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보이지 않는 손은 어떻게 동네를 삼키는가

2부 성공이 남긴 그림자, 젠트리피케이션

by 마나월드ManaWorld
2부젠트리4-3.961Z.png 부제: 가격 상승, 소유 전환, 관계 약화 - 젠트리피케이션의 3고리 메커니즘

2022년 6월, 서울 을지로 3가.

"이상하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가 L씨(34세)가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분명 상권은 활성화됐는데, 왜 원래 있던 가게들은 다 사라졌을까?"


그녀는 지난 10년간 을지로의 변화를 추적하고 있었다. 데이터는 명확했다.


• 유동인구: 300% 증가

• 평균 매출: 250% 증가

• 상권 활력도: 최상위권


성공 스토리처럼 보인다. 그런데...

• 10년 이상 점포: 80% 소멸

• 원주민 상인: 90% 이탈

• 업종 다양성: 60% 감소


같은 공간, 다른 이야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녀는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2부 4장: 보이지 않는 손은 어떻게 동네를 삼키는가

(가격 상승, 소유 전환, 관계 약화 - 젠트리피케이션의 3고리 메커니즘)


1. 첫 번째 고리: 가격의 폭주

2012년, 을지로 인쇄골목.

인쇄소 사장 김 씨(58세)의 일상은 단순했다.

"월세 50만원, 하루 매출 30-40만원. 먹고 살만했죠."


그런데 2015년, 첫 번째 변화가 시작됐다.


힙지로의 탄생:

• 젊은 예술가들 유입

• 빈 공간을 작업실로

• SNS에 '을지로 감성' 확산


"처음엔 좋았어요. 젊은이들이 와서 활기차고. 인쇄 주문도 가끔 하고."


가격 상승의 시작:

2016년: 커피숍 하나 둘 오픈

2017년: 유명 맛집 소개되기 시작

2018년: 부동산 투자자들 관심

2019년: 본격적인 가격 폭등


숫자로 본 변화:

• 상가 매매가: 평당 1,000만원 → 3,000만원

• 월 임대료: 50만원 → 200만원

• 보증금: 1,000만원 → 5,000만원


김 씨의 계산:

"월세 200만원 내려면 하루에 10만원은 더 벌어야 해요. 인쇄로? 불가능하죠."


가격 상승의 메커니즘:

초기 활성화 → 투자 관심 증가 → 매매가 상승 → 신규 건물주의 투자금 회수 압박 → 임대료 인상 → 기존 임차인 압박 → 수익성 높은 업종만 생존


부동산 전문가 P씨의 분석:

"건물주 입장을 보세요.

3배 가격에 건물을 샀어요.

은행 이자만 월 500만원이에요.

당연히 임대료 올릴 수밖에 없죠."


2. 두 번째 고리: 소유의 대이동

2019년, 본격적인 소유권 전환


을지로 30년 터줏대감 이 씨(65세):

"우리 건물주는 40년 된 친구 같은 사람이었어요.

형님, 아우 하면서 지냈죠."


그런데 2019년 5월, 건물이 팔렸다.


새 건물주의 정체:

• ○○자산운용 (법인)

• 본사: 강남구 테헤란로

• 보유 건물: 전국 47개


"처음 온 날부터 달랐어요.

양복 입은 젊은 사람이 와서 계약서부터 다시 쓰자고.

월세도 3배로 올리고"


소유 전환의 패턴:

1단계: 개인 → 개인 (투자자)

• 동네 건물주 → 외지 투자자

• 관계 중심 → 수익 중심


2단계: 개인 → 법인

• 투자자 → 자산운용사

• 수익 중심 → 수익 극대화


3단계: 법인 → 리츠/펀드

• 자산운용사 → 금융상품화

• 건물 =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


인사동 데이터가 보여준 진실:

2000-2004년 (문화지구 지정 직후)- 거래량: 300% 증가

법인 소유: 15% → 45%- 외지인 소유: 25% → 60%


소유 전환이 만드는 변화:

관계의 단절:

• 얼굴 아는 건물주 → 얼굴 없는 회사

• 대화 가능 → 내용증명으로만 소통

• 유연한 협상 → 계약서가 전부


의사결정 구조:

• 건물주 개인 판단 → 이사회 결정

• 지역 상황 고려 → 재무제표만 고려

• 장기적 관계 → 단기 수익


3. 세 번째 고리: 관계의 붕괴

2020년, 코로나 시대의 을지로


"다 흩어졌어요."


