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당신의 동네가 사라지기 전, 세번의 경고가 울린다

2부 성공이 남긴 그림자, 젠트리피케이션

by 마나월드ManaWorld
city-2ep2.923Z.png 2부 2장: 당신의 동네가 사라지기 전, 세 번의 경고가 울린다. - 연접, 소유 전환, 공실기간 - 데이터로 위기를 읽는 법


2023년 11월, 서울 망원동 오후 2시.

"어? 여기도 스타벅스네?"


대학생 김모 씨(24세)가 친구와 걷다가 멈춰 섰다.

불과 50미터 전에도 스타벅스를 지나쳤다.


"저기 봐. 스타벅스, 이디야, 메가커피... 다 프랜차이즈야."


한때 '망리단길'로 불리며 개성 있는 카페들로 유명했던 이곳.

이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따로 있었다.


프랜차이즈 사이사이, '임대문의' 스티커가 붙은 빈 가게들.

6개월째 비어있다는 옆 가게 사장의 증언.


"임대료가 너무 올라서 나간 건 맞는데... 이상하게 새로 들어오는 데가 없어요.

건물주가 일부러 안 받는 것 같기도 하고."


망원동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2부 2장: 당신의 동네가 사라지기 전, 세 번의 경고가 울린다. (연접, 소유 전환, 공실기간 - 데이터로 위기를 읽는 법)



1. 보이지 않는 전조: 데이터가 말하는 것들

모든 재난에는 전조가 있다. 지진 전의 미세한 떨림처럼.

젠트리피케이션도 마찬가지다. 다만 우리가 그 신호를 읽지 못할 뿐.


AURI(건축공간연구원)의 2018년 연구가 밝힌 핵심 지표:

[핵심 지표 7개]

임대료 변화

매출액 변화 (특히 식음료)

부동산 가격 변화

유동인구 변화

외부 유입 (관광객 등)

업종 변화 (특히 프랜차이즈화)

창·폐업률


[보조 지표 9개] 공시지가, 거래량, SNS 노출도, 거주인구 변화, 부재지주 비율, 신축, 리모델링, 합필 등

하지만 이 모든 지표를 다 추적할 수는 없다.

그래서 찾았다.


세 가지 핵심 신호.


2. 첫 번째 신호: 연접(連接) - 같은 것들이 나란히

"연접 3의 법칙" - 필자의 제안

프랜차이즈가 3개 이상 연속으로 들어서면, 그 거리의 성격이 바뀐다.


왜 3개인가?


1개: 다양성 속의 하나

2개: 우연의 일치

3개: 패턴의 시작

4개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변화


망원동 A구역 실제 사례 (2021-2023):

2021년 10월: 스타벅스 입점

2021년 12월: 메가커피 입점 (30m 거리)

2022년 6월: 개인카페들이 문을 닫았다.

2025년 현재: 프랜차이즈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젠트리피케이션 지역 비교 연구에서 망리단길의 카페 폐업률이 가장 높게 관찰됨.)


연접이 위험한 이유:

경제적 효과:

임대료 담합 구조 형성

독립 상점 경쟁력 급감

획일화된 소비 패턴


심리적 효과:

"여기는 프랜차이즈 거리"라는 인식

독특함을 찾는 방문객 이탈

지역 정체성 상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

"프랜차이즈가 나쁜가?"


아니다.

문제는 프랜차이즈 자체가 아니라 '연접'이다.


프랜차이즈 점주 박 씨(42세)의 항변:

"우리가 무슨 죄인가요? 저도 빚내서 창업한 자영업자예요.

개인카페 하다가 망해서 프랜차이즈로 전향한 거예요. 그나마 본사 시스템 덕분에 버티고 있어요."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의 설명:

"저희도 무작정 출점하지 않아요. 상권 분석하고, 경쟁 업체 보고...

그런데 좋은 자리는 다 거기 몰려있잖아요. 임대료 감당할 수 있는 곳도 거기뿐이고."


진짜 문제는 다양성의 상실이다.

생태계를 생각해보라. 한 종류의 나무만 있는 숲은 병충해에 약하다.

상권도 마찬가지다. 다양성이 사라지면 충격에 약해진다.


3. 두 번째 신호: 소유 전환 - 주인이 바뀐다

"분기당 5%p 법칙" - 필자의 제안

외지인 또는 법인 소유 비율이 분기당 5%p 이상 뛰면 그때부터 상권의 결이 달라진다.


