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성공이 남긴 그림자, 젠트리피케이션
2022년 6월, 서울 을지로 3가.
"이상하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가 L씨(34세)가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분명 상권은 활성화됐는데, 왜 원래 있던 가게들은 다 사라졌을까?"
그녀는 지난 10년간 을지로의 변화를 추적하고 있었다. 데이터는 명확했다.
• 유동인구: 300% 증가
• 평균 매출: 250% 증가
• 상권 활력도: 최상위권
성공 스토리처럼 보인다. 그런데...
• 10년 이상 점포: 80% 소멸
• 원주민 상인: 90% 이탈
• 업종 다양성: 60% 감소
같은 공간, 다른 이야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녀는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2012년, 을지로 인쇄골목.
인쇄소 사장 김 씨(58세)의 일상은 단순했다.
"월세 50만원, 하루 매출 30-40만원. 먹고 살만했죠."
그런데 2015년, 첫 번째 변화가 시작됐다.
힙지로의 탄생:
• 젊은 예술가들 유입
• 빈 공간을 작업실로
• SNS에 '을지로 감성' 확산
"처음엔 좋았어요. 젊은이들이 와서 활기차고. 인쇄 주문도 가끔 하고."
가격 상승의 시작:
2016년: 커피숍 하나 둘 오픈
2017년: 유명 맛집 소개되기 시작
2018년: 부동산 투자자들 관심
2019년: 본격적인 가격 폭등
숫자로 본 변화:
• 상가 매매가: 평당 1,000만원 → 3,000만원
• 월 임대료: 50만원 → 200만원
• 보증금: 1,000만원 → 5,000만원
김 씨의 계산:
"월세 200만원 내려면 하루에 10만원은 더 벌어야 해요. 인쇄로? 불가능하죠."
가격 상승의 메커니즘:
초기 활성화 → 투자 관심 증가 → 매매가 상승 → 신규 건물주의 투자금 회수 압박 → 임대료 인상 → 기존 임차인 압박 → 수익성 높은 업종만 생존
부동산 전문가 P씨의 분석:
"건물주 입장을 보세요.
3배 가격에 건물을 샀어요.
은행 이자만 월 500만원이에요.
당연히 임대료 올릴 수밖에 없죠."
2019년, 본격적인 소유권 전환
을지로 30년 터줏대감 이 씨(65세):
"우리 건물주는 40년 된 친구 같은 사람이었어요.
형님, 아우 하면서 지냈죠."
그런데 2019년 5월, 건물이 팔렸다.
새 건물주의 정체:
• ○○자산운용 (법인)
• 본사: 강남구 테헤란로
• 보유 건물: 전국 47개
"처음 온 날부터 달랐어요.
양복 입은 젊은 사람이 와서 계약서부터 다시 쓰자고.
월세도 3배로 올리고"
소유 전환의 패턴:
1단계: 개인 → 개인 (투자자)
• 동네 건물주 → 외지 투자자
• 관계 중심 → 수익 중심
2단계: 개인 → 법인
• 투자자 → 자산운용사
• 수익 중심 → 수익 극대화
3단계: 법인 → 리츠/펀드
• 자산운용사 → 금융상품화
• 건물 =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
인사동 데이터가 보여준 진실:
2000-2004년 (문화지구 지정 직후)- 거래량: 300% 증가
법인 소유: 15% → 45%- 외지인 소유: 25% → 60%
소유 전환이 만드는 변화:
관계의 단절:
• 얼굴 아는 건물주 → 얼굴 없는 회사
• 대화 가능 → 내용증명으로만 소통
• 유연한 협상 → 계약서가 전부
의사결정 구조:
• 건물주 개인 판단 → 이사회 결정
• 지역 상황 고려 → 재무제표만 고려
• 장기적 관계 → 단기 수익
2020년, 코로나 시대의 을지로
"다 흩어졌어요."
세운상가 전자부품 상인 박 씨(52세)의 한숨
"옆집하고 30년 같이 장사했는데, 작년에 나갔어요.
앞집도 나갔고, 뒷집도... 이제 아는 사람이 없어요."
관계 붕괴의 과정:
1차 붕괴: 오래된 상인 이탈
• 임대료 부담
• 업종 전환 압박
• 세대교체 실패
2차 붕괴: 협력 네트워크 해체
• 부품 융통
• 고객 소개
• 정보 공유
3차 붕괴: 지역 정체성 소멸
• "우리 골목" → "그냥 상가"
• 공동체 행사 중단
• 상인회 유명무실
성수동 연구가 밝힌 사실:
"외부 방문객 중심의 상업화는 지역 관계망을 약화시킨다.
주민-상인 연결고리가 끊어지면 지역 정체성도 사라진다."
관계 자본의 경제학:
전통적 상권:
상인 A ↔ 상인 B ↔ 상인 C
↓ ↓ ↓
주민 X 주민 Y 주민 Z
• 다층적 연결
• 상호 의존
• 집단 대응 가능
젠트리파이드 상권:
프랜차이즈 A 프랜차이즈 B 독립점 C
↓ ↓ ↓
관광객 관광객 (고립)
• 수직적 관계
• 본사 의존
• 개별 대응만 가능
이 세 고리는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서로를 강화하며 가속한다.