세운상가 전자부품 상인 박 씨(52세)의 한숨

"옆집하고 30년 같이 장사했는데, 작년에 나갔어요.

앞집도 나갔고, 뒷집도... 이제 아는 사람이 없어요."


관계 붕괴의 과정:

1차 붕괴: 오래된 상인 이탈

• 임대료 부담

• 업종 전환 압박

• 세대교체 실패


2차 붕괴: 협력 네트워크 해체

• 부품 융통

• 고객 소개

• 정보 공유


3차 붕괴: 지역 정체성 소멸

• "우리 골목" → "그냥 상가"

• 공동체 행사 중단

• 상인회 유명무실


성수동 연구가 밝힌 사실:

"외부 방문객 중심의 상업화는 지역 관계망을 약화시킨다.

주민-상인 연결고리가 끊어지면 지역 정체성도 사라진다."


관계 자본의 경제학:

전통적 상권:

상인 A ↔ 상인 B ↔ 상인 C

↓ ↓ ↓

주민 X 주민 Y 주민 Z

• 다층적 연결

• 상호 의존

• 집단 대응 가능


젠트리파이드 상권:

프랜차이즈 A 프랜차이즈 B 독립점 C

↓ ↓ ↓

관광객 관광객 (고립)

• 수직적 관계

• 본사 의존

• 개별 대응만 가능


4. 3고리의 상호작용: 죽음의 스파이럴

이 세 고리는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서로를 강화하며 가속한다.


실제 사례: 홍대 앞 변화 과정

1단계 (2000-2005): 문화적 발견

• 임대료 저렴 → 예술가 유입

• 독특한 문화 형성 → 관심 증가

• 상인-예술가 협력 → 정체성 강화


2단계 (2005-2010): 상업적 성공

• 방문객 증가 → 매출 상승

• 매출 상승 → 임대료 상승 시작

• 투자자 관심 → 건물 거래 증가


3단계 (2010-2015): 전환점

• 임대료 급등 → 예술가 이탈

• 건물주 교체 → 관계 단절

• 프랜차이즈 유입 → 획일화


4단계 (2015-2020): 새로운 균형

• 대자본 중심 상권

• 관광지화

• 원주민 소멸


5단계 (2020-현재): 정체와 쇠퇴

• 차별성 상실

• 코로나로 관광객 급감

• 공실 증가


홍대·합정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3년 2분기 5.7% → 2024년 2분기 12.2%로 상승.

(KOSIS, 2023.Q2~2024/Q2)


홍대 30년 주민 김 씨:

"홍대가 홍대가 아니에요.

이제는 그냥 번화가죠. 어디나 있는."


5. 개입 지점: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곳

P1: 가격 상승 초기

시점: 관심 증가, 매출 상승 시작 가능한 개입:

• 상생협약 체결

• 임대료 인상률 제한

• 공공 매입

성공 사례: 서울시 '안심상가' (제한적 성공)


P2: 소유 전환 진행 중

시점: 건물 거래 활발, 외지인 유입 가능한 개입:

• 공공 우선매수권

• 거래 시 임차인 보호 의무화

• 지역자산화 (주민 공동 매입)

시도 사례: 광주 광산구 - 행정안전부 ‘지역자산화 지원사업’


P3: 관계 약화 감지

시점: 상인회 갈등, 협력 감소 가능한 개입:

• 커뮤니티 공간 조성

• 네트워크 프로그램

• 갈등 조정 시스템

성공 사례:

부산 중구 '또따또가' 프로젝트

광주 동구 충장로 공유공간 ‘多가치 플랫폼’


6. 왜 개입이 어려운가

구조적 한계:

1. 시차의 문제:

• 신호 감지 → 정책 결정 → 실행

• 최소 1-2년 소요

• 그사이 상황은 악화


1. 권한의 문제:

• 사유재산 개입 한계

• 강제력 없는 권고

• 부처 간 칸막이


1. 자원의 문제:

• 예산 부족

• 전문 인력 부족

• 정치적 의지 부족


정책 전문가 K박사:

"문제를 알아도 손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법적 근거도 없고, 예산도 없고.

