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패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이 글은 특정 정당을 비난하거나
정치적 우위를 논하려는 글이 아니다.
진보냐 보수냐의 싸움도 아니다.
여기서 묻는 것은 '누가 잘못했나'가 아니라
'왜 같은 정책이 반복되는가'다.
2005년, 2017년, 2025년.
정권은 바뀌었지만 정책 도구는 놀랍도록 닮았다.
이것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우리는 특정 인물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대신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왜 같은 레퍼토리가 반복되는지,
어떤 메커니즘이 이 반복을 고착시키는지를 본다.
'문턱 올리기'(수요 억제 / 수요관리 정책)와
'길 열기'(공급 확대, 수요 자극 / 공급관리 정책)라는 두 축.
이 중 왜 하나만 먼저 선택되는가.
인재풀은 어떻게 형성되고 왜 같은 도구를 선호하는가.
정치적 생존 논리가 정책 선택을 어떻게 제약하는가.
이것은 사실과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이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하고 싶다.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계속 같은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사람이 바뀌어도, 구조가 같으면 결과는 같다.
이제 그 구조를 들여다보자.
2025년 6월 27일,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정부 보도, 2025.06.27.)
내용을 보니 기시감이 든다.
수도권 주담대 한도 6억, LTV·DSR 강화, 규제지역 확대.
2017년 8·2 대책, 2020년의 수많은 규제들이 떠오른다. (국가정책브리핑, 2017)
정권은 바뀌었는데 정책 도구는 왜 이렇게 닮았을까?
왜 진보 정부는 '다 같이 못 사게 하자, 돈 있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는 인상을 주는가?
이 질문은 정책 반복의 본질을 찌른다.
정책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문턱을 올려 못 사게 하는 것(=수요 억제)',
다른 하나는 '길을 열어 살 수 있게 하는 것(=공급 확대)'.
문턱만 올리고 길을 열지 않으면,
탈락자가 늘고 남은 집값에 희소성 프리미엄이 확대된다.
이 반복은 '진영 생존'이 만든 구조다.
6·27 대책을 보면서
20년 전 8·31,
7년 전 8·2가 겹쳐 보인다.
같은 손놀림, 같은 순서, 같은 결과.
이 글은 왜 같은 레퍼토리가
정치·조직 구조와 맞물려 계속 재호출되는지, 그 메커니즘을 해부한다.
앵커 인물 - 박선호 (전 국토굥토부 1차관)
• 2005-08: 건교부 주택정책과장 (8·31 대책 실무 조정 라인) (비즈니스포스트, 2018.12.14)
• 2017-2018: 문재인 정부 초기 주택토지실장 (8·2 대책과 유사한 수요 억제형 패키지)
• 2018-12: 국토교통부 1차관(당시 수요 억제형 도구 운영 라인과의 업무 연계)
(국가정책브리핑, 2017)(국토교통부 역대1차관 소개)
이 사례는 인사=원인이 아니라
레퍼토리·조직·정치 구조가 어떻게 동일 인재풀을 반복 호출하는지를 보여준다.
효과 판단은 복합 요인 아래에서만 가능하다.
개인의 평가·책임 단정은 지양한다.
본 글은 특정 개인의 책임 규정이 아니라,
레퍼토리가 정치·조직 구조와 맞물려 재호출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12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정책 도구가 반복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05년 참여정부의 8·31 대책은 종합부동산세 도입, (KDI, 2005)
수요 억제 중심축은
• 보유세(종부세)·양도세 등 세제 강화와 거래 투명화였다.
• LTV는 8·31 이전에 별도 금융조치로 단계 강화,
• DTI는 8·31 직후~2006년에 후속 도입·확대됐다.
• 재건축·개발이익 환수 신호도 병행됐다
세금과 대출로 수요를 억제하고, 거래를 막아 가격을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8·2 대책을 보자.
• LTV·DTI·DSR 규제 강화,
• 다주택자 중과세,
• 조정대상지역 지정,
•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용어는 조금 바뀌었지만 본질은 같다.
