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우리는 거리를 사랑했을 뿐인데, 왜 떠나야 했나?

2부 성공이 남긴 그림자, 젠트리피케이션

by 마나월드ManaWorld
도시-3장.234Z.png 부제: 숫자로 기록된 사람들의 이야기, 젠트리피케이션의 인적 비용


2018년 3월 15일, 대전 대흥동 오후 5시.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10년간 지역 예술가들의 거점이었던 복합문화공간 '다다르다'가 문을 닫았다.

누군가에게는 첫 시집 낭독회의 추억이었고,

또 다른 이에게는 동아리 모임 장소였던 공간이었다.


"여기서 첫 시집 낭독회 했었는데..."

"우리 동아리 모임 장소였는데..."

"아이가 여기서 책 읽기를 배웠어요..."


사장의 마지막 인터뷰는 씁쓸했다

"처음 문을 열 때 월세 25만원이었어요.

그런데 재건축을 앞두고 보증금 3,000만원에 월 99만원까지 올랐습니다.

더는 버틸 수가 없었죠"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더 가슴 아픈 건 따로 있었어요.

제일 서러운 게 뭔지 아세요?

건물주가 '당신들 때문에 동네가 유명해진 것도 아니잖아' 이러더라고요.

우리가 10년을..."


말을 잇지 못했다.


2부 3장: "우리는 그 거리를 사랑했을 뿐인데, 왜 떠나야 했나"

(숫자로 기록된 사람들의 이야기, 젠트리피케이션의 인적 비용)



1. 숫자가 되어버린 사람들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할 때 우리는 숫자를 본다.

• 임대료 상승률 300%

• 폐업률 45%

• 프랜차이즈 비율 70%

하지만 그 숫자 뒤에는 사람이 있다.


대전 원도심 연구(2023)가 기록한 실제 사례들:

'꼬씨꼬씨' (구 문화공간 주차)

• 2012년: 월 30만원

• 2018년: 월 50만원

• 2018년 말: 퇴거 요청, 내용증명 수령

• 현재: 프랜차이즈 카페 입점


'다다르다' (복합문화공간)

• 10년간 지역 예술가들의 거점

• 임대료 인상 압박

• 2019년: 폐업


'앙뜨르뽀' (독립서점)

• 임대 증액 내용증명 수신

• 재건축으로 폐점

• 다른 지역으로 이전 개업


이들의 공통점? 모두 '지역을 만든 사람들'이었다.


2. 첫 번째 이야기: 원조 가게의 몰락

인물: 성수동 수제화 장인 박명수 씨(68세)

"40년이에요, 40년."


1984년부터 이 자리를 지켜온 수제화 공방.

한때는 연예인들도 찾아왔다.


"IMF도 버텼어요.

중국산 때문에 힘들 때도 버텼고요.

그런데 임대료는... 못 버티겠더라고요."


변화의 기록:

• 1984년: 월 10만원 (당시 시세)

• 2000년: 월 50만원

• 2010년: 월 150만원

• 2020년: 월 400만원

• 2023년: 월 600만원 요구


"처음엔 카페들 들어와서 좋았어요.

사람 많아지니까 우리 가게도 알려지고.

그런데 이제는 우리 같은 가게는 필요 없나 봐요."


그가 놓친 타이밍:

2018년, 건물이 매각됐을 때였다.


"새 건물주가 와서 인사하더라고요.

'어르신 오래 계셨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그때 계약서를 다시 썼어야 했는데... 서로 믿고 하자고, 구두로만..."


2년 후, 임대료 폭탄이 떨어졌다.

마지막 날의 기록:


2024년 2월 29일. 40년 만에 문을 닫는 날.

"단골들이 와서 울더라고요. 젊은 애들도 있었어요.

'아저씨 구두 신고 취직했어요' 하면서. 그런데 뭐... 이제 끝이죠."


그는 이제 경기도 포천에서 작은 수선집을 운영한다.

월세 30만원. 성수동의 20분의 1이다.