무엇보다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해요."


7. 그래도 가능한 일들

작은 성공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 빈 점포 활용

• 청년 창업 지원

• 기존 상인과 협력

핵심: 대립이 아닌 공존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

• 자발적 연대

• 공동 임대 협상

• 가치 공유

핵심: 선제적 대응


제주 원도심 프로젝트

• 지역자산화

• 주민 참여 설계

• 단계별 개발

핵심: 주민 주도


8. 새로운 상상: 고리가 아닌 그물

만약 3고리를 끊을 수 없다면? 다른 연결을 만들면 된다.


대안적 연결망:

상인 ↔ 상인 ↔ 주민

↓ ↓ ↓

건물주 지자체 시민단체

↓ ↓ ↓

공동 이익 창출


실험 사례: 독일 '임차인 조합'

• 임차인들이 건물 공동 매입

• 조합원 = 임차인 = 소유주

• 임대료 = 운영비만 충당


한국 적용 가능성:

• 사회적 금융 활용

• 크라우드 펀딩

• 공공 지원 결합


9. 불편한 질문들

질문 1: 변화는 나쁜가?

아니다. 도시는 변해야 한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다.


질문 2: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

투자자? 원주민? 방문객?

모두를 위한 도시는 가능한가?


질문 3: 발전의 대가는 누가 치르는가?

이익은 건물주와 투자자에게,

비용은 임차인과 주민에게. 이게 공정한가?


10. 결론: 보이지 않는 손을 보이게 하기

2025년 봄, 다시 을지로.

L씨는 여전히 데이터를 분석한다.

하지만 이제 다르게 본다.


"숫자 뒤의 매커니즘을 봐야 해요.

가격이 오르고, 주인이 바뀌고, 관계가 끊어지는 그 과정을."


우리가 할 일:

첫째, 매커니즘을 이해하라.

• 3고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 내 동네는 어느 단계인지

• 개입 지점은 어디인지


둘째, 연결을 만들어라.

• 이웃과의 연결

• 상인과의 연결

• 공동체와의 연결


셋째, 기록하고 공유하라.

• 변화의 과정을

• 성공과 실패를

• 배운 교훈을


마지막 메시지: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조절한다고 했다.

젠트리피케이션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다.

하지만 그 손은 자동으로 선을 만들지 않는다.


우리가 그 손을 보이게 하고, 필요하다면 방향을 바꿔야 한다.


3고리 메커니즘. 정교하고 강력하다.

하지만 불변의 법칙은 아니다.

우리가 만든 시스템은 우리가 바꿀 수 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메커니즘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질 관리와 보상'이라는 도구를 살펴볼 것이다.


막을 수 없다면 다스려야 한다.

그리고 다스리는 방법은 있다.


도시는 영원한 베타버전이다. 그리고 코드는 다시 쓸 수 있다.






1.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진단체계 연구

• 저자: 심경미, 이상민, 차주영

• 기관: 건축공간연구원(AURI)

• 보고서: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사업의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진단체계 구축 및 활용방안 연구」 (2018)


2. 인사동 소유자 변화 패턴 연구

• 저자: 이재홍, 홍성조

• 논문: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지역에서 소유자 변화의 공간적 분포 -인사동을 중심으로-」 (2020)


3. 성수동 젠트리피케이션 과정 연구

• 저자: 김상현, 이한나

• 논문: 「성수동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 및 특성 연구」 (2016)


4. 서울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요인 연구

• 저자: 김걸

• 논문: 「서울시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원인과 설명요인」 (2007)


5. 공간의 금융화와 젠트리피케이션 연구

• 저자: 강내희

• 논문: 「공간의 금융화와 한국의 도시 젠트리피케이션: 문화정치경제적 접근」 (2017)


이 글은 실제 사실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내러티브 논픽션입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대화와 상황은 서사적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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