수요를 억제해서 가격을 잡겠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두 대책의 실무 라인에 공통분모가 있다는 점이다.
정책의 연속성은 사람의 연속성과 분리될 수 없다.
•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경험을 쌓고,
•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 성장한 관료들이
• 같은 도구를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네 엔진(정치) → 같은 인재풀 호출 → 4단 구조로 같은 선택 반복. 이것이 핵심 메커니즘이다.
정권은 브랜드다.
선거 때 팔았던 말과 프레임을 집권 후에도 흔들림 없이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같은 언어·같은 도구를 써온 자기 진영의 정책가·관료가 먼저 호출된다.
'투기와의 전쟁', '서민 주거 안정', '불로소득 환수'.
이런 구호들은 진보 진영의 정체성이다.
이 정체성과 맞지 않는 정책(예: 재건축 규제 완화, 용적률 상향, 그린벨트 해제)은
설령 효과적이더라도 채택하기 어렵다.
브랜드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영 내에서 검증된,
같은 신념 체계를 공유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이들은 정책의 효과보다 정치적 정합성을 우선시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는가?"가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가?"보다 앞선다.
이것은 진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도 마찬가지다.
'시장 자율', '규제 완화', '성장 우선'.
이런 신념에 맞는 인재를 쓴다.
다만 도구가 다를 뿐이다.
선거는 동원의 게임이다.
캠프·시민단체·싱크탱크가 사람·돈·담론을 댔다.
집권 후 인사와 의제로 정치적 보상을 해야 다음 선거 때도 움직인다.
참여연대, 경실련, 민변 같은 시민단체들.
이들은 선거 때마다 정책 공약을 만들고,
여론을 조성하고, 자원봉사자를 동원한다.
집권하면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투기 억제, 불로소득 환수, 주거 공공성 강화다.
캠프에서 정책을 짰던 교수들, 연구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보직을 원한다.
청와대 비서관, 부처 자문위원, 공기업 이사.
이 자리들이 보상이다.
그리고 이들이 자리를 차지하면,
자신들이 캠프에서 만들었던 정책을 실행한다.
이것도 양당 공통이다.
보수 정권도 전경련,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연구소 같은 곳의 사람들을 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규제 완화, 감세, 민영화다.
결국 누가 집권하든 자기 사람을 쓰고, 자기 정책을 한다.
같은 라인은 정무·홍보·입법 채널을 공유한다.
실패하면 책임을 분산하고 프레임을 공조할 수 있다.
외부 인사는 이 방패막이 약하다.
정책이 실패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장관? 차관? 실장? 아니다.
모두가 조금씩 책임지고,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토부 차관과 같은 대학 출신이다.
국회 국토위 간사가 장관과 같은 지역구다.
언론 브리핑을 하는 대변인이 기자들과 오랜 인연이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이다.)
이 네트워크가 방패막이 된다.
비판을 희석시키고,
책임을 분산시키고,
프레임을 유리하게 만든다.
외부 인사, 특히 시장 전문가나 반대 진영 인사를 쓰면?
이 방패막이 작동하지 않는다.
실패하면 혼자 책임진다.
그래서 안전한 자기 사람을 쓴다.
"실패해도 우리가 함께 책임진다"는 암묵적 보험.
이것이 같은 라인을 쓰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공천·지지연합이 있다.
핵심 지지층이 싫어하는 처방(예: 도심고밀·재건축 완화)을
초기에 강행하면 내부 반발과 공천 리스크가 커진다.
그래서 상징성이 큰 수요 억제 카드가 먼저 나온다.
진보 진영의 핵심 지지층은 누구인가?
무주택 청년, 전세 거주자, 1주택 실수요자들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집값 안정이다.
그런데 재건축 규제를 풀면?
용적률을 올리면?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강남 부자들만 이득 본다",
"투기만 부추긴다",
"환경을 파괴한다".
이런 비판이 내부에서 먼저 나온다.
당내 경선, 공천 심사, 당직 선거.
이 모든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그래서 지지층이 좋아하는 정책부터 한다.
'투기와의 전쟁' 선언.