3. 두 번째 이야기: 밀려난 주민들

인물: 망원동 30년 거주 이순자 씨(72세)

"여기서 애들 다 키웠어요."


1993년부터 살아온 망원동.

그녀에게는 삶의 터전이었다.


"시장 가서 장보고, 목욕탕 가고, 병원 가고... 다 걸어서 5분이었어요."


변화의 시작:

2019년, '망리단길' 조성

• 전통시장 옆 정육점 → 수제버거집

• 동네 목욕탕 → 필라테스 센터

• 오래된 분식집 → 브런치 카페

• 동네 병원 → 네일샵


"처음엔 좋았어요. 동네가 깨끗해지고, 젊은 사람들 많아지고."


하지만 곧 문제가 시작됐다.


생필품 가게의 소멸:

• 동네 슈퍼: 2020년 폐업

• 세탁소: 2021년 폐업

• 약국: 2022년 이전

• 반찬가게: 2023년 폐업


"이제 장보러 버스 타고 나가야 해요. 늙은이한테는 이게 큰일이에요."


소음과 쓰레기:

"주말엔 밖에 나가기도 싫어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새벽까지 시끄럽고, 쓰레기는... 월요일 아침에 보면 끔찍해요."


결국 그녀도 떠났다.

2024년 1월, 아들이 사는 일산으로.


"30년 살던 곳을 떠나니까... 뿌리 뽑힌 기분이에요.

친구들도 다 흩어졌고. 거기는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고."


마지막으로 한 말

"우리가 뭘 잘못했나요? 그냥 여기서 늙어가고 싶었을 뿐인데."


4. 세 번째 이야기: 꿈을 접은 청년들

인물: 연남동 독립서점 창업자 최지영 씨(32세)

2021년 겨울, 그녀는 꿈을 안고 연남동에 왔다.


"대기업 다니다가 그만뒀어요.

내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책과 커피가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그런 곳."


창업 당시 계산:

• 보증금: 3,000만원 (대출)

• 월세: 250만원

• 예상 매출: 월 800만원

• 예상 순익: 월 200만원

"빠듯하지만 할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현실은 달랐다.

6개월 후:

• 양옆에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입점

• 고객 30% 감소

• 커피 원가 경쟁 불가능


1년 후:

• 임대료 재계약: 300만원 요구

• 매출: 월 500만원으로 감소

• 순익: 마이너스


"프랜차이즈랑 경쟁이 안 돼요.

그들은 커피로 손해 봐도 괜찮거든요.

우리는 커피 한 잔이 생명인데."


압박은 계속됐다.

건물주의 요구:

• "간판 좀 바꿔주세요. 건물 이미지랑 안 맞아요."

• "영업시간 좀 늘려주세요. 옆 가게는 새벽까지 하던데."

• "테라스 사용료 따로 내셔야 해요."


본사의 압박을 받는 프랜차이즈와 달리, 그녀는 건물주의 압박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2023년 8월, 폐업.

"2년 버텼어요. 더는 무리였어요.

빚만 5,000만원 남았고요."


지금 그녀는 다시 회사에 다닌다.

"후회는 안 해요. 해보고 싶은 걸 해봤으니까.

그런데... 다시는 못하겠어요.

이 도시에서 작은 꿈을 꾸는 건 사치인 것 같아요."


5. 네 번째 이야기: 전향한 사람들

인물: 프랜차이즈 전향자 김민준 씨(45세)

그도 한때는 개인 카페 사장이었다.


"2018년에 홍대에서 시작했어요.

나만의 시그니처 메뉴도 만들고, 인테리어도 직접 하고."


3년간의 기록:

• 2018년: 월 매출 2,000만원

• 2019년: 월 매출 1,500만원

• 2020년: 월 매출 800만원 (코로나)

• 2021년: 폐업


"코로나가 결정타였죠.

그런데 진짜 문제는 임대료였어요.

매출은 반으로 줄었는데 임대료는 그대로.

배달앱 수수료는 30%. 버틸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2022년, 프랜차이즈 가맹점 오픈.


"자존심 상했죠.