실제 사례: 홍대 앞 변화 과정
1단계 (2000-2005): 문화적 발견
• 임대료 저렴 → 예술가 유입
• 독특한 문화 형성 → 관심 증가
• 상인-예술가 협력 → 정체성 강화
2단계 (2005-2010): 상업적 성공
• 방문객 증가 → 매출 상승
• 매출 상승 → 임대료 상승 시작
• 투자자 관심 → 건물 거래 증가
3단계 (2010-2015): 전환점
• 임대료 급등 → 예술가 이탈
• 건물주 교체 → 관계 단절
• 프랜차이즈 유입 → 획일화
4단계 (2015-2020): 새로운 균형
• 대자본 중심 상권
• 관광지화
• 원주민 소멸
5단계 (2020-현재): 정체와 쇠퇴
• 차별성 상실
• 코로나로 관광객 급감
• 공실 증가
홍대·합정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3년 2분기 5.7% → 2024년 2분기 12.2%로 상승.
(KOSIS, 2023.Q2~2024/Q2)
홍대 30년 주민 김 씨:
"홍대가 홍대가 아니에요.
이제는 그냥 번화가죠. 어디나 있는."
P1: 가격 상승 초기
시점: 관심 증가, 매출 상승 시작 가능한 개입:
• 상생협약 체결
• 임대료 인상률 제한
• 공공 매입
성공 사례: 서울시 '안심상가' (제한적 성공)
P2: 소유 전환 진행 중
시점: 건물 거래 활발, 외지인 유입 가능한 개입:
• 공공 우선매수권
• 거래 시 임차인 보호 의무화
• 지역자산화 (주민 공동 매입)
시도 사례: 광주 광산구 - 행정안전부 ‘지역자산화 지원사업’
P3: 관계 약화 감지
시점: 상인회 갈등, 협력 감소 가능한 개입:
• 커뮤니티 공간 조성
• 네트워크 프로그램
• 갈등 조정 시스템
성공 사례:
부산 중구 '또따또가' 프로젝트
광주 동구 충장로 공유공간 ‘多가치 플랫폼’
구조적 한계:
1. 시차의 문제:
• 신호 감지 → 정책 결정 → 실행
• 최소 1-2년 소요
• 그사이 상황은 악화
1. 권한의 문제:
• 사유재산 개입 한계
• 강제력 없는 권고
• 부처 간 칸막이
1. 자원의 문제:
• 예산 부족
• 전문 인력 부족
• 정치적 의지 부족
정책 전문가 K박사:
"문제를 알아도 손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법적 근거도 없고, 예산도 없고.
무엇보다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해요."
작은 성공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 빈 점포 활용
• 청년 창업 지원
• 기존 상인과 협력
핵심: 대립이 아닌 공존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
• 자발적 연대
• 공동 임대 협상
• 가치 공유
핵심: 선제적 대응
제주 원도심 프로젝트
• 지역자산화
• 주민 참여 설계
• 단계별 개발
핵심: 주민 주도
만약 3고리를 끊을 수 없다면? 다른 연결을 만들면 된다.
대안적 연결망:
상인 ↔ 상인 ↔ 주민
↓ ↓ ↓
건물주 지자체 시민단체
↓ ↓ ↓
공동 이익 창출
실험 사례: 독일 '임차인 조합'
• 임차인들이 건물 공동 매입
• 조합원 = 임차인 = 소유주
• 임대료 = 운영비만 충당
한국 적용 가능성:
• 사회적 금융 활용
• 크라우드 펀딩
• 공공 지원 결합
질문 1: 변화는 나쁜가?
아니다. 도시는 변해야 한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다.
질문 2: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
투자자? 원주민? 방문객?
모두를 위한 도시는 가능한가?
질문 3: 발전의 대가는 누가 치르는가?
이익은 건물주와 투자자에게,
비용은 임차인과 주민에게. 이게 공정한가?
2025년 봄, 다시 을지로.
L씨는 여전히 데이터를 분석한다.
하지만 이제 다르게 본다.
"숫자 뒤의 매커니즘을 봐야 해요.
가격이 오르고, 주인이 바뀌고, 관계가 끊어지는 그 과정을."
우리가 할 일:
첫째, 매커니즘을 이해하라.
• 3고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 내 동네는 어느 단계인지
• 개입 지점은 어디인지
둘째, 연결을 만들어라.
• 이웃과의 연결
• 상인과의 연결
• 공동체와의 연결
셋째, 기록하고 공유하라.
• 변화의 과정을
• 성공과 실패를
• 배운 교훈을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조절한다고 했다.
젠트리피케이션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다.
하지만 그 손은 자동으로 선을 만들지 않는다.
우리가 그 손을 보이게 하고, 필요하다면 방향을 바꿔야 한다.
3고리 메커니즘. 정교하고 강력하다.
하지만 불변의 법칙은 아니다.
우리가 만든 시스템은 우리가 바꿀 수 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메커니즘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질 관리와 보상'이라는 도구를 살펴볼 것이다.
막을 수 없다면 다스려야 한다.
그리고 다스리는 방법은 있다.
도시는 영원한 베타버전이다. 그리고 코드는 다시 쓸 수 있다.
1.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진단체계 연구
• 저자: 심경미, 이상민, 차주영
• 기관: 건축공간연구원(AURI)
• 보고서: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사업의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진단체계 구축 및 활용방안 연구」 (2018)
2. 인사동 소유자 변화 패턴 연구
• 저자: 이재홍, 홍성조
• 논문: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지역에서 소유자 변화의 공간적 분포 -인사동을 중심으로-」 (2020)
3. 성수동 젠트리피케이션 과정 연구
• 저자: 김상현, 이한나
• 논문: 「성수동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 및 특성 연구」 (2016)
4. 서울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요인 연구
• 저자: 김걸
• 논문: 「서울시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원인과 설명요인」 (2007)
5. 공간의 금융화와 젠트리피케이션 연구
• 저자: 강내희
• 논문: 「공간의 금융화와 한국의 도시 젠트리피케이션: 문화정치경제적 접근」 (2017)
이 글은 실제 사실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내러티브 논픽션입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대화와 상황은 서사적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