다주택자 중과세. 대출 규제 강화.
이런 정책들은 실제 효과와 관계없이 지지층의 환호를 받는다.
정리:
"좋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으려면
같은 정책 레퍼토리를 숙련한 실무 라인이 다시 호출되는 과정이다."
진보 정부는 '평등·공정'을 내세우지만,
왜 수요 억제가 먼저일까?
기회의 평등 vs 결과의 평등이라는 이념적 혼선이 있다.
수요 억제는
'기회의 평등(같은 규칙)'을 추구한다며 시작하지만,
신용·현금 부족층을 먼저 배제해 '결과의 불평등'을 키운다.
LTV를 50%에서 40%로 낮춘다고 하자.
10억 아파트를 사려면 6억의 현금이 필요하다.
누가 6억 현금을 갖고 있나?
상위 10%다.
DSR 40%로 규제한다.
연봉 1억이어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누가 연봉 1억을 받나?
역시 상위 10%다.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도덕적 프레이밍은
핵심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실제로는 '똑똑한 한 채'로 자본이 몰리는 역설을 낳는다.
이념의 의도와 정책의 결과가 어긋나는 지점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학습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 정책의 패턴을 읽는다.
"어차피 수요 억제 하다가 풀 거야",
"공급은 말만 하고 안 할 거야",
"결국 강남이 오를 거야".
이런 기대가 형성되면 정책 효과는 더욱 약해진다.
진보는 평등을 말하지만, 정책이 의도와 달리 불평등을 만든다.
이것이 이념의 역설이다.
의도는 선하지만 결과는 악하다.
왜? 현실을 무시하고 이념만 따르기 때문이다.
[EQUALITY / EQUITY / REALITY 만평]
Equality=같은 규칙(평등), Equity=필요 보정(공정), Reality=기울어진 판(현실).
규칙만 같게 두면 기울어진 판이 고착된다.
이 만평이 보여주는 것이 바로 수요 억제 정책의 한계다.
모두에게 같은 규제를 적용한다(Equality).
하지만 출발선이 다르다.
현금 보유량이 다르고,
신용등급이 다르고,
소득이 다르다.
같은 규제 아래서 누군가는 여전히 살 수 있고,
누군가는 영원히 못 산다.
문턱 올리기(=수요 억제):
대출 규제(LTV·DTI·DSR),
세제·전매·자격 제한.
길 열기(=공급 확대):
신도시·정비, 용적률·인허가 완화, PF·보증.
문턱만 올리면 기회 단절이 커지고,
길만 열면 선행 투기 위험이 커진다.
같은 날 함께 가동해야 기대가 정렬된다.
문턱↑·길↓ (최악): 탈락 늘고 희소성 프리미엄 확대 - 똘똘한 한 채.
문턱↑·길↑ (균형): 공정과 안정 동시.
문턱↓·길↓ (무력): 시장 방치.
문턱↓·길↑ (부양): 참여 확대.
우리는 20년간 첫 번째 조합(문턱↑·길↓)을 반복해왔다. 그 결과가 지금이다.
같은 인재풀·레퍼토리가 같은 제약 아래서 같은 버튼을 누른다.
• 2005-08 [정책] 8·31 대책(수요 억제) - (박선호, 실무: 건교부 주택정책과장 라인)
• 2017-08 [정책] 8·2 대책(수요 억제) - (박선호, 실무: 주택토지실장 라인)
• 2018-12 [인사] 박선호, 국토부 1차관(라인 연속성)
• 2018-12 [정책] 3기 신도시 1차(장기 공급 신호)
• 2019-05 [정책] 3기 신도시 2차(장기 공급 신호)
• 2020-08 [정책] 8·4 공급대책
• 2020-11 [메시지] 장관 발언(공급 신호 논쟁 촉발)
• 2021-02 [정책] 2·4 공급대책(서울 32만호 공급 계획)
• 2025-06 [정책] 6·27 대책(주담대 6억·LTV/DSR)
• 2025-09 [정책] 추가 규제 보강(LTV 40%)
문턱 올리기 중심 대책이 반복되었고,
여러 연구·통계에서 (금리·유동성·공급 시차 등)과
맞물려 코어 지역의 재상승 국면이 관찰된 시기들이 있었다.