그런데 애들 학원비는 내야 하고, 집 대출금도 있고.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프랜차이즈의 현실:

장점:

• 안정적 공급망

• 마케팅 지원

• 운영 매뉴얼

• 브랜드 인지도


단점:

• 로열티 6%

• 원재료 강제 구매 (마진 10%)

• 인테리어 규정 (본사 지정업체)

• 창의성 제로


"이익은 별로 안 남아요.

그래도 망할 확률은 낮으니까.

독립 카페 할 때는 매일이 전쟁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되니까."


그의 속마음

"가끔 손님들이 '여기도 프랜차이즈네' 하면서 실망하는 게 보여요.

미안하죠. 그런데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우리가 뭘 잘못한 건가요?"


6. 다섯 번째 이야기: 남은 사람들의 고군분투

인물: 성수동 '어니언' 베이글 가게 사장 박현정 씨(38세)

모두가 떠날 때, 그녀는 남았다.


"2020년에 시작했어요.

이미 임대료 비싸다는 거 알고 있었죠.

그래도 여기가 좋았어요."


생존 전략:

1. 차별화:

• 새벽 4시 출근, 당일 생산

• 비건 베이글 개발

• 지역 농산물 사용


1. 관계 구축:

• 주변 카페와 협업

• 단골 관리 (이름 외우기)

• SNS 소통 강화


1. 비용 절감:

• 1인 운영 (인건비 절감)

• 직거래 (중간 마진 제거)

• 테이크아웃 중심 (공간 최소화)


"하루 18시간 일해요. 주말도 없고요. 그래도 버티고 있어요."


임대료 협상:

"건물주님께 편지를 썼어요.

우리 가게가 이 건물에 어떤 가치를 더하는지, 왜 함께 가야 하는지.

3장을 빼곡히 썼죠."


결과: 임대료 10% 인하


"많지 않지만, 그 10%가 저한테는 생명줄이에요."


그녀의 철학

"떠나는 사람들 탓하지 않아요.

저도 언젠가는 떠날 수 있죠.

그런데 지금은... 이 거리가 완전히 프랜차이즈만 남기 전에,

누군가는 버티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7. 보이지 않는 비용들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비용들이 있다.


심리적 비용:

• 불안감: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

• 상실감: "내가 만든 게 아무것도 아니구나"

• 배신감: "동네가 나를 버렸다"


사회적 비용:

• 관계망 해체

• 커뮤니티 붕괴

• 지역 정체성 상실


문화적 비용:

• 다양성 소멸

• 창의성 억압

• 획일화된 풍경


이순자 할머니의 말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30년 쌓은 관계, 추억, 정... 이런 걸 누가 보상해 줘요?"


8. 프랜차이즈의 인간적 얼굴

인물: 스타벅스 바리스타 정씨(29세)

"저희도 사람이에요."


그녀는 3년째 성수동 스타벅스에서 일한다.

"'대기업이 골목상권 죽인다' 이런 말 들을 때마다...

저희도 여기서 일하는 사람인데요. 저희가 무슨 악마인가요?"


그녀의 하루:

• 오전 6시 출근

• 하루 300잔 이상 제조

• 클레임 처리

• 재고 관리

• 오후 11시 퇴근


"시급은 최저시급에서 조금 더 받는 수준이에요.

그나마 4대 보험 있는 게 다행이죠.

개인 카페에서 일할 때는 그것도 없었거든요."


딜레마:

"단골손님들이 있어요.

매일 오시는 할아버지, 공부하는 학생들...

그분들한테 저희 매장은 일상이에요.

우리가 없어지면 그분들은 어디 가실까요?"


그녀의 고민:

"개인 카페도 좋아해요.

쉬는 날엔 일부러 찾아가요.

그런데 일하는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가 더 안정적이에요.

매뉴얼이 있고, 교육이 있고, 복지가 있으니까."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

"젠트리피케이션이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모두가 함께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개인 카페도, 프랜차이즈도, 오래된 가게도. 꼭 누군가는 떠나야 하나요?"