인사동 30년 데이터가 보여준 패턴:

1단계(1990–2000) : 변화는 늘 골목 안쪽, 소형 건물에서 먼저 시작됐다.

외지인 소유가 소가로의 소형 건물을 중심으로 늘어났다.


2단계(2000–2004) : 거래와 소유자 교체가 가장 활발했다.

소형 건물 가운데는 5년 사이 주인이 여섯 번 바뀐 사례도 있었다.

문화지구 지정(2002) 직후의 과열이 배경이었다.


3단계(2004–2010) : 변화의 축이 메인 도로변(인사동길·종로변)으로 번졌다.

거래는 무작위가 아니라 특정 구역에 군집해 몰렸다.


4단계(2010–2019) : 대형·메인가로·역세권을 중심으로 법인 소유가 두드러졌다.

개인 대비 자본력 차이가 건물 규모와 입지를 가른다.


2000~2004, 인사동의 그 짧은 과열의 기억

이 시기에는 거래가 가장 활발했고(특히 지하철역 인근이 두드러짐),

소유자 교체가 빈번했다.

소형 건물에서 이런 움직임이 먼저 강하게 나타났다.


현장 목소리 - 인사동 30년 차 화랑 주인:

"2000년대 초반이 분수령이었어요. 그때부터 건물주가 다 바뀌었죠.

새 주인들은 우리가 누군지, 뭘 하는지 관심 없어요. 그냥 임대료만 올리면 되니까."


하지만 모든 건물주 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새 건물주 중에는 지역을 이해하려는 사람도 있다.

건물을 매입한 김 씨(45세, IT 기업 대표):

"저도 이 동네가 좋아서 건물을 샀어요.

무작정 임대료 올리면 동네가 망가진다는 걸 알아요.

기존 임차인들과 대화하면서 천천히 가려고 해요."


문제는 이런 건물주가 소수라는 것.


왜 ‘법인 소유’가 위험 신호로 읽히는가

데이터상 법인은 대형·메인가로·역세권을 선호한다.

결정은 숫자 중심이고, 회수 기간은 짧다.

그래서 임대료를 밀어올리는 압력이 커지고, 직접 소통의 회로는 얇아진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 직원의 증언:

"법인은 IRR(내부수익률) 몇 % 이런 것만 봐요.

이 동네가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임차인이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는 엑셀에 안 나오거든요."


4. 세 번째 신호: 공실 기간 - 비정상적인 공백

"60일 → 20일 법칙" - 필자의 제안

평균 공실 기간이 60일에서 20일로 급감하면, 과열의 신호다.


정상적인 상권:

공실 발생 → 2-3개월 협상 → 새 임차인

적정 임대료 형성

다양한 업종 진입


과열된 상권:

공실 발생 → 20일 내 계약

임대료 경쟁 입찰

자본력 있는 업종만 진입

그런데 망원동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망원동의 역설 (2023년):

공식 통계에선 망원역 일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0%’로 잡힌 분기가 있었다.

그런데 현장에선 평일 문 닫은 점포가 적지 않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여기서 드러난 건 단순한 모순이 아니라 지표의 차이다.


‘공실률’은 임차 계약이 빠진 빈칸을 뜻하고,

평일 ‘문 닫음(휴업)’은 영업 중단 상태다.

계약이 살아 있으면 공실률엔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숫자는 타이트한데, 체감은 차갑다.

임대료도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왜?


상가임대차보호법 10년과 건물주의 계산.


부동산 중개업자 B씨:

"건물주들이 낮은 임대료로 계약하면 10년 묶인다고 생각해요.

차라리 비워두고 더 좋은 조건 기다리는 거죠.

특히 대출 없는 건물주들은 버틸 여력이 있으니까."


건물주의 속내를 더 자세히 들어보자.

6개월째 공실을 유지 중인 건물주 최 씨(62세):

"월 500만원 받던 곳인데, 요즘 경기 안 좋다고 300만원 하자고 해요.

그럼 10년 동안 300만원 받아야 하잖아요.

인플레이션 생각하면... 차라리 1년 비워두고 제값 받는 게 나아요."