주목할 점은 공급 대책의 타이밍이다.
3기 신도시는 2018년 말, 집값이 이미 상당히 오른 뒤에 발표됐다.
8·4 대책은 2020년, 전세대란이 시작된 뒤였다.
2·4 대책은 2021년, 서울 아파트값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뒤였다.
항상 뒤늦었다.
왜? 공급은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토지 보상 갈등, 환경 단체 반발, 지역 주민 님비.
이런 것들을 감당하려면 정치적 자본이 필요하다.
그런데 집값이 오르기 전에는 이 자본이 없다.
집값이 올라 여론이 악화되고 나서야 비로소 공급 카드를 꺼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공급 효과가 나타나려면 5년, 10년이 걸린다.
네 엔진(정치) → 같은 인재풀 호출 → 행정 4단(속도·비용·편향·그룹싱크) 순서로 같은 선택이 반복된다.
"불평등과 싸운다" 메시지의 체감 속도가 빠르다.
오늘 발표하면 내일 신문 1면이다.
"정부, 투기와의 전쟁 선포",
"다주택자 대출 전면 차단",
"강남 3구 거래 동결".
이런 헤드라인이 나온다.
지지층은 환호한다. 지지율이 오른다.
반면 공급은? "○○지구 10만호 건설 계획".
시큰둥하다.
언제? 어디? 실제로 지어질까? 의구심만 가득하다.
게다가 반발도 있다.
"우리 동네는 안 돼",
"그린벨트 해제 반대",
"교통 대란 우려".
부정적 기사가 더 많이 나온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즉각적 반응이 필요하다.
그래서 수요 억제가 먼저다.
공급은 5-10년, 규제는 시행령으로 즉시.
이것이 핵심이다.
신도시 하나를 만들려면 얼마나 걸릴까? (국토교통부 사업절차 안내, 연도)
입지 선정 1년, 지구 지정 1년, 보상 2년, 조성 3년, 건설 2년.
최소 10년이다.
그 사이에 정권이 두 번 바뀐다.
내가 시작한 사업의 과실을 남이 따먹는다.
돈도 문제다.
토지 보상비만 수십조 원. 기반시설 조성비 수십조 원.
재정이 감당할 수 있을까?
국가채무비율이 문제가 되는 시대다.
복지 예산도 부족한데 신도시에 돈을 쏟을 수 있을까?
반면 규제는?
국토부 장관이 시행령 개정안에 서명하면 끝이다.
비용? 0원이다.
시간?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행정의 관성도 있다.
공무원은 위험을 싫어한다.
새로운 시도보다 기존 방식을 선호한다.
수요 억제는 익숙하다. 매뉴얼이 있다.
반면 공급은? 변수가 많다.
실패하면 감사를 받는다. 그래서 안전한 수요 억제를 선택한다.
"공급↑=가격↓"에 대한 대중 불신이 있다.
일반인의 직관은 이렇다.
"집을 더 지으면 건설사만 돈 번다",
"공급 늘리면 투기꾼이 다 사재기한다",
"어차피 강남은 안 지어진다".
이런 인식이 틀렸다고?
꼭 그렇지도 않다. 실제로 많은 공급 정책이 실패했다.
판교, 동탄, 위례. 다 투기장이 됐다.
원주민은 쫓겨나고 외지인이 차지했다.
그래서 대중은 공급보다 규제를 선호한다.
"투기꾼을 막아라",
"대출을 조여라",
"세금을 올려라".
직관적이고 명쾌하다.
정치인은 표를 의식한다.
대중이 원하는 것을 한다. 그래서 수요 억제가 먼저다.
리더 기조에 맞춘 보고 편향이 생긴다.
장관이 "투기 세력을 잡아야 한다"고 하면,
보고서는 온통 투기 억제 방안으로 채워진다.
공급? 리스크만 강조된다.
"토지 보상 갈등 우려",
"재정 부담 과다",
"환경 파괴 논란".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도 비슷하다.