9. 행정의 고뇌

인물: 성동구청 도시재생과 김 주무관(35세)

"욕 많이 먹어요. 양쪽에서 다."


그는 5년째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업무를 담당한다.


하루 일과:

• 오전: 민원 처리 (임차인 호소)

• 오후: 건물주 면담 (협조 요청)

• 저녁: 상생협약 회의 (진전 없음)


"상인들은 '구청이 뭐 하냐'고 하고,

건물주들은 '재산권 침해'라고 하고.

위에서는 성과 내라고 하고."


그가 겪는 한계:

법적 권한:

• 임대료 규제 권한 없음

• 상생협약 강제력 없음

•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 불가


예산 한계:

• 직접 지원금 부족

• 공공임대상가 매입 어려움

• 홍보/교육 예산 부족


"할 수 있는 게 회의랑 캠페인이에요. 그런데 그걸로 뭐가 바뀌나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

"작은 성과들이 있어요.

상생협약으로 임대료 동결한 건물주님도 계시고,

청년 창업 지원으로 버티는 가게도 있고.

느리지만... 변화는 있어요."


그의 바람

"언젠가는 모두가 '우리 동네'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거리가 됐으면 좋겠어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10. 숫자 너머의 진실

대전 원도심 연구가 밝힌 것:


"공시지가와 노후도 같은 데이터로는 포착할 수 없었다.

결국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인적 비용을 측정하는 새로운 지표들:

1. 평균 거주/영업 연수

1. 세대 간 관계망 밀도

1. 보행 5분 내 생필품 구매 가능 여부

1. 주민 정서 지수 (소속감, 안정감)

1. 문화 다양성 지수


하지만 이것도 완벽하지 않다.


어떻게 할머니의 눈물을 숫자로 만들 것인가?

어떻게 청년의 좌절을 그래프로 그릴 것인가?


결론: 사람을 위한 도시

2018년 봄, 다시 대흥동.


복합문화공간 '다다르다'가 있던 자리엔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섰다.

깔끔하고, 밝고, 효율적이다.

그런데 뭔가 빠졌다.


단골 김 씨(45세)의 말:

"커피 맛은 비슷해요. 가격도 비슷하고.

그런데... 여기는 그냥 커피 사 가는 곳이에요.

예전엔 커피 마시러 가는 곳이었는데."


그 차이가 바로 '인적 비용'이다.


우리가 잃은 것들:

• 사장님과 나누던 안부

• 단골들끼리 주고받던 미소

• 동네 소식이 오가던 공간

• 누구나 환영받던 느낌

• '우리 동네'라는 자부심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젠트리피케이션의 진짜 비용은 돈이 아니다. 사람이다.


떠난 사람들의 빈자리.

남은 사람들의 외로움.

올 사람들이 잃을 기회.


마지막 메시지:

"우리는 그 거리를 사랑했을 뿐인데, 왜 떠나야 했나?"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더 나은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사람이 있어야 도시다. 사람이 떠나면 그저 건물일 뿐이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모든 변화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3고리 메커니즘'을 통해 들여다볼 것이다.

가격이 오르고, 주인이 바뀌고, 관계가 끊어지는 그 정교한 톱니바퀴를.


도시는 영원한 베타버전이다. 그리고 업데이트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






1. 대전 원도심 젠트리피케이션 특성 연구

• 저자: 송복섭

• 논문: 「지방 광역시 도시재생사업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특성에 관한 연구」 (2023)


2. 공간의 금융화와 젠트리피케이션 연구

• 저자: 강내희

• 논문: 「공간의 금융화와 한국의 도시 젠트리피케이션: 문화정치경제적 접근」 (2017)


3. 성수동 젠트리피케이션 과정 연구

• 저자: 김상현, 이한나

• 논문: 「성수동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 및 특성 연구」 (2016)


4.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진단체계 연구

• 저자: 심경미, 이상민, 차주영

• 기관: 건축공간연구원(AURI)

• 보고서: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사업의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진단체계 구축 및 활용방안 연구」 (2018)




이 글은 실제 사실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내러티브 논픽션입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대화와 상황은 서사적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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