공실의 또 다른 이유: 세금

세무사 정 씨의 설명:

"임대수익이 있으면 종합소득세 내야 하잖아요. 고소득자는 최고 45%까지 내요.

그런데 공실이면? 세금 없죠. 자산가치는 그대로 오르고. 일부러 비워두는 사람도 있어요."


5. 경보 시스템: 오렌지와 레드

세 가지 신호를 조합하면 경보 단계를 만들 수 있다.


[오렌지 경보] - 주의 단계

3개 신호 중 2개 감지

대응: 상인회 구성, 지자체 모니터링 시작

시간: 아직 6개월-1년 여유


[레드 경보] - 위험 단계

3개 신호 모두 감지

대응: 긴급 개입, 보호 정책 시행

시간: 3-6개월 내 급변


성수동의 변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시나리오 (2019-2021):

2019년 하반기:

프랜차이즈 연접 시작 → 1개 신호


2020년 상반기:

외지인 소유 급증 → 2개 신호 (오렌지)

서울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 발표


2020년 하반기:

공실 기간 급변 → 3개 신호 (레드)

그러나 이미 늦었다


왜 대응이 늦었나?


성동구청 공무원 K씨:

"신호는 봤어요. 그런데 뭘 할 수 있나요?

상가임대차는 사적 계약이고, 프랜차이즈 입점을 막을 법도 없고.

상생협약? 강제력이 없잖아요."


상인회장 L씨:

"구청에서 회의만 수십 번 했어요.

그사이 임대료는 계속 올랐고. 말만 하다가 다 나가게 생겼어요."


6. 데이터의 함정: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하지만 데이터가 전부는 아니다.


대전 원도심 연구(2023)가 밝힌 한계:

"공시지가, 노후도 같은 공식 데이터로는 실제 내몰림을 포착하기 어렵다.

결국 현장 인터뷰가 필요했다."


공식 데이터의 맹점:

임대료: 공개 의무 없음

실거래가: 실제 임대료와 괴리

공시지가: 1년 지연, 현실 반영도 70%


보완 방법:

현장 조사:

중개업소 발품

상인 인터뷰

임대문의 스티커 카운팅


대체 지표:

배달앱 등록 업체 변화

전기 사용량 변화

쓰레기 배출량 변화


SNS 분석:

해시태그 변화

리뷰 감성 분석

체크인 데이터


현장의 목소리가 더 정확할 때가 많다.

택시기사 김 씨(55세):

"어디가 뜨고 어디가 죽는지는 우리가 제일 잘 알아요.

손님들이 어디로 가는지, 뭐라고 하는지 다 들으니까. 망원동?

작년부터 '예전 같지 않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배달 라이더 이 씨(28세):

"주문 패턴 보면 알아요.

예전엔 다양한 가게에서 콜이 왔는데, 요즘은 프랜차이즈에서만 와요.

개인 가게들은 배달앱도 끊었대요. 수수료 감당이 안 된다고."


7. 우리 동네 자가 진단법

"전문가가 아니어도 할 수 있다"


[1단계] 걸어서 확인하기 - 매주 같은 시간

□ 프랜차이즈가 연속으로 3개 이상 있는가?

□ '임대문의' 스티커가 늘고 있는가?

□ 오래된 가게가 사라졌는가?


[2단계] 물어서 확인하기 - 단골가게 사장님께

□ 최근 임대료가 얼마나 올랐는가?

□ 주변에 건물주가 바뀐 곳이 있는가?

□ 장사가 예전 같지 않은가?


[3단계] 찾아서 확인하기 - 온라인 데이터

□ 네이버 지도에서 1년 전과 비교

□ 배달앱에서 가게 종류 변화 확인

□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검색


[4단계] 기록하기 - 증거 만들기

□ 사진으로 매달 기록

□ 엑셀로 변화 추적

□ 주민들과 공유


적용 예시 사례: 시민 모니터링단

마포구 주민 박 씨(35세)가 만든 '망원동 지킴이':

"2022년부터 매달 사진 찍고 있어요. 어떤 가게가 없어지고, 뭐가 들어오는지.

엑셀로 정리해서 주민들과 공유해요. 구청에도 보냈더니 참고한다고 하더라고요."


효과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기록'은 남는다.


