래 체온이 높은 사람 같았다. 그 상태의 온도가 높았으므로, 나는 문득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비하의 의도는 절대 없지만 원장님의 발레리나답지 않은 건장한 체격 때문일지도 모른다.
고소한 정수리는 키가 굉장히 컸기 때문에 그 애가 나를 안아주면 어깨너머 험난한 세상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그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면 그 애는 더 오랫동안 세게 끌어안고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그 품 속에서 포곤한 한숨을 쉬곤 했다.
사람의 커다랗고 단단한 품은 일시적일지라도 효과가 좋다. 뇌하수체 후엽에서 옥시토신이 흘러나오는 느낌이 든다. 타인의 체온으로부터 전해지는 온기, 적당한 무게와 압박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어떤 넓고 따뜻한 품에 가려 시야가 차단되면, 세상에서 마주하기 싫은 것들로부터 잠시나마 피해 안심할 수 있다. 그런 공간이 있다면 겨울이 덜 춥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