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에 대한 장상(長想)

단상(斷想) 말고.

by Ubermensch





이번 여성성 주제는 지난번에 썼던 남성성에 대한 장상(長想) 글과는 맥을 약간 달리한다. 여성의 성(性)에 관해 좀 더 초점을 두고 싶다. 수사관으로서 근무한 십 년 간 성폭력 사건을 수도 없이 마주하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백한 사건은 제외하고, 내 기준 피해자를 피해자로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여성 피해자에 대해서. 특히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길 줄 모르는 소녀들에 대해서다. 아청 사건의 피해자랍시고 올라온 피해자들의 행태를 보고 있자면 속이 터진다. 내가 그 애들의 언니라면 등짝을 세게 많이 때리고 머리를 박박 밀어서 방에 1주일간 가둬 두고 싶은 마음이 치밀어 오른다.


너무 어린 십 대 소녀들이, 내가 보기엔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이나 타고 인형놀이나 해야 할 것 같은 초등학생까지.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도 않은 신체 부위 사진을 찍어 단돈 몇천 원에 팔지를 않나, 돈 몇 푼 받겠다고 조건만남을 하다가 애가 애를 만드는 경우도 생긴다. 그 애의 애는 무슨 죄로 차가운 수술대에서 갈가리 찢겨 버려져야 하는지. 이런 끔찍한 경험은 또 그 소녀들의 인생에서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이버 세상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위험한 어플에서, 소녀들은 본인의 어린 몸을 마치 상품처럼 전시하며 호객 행위를 한다. 욕정에 눈이 먼 남자들은 그 애들이 미성년자임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임에도, 굳이 알려고 하지 않은 채 그 성을 샀다가 법정에 서는 신세가 된다.


이 성욕에 지배당한 피고인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일단은 논외로 하고, 나는 이 소녀들을 피해자로 보아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주어야 할 때 화가 몹시 난다.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주기 위해서는 피해 사실을 작성해야 하는데, 본인이 스스로 인터넷에 음란한 사진을 게시해서 조건만남 상대를 구하는 글을 올리고, 생판 모르는 아저씨를 만나 적극적으로 성관계를 하고 돈을 받은 상황에 대해, 내가 도대체 무슨 수로 피해 사실을 만들어 기재해야 할지 깝깝하다. 나는 검사님께 소년원에서 갓 출소한 기념으로 온몸에 문신을 한 채 인터넷 방송에서 전라로 춤을 춘 십 대 소녀를 어떻게 성범죄의 피해자로 볼 수 있겠냐고, 절대 국선변호인 신청을 해줄 수 없다고 화를 막 냈다. 내 기세에 검사님도 하지 말라고 했다.


가정환경이 넉넉하지 않아서, 혹은 부모님이 충분한 애정을 주지 않아서, 어울리는 무리에서 다들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에. 그들이 그 작고 어린 몸을 함부로 대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나 하나같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재판에서 성범죄의 피해자랍시고 증인으로 소환하기 위해 사건 기록을 보다 보면, 이 미성년 피해자들은 집이 아닌 소년원에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인생을 포기한 채 소중한 몸을 더럽히고 사는 모습을 보면 같은 여자로서 안타까워 어쩔 줄을 모르겠다.


학생이 공부나 할 것이지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용돈이 필요하면 차라리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애정이 고프다면 조금만 더 자란 다음에 성인이 되어서 연애를 해도 충분히 많은 남자를 만나 사랑을 받을 수 있는데. 그 미성숙한 몸을 탐하는 남자들은 진심으로 너를 아껴주는 게 아닌데. 나는 어린 학생들에 대한 사회나 가정의 역할이, 좋은 대학에 보낼 목적으로 최대한 많은 지식을 머리에 쑤셔 넣는 것에 치중하기 이전에, 아이가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귀하게 여기고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우선해서 함양시켜야 한다고 본다.


십 대 시절부터 몸을 이용해 쉽게 큰돈을 버는 방법을 맛본 소녀들이, 자라서 정상적인 노동을 하고 소소한 임금에 만족하며 평범한 직장에 다닐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그에 대한 수요가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공급도 필요하다고, 애써 그 음지에 대해 모른 척 시선을 거두어야 하는 걸까. 가슴이 너무 답답해지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성범죄는 최대한 마주하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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