8. 대응: 신호를 포착했다면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개인 차원:

단골가게 지키기 운동

SNS로 독립 가게 알리기

지역 모임 참여하기

프랜차이즈도 선별적 이용 (지역 고용, 지역 기여 하는 곳)


상인회 차원:

공동 대응 체계 구축

임대료 정보 공유

지자체와 소통 채널

건물주와도 대화 시도


지자체 차원:

상권 모니터링 시스템

임대료 안정화 정책

원주민 보호 장치

건물주 인센티브 (세제 혜택 등)


시민사회 차원:

감시 네트워크 구성

데이터 수집과 공개

정책 제안과 압박

성공 사례 전파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상인회 간부 최 씨:

"다들 자기 장사하기 바빠요. 모이자고 해도 시간 맞추기 어렵고.

회비 걷는 것도 일이고. 그러다 하나둘 나가면... 흐지부지되죠."


시민단체 활동가 김 씨: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전문성도 필요하고, 시간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돈이 필요해요.

자원봉사로 얼마나 버티겠어요."


9. 희망의 신호들

절망만 있는 건 아니다.


성수동 소셜벤처 클러스터:

2017년 성수(S1) 개관을 기점으로 집적이 본격화,

2019년 서울숲점(S2) 확장으로 가속.

공동 임대 협상으로 인상률 억제

일부 구역 젠트리피케이션 속도 완화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조성으로 다양성 확보

임대료 상한제 자율 협약

전통과 혁신의 공존 모델


해방촌 '우사단 마을':

주민 주도 마을 기업

공유 공간 운영

느린 변화, 함께하는 성장


그리고 작은 성공들:

연남동 개인서점 연합:

"혼자는 못 버텨요. 그래서 동네 독립서점 5곳이 모였어요.

공동 행사도 하고, 서로 책도 추천하고. 손님들이 '서점 투어' 온다고 하더라고요."


을지로 인쇄소 골목:

"재개발 얘기 나올 때마다 불안했는데, 젊은 예술가들이 와서 같이 전시도 하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관심 가져주더라고요. 아직 버티고 있어요."


10. 불편한 진실: 신호를 알아도

진실 1: 안다고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경보가 울려도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다. 시장경제에서 강제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진실 2: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다.

건물주, 임차인, 프랜차이즈, 주민, 지자체... 모두의 이익이 다르다. 조정이 쉽지 않다.


진실 3: 변화 자체는 막을 수 없다.

도시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왜? 신호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 차이니까.


폭풍이 온다는 걸 알면 대비할 수 있다.

배가 뒤집힐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는 낫다.


결론: 경보가 울릴 때

2026년 봄, 망원동의 한 개인서점.

"아직 버티고 있어요. 힘들지만요."

서점 주인 최 씨(38세)는 웃으며 말했다.


주변은 프랜차이즈로 둘러싸였고, 임대료는 2배가 됐다.

"작년에 세 가지 신호 다 왔어요. 프랜차이즈 연속 입점, 건물주 교체, 옆 가게 공실.

그때 알았죠. 이제 시간문제구나."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혼자였으면 진작 나갔을 거예요. 그런데 주민들이 지켜주더라고요.

'우리 동네 서점' 지키기 모임도 만들어주고. 크라우드 펀딩도 해주고."


그리고 반전이 있었다.

"건물주가 찾아왔어요. 임대료 동결하겠다고.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자기 손자가 우리 서점 단골이래요.

여기 없어지면 손자가 슬퍼할 거라고..."


모든 건물주가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이다.


세 가지 신호는 경고다. 하지만 선고는 아니다.

중요한 건 신호를 읽고, 함께 대응하는 것이다.

당신의 동네에도 신호가 오고 있을지 모른다.


연접된 프랜차이즈. 바뀌는 건물주. 이상한 공실들.


무시하지 마라. 그것은 당신의 동네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


하지만 기억하라.

신호는 숫자로 오지만, 해답은 사람에게 있다.

데이터는 차갑지만, 관계는 따뜻하다.

경보는 울리지만, 희망의 종소리도 울릴 수 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런 변화가 실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적 비용'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볼 것이다.


숫자 뒤에 숨은 눈물과 웃음, 절망과 희망의 이야기를.


도시는 영원한 베타버전이다.

그리고 경보 시스템은 당신이 만든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이 글은 실제 사실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내러티브 논픽션입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대화와 상황은 서사적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keyword
이전 09화1장 젠트리피케이션, 싸울 것인가 길들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