같은 학교, 같은 연구소, 같은 시민단체 출신.
서로의 생각을 강화한다.
반대 의견? 없다. 있어도 말하지 않는다.
분위기를 깨기 싫으니까.
이렇게 그룹싱크가 형성되면 정책은 한 방향으로만 간다.
브레이크가 없다. 절벽이 보여도 멈추지 못한다.
"장관님 말씀이 맞습니다",
"투기 억제가 시급합니다",
"공급은 나중에 해도 됩니다".
이런 말만 오간다. 그리고 실패한다.
좌·우 모두 집권 초기에 수요 버튼 유인이 있다 - 구조는 유사하고, 강도·서사만 다를 뿐.
법·제도 상한: 분양가상한제·재초환·토지거래허가·외국인/법인 제한.
시장 상한: LTV/DTI/DSR·세제·전매/자격.
공통: 상한 단독↑ = 배제·우회·군집.
네 엔진 → 같은 인재풀 호출 → 4단 구조로 같은 선택 반복.
이것이 20년간 되풀이된 메커니즘이다.
부동산의 부동성(不動性)은 두 가지다.
공간의 고정성(위치를 못 옮김)과 시장의 비유동성(거래가 느림).
강남의 아파트를 강북으로 옮길 수 없다.
해운대의 오션뷰를 내륙으로 가져갈 수 없다.
위치는 고정되어 있고, 좋은 위치는 한정되어 있다.
좋은 입지는 공급탄력성이 거의 0이다.
작은 수요 충격도 가격으로 바로 반영된다.
강남에 아파트를 더 지으려면? 재건축밖에 없다.
그런데 재건축은 규제로 막혀 있다.
용적률도 제한되어 있다.
결국 공급은 고정, 수요만 변동.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부동산 거래는 느리다. 집을 사려면 몇 달이 걸린다.
매물 탐색, 가격 협상, 계약, 대출 심사, 등기.
주식처럼 클릭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이 느림이 관성을 만든다.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
왜? 매도자는 더 오를 것 같아 팔기를 미룬다.
매수자는 더 오르기 전에 사려고 서두른다.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다.
한 번 바람이 분 곳(강남·수성·해운대)은 다시 바람이 분다.
이게 '바람의 재귀'다.
왜 그럴까?
첫째, 정보가 축적된다.
강남 집값은 모두가 안다. 시세가 투명하다.
거래가 활발하다. 정보가 많으면 투자가 몰린다.
둘째, 기대가 자기실현된다.
"강남은 안 떨어진다"는 믿음이 있다.
이 믿음이 수요를 만들고, 수요가 가격을 올리고, 오른 가격이 믿음을 강화한다.
셋째,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
강남에는 좋은 학교가 있다.
좋은 학교가 있으니 학부모가 모인다.
학부모가 모이니 학원이 생긴다.
학원이 생기니 더 많은 학부모가 온다. 선순환이다.
• 바람의 재귀: 공급탄력성이 0인 코어 입지는, 작은 수요충격도 가격으로 전가(매물잠김→희소성).
수요 억제로 거래를 막으면 매물이 잠기고,
남은 물건에 희소성 프리미엄이 붙는다.
(금리·전세제도·원가·공급탄력성과 상호작용)
다주택자 중과세를 보자.
세금이 무서워 팔려고 한다.
그런데 살 사람이 없다.
대출이 막혔으니까.
그럼 어떻게 되나?
가격을 낮출까? 아니다. 그냥 안 판다.
버틴다. 어차피 임대수익이 있으니까.
결과적으로 매물이 사라진다.
매물이 없으니 급한 수요자는 프리미엄을 얹어준다. 가격이 오른다.
자본은 규제 사각으로 우회하되,
결국 가장 안전한 코어로 다시 모인다.
'똘똘한 한 채'의 메커니즘이다.
여러 채 갖기는 부담스럽다.
세금도 많고 관리도 어렵다.
차라리 한 채를 제대로 갖자.
어디? 가장 안전한 곳.
강남, 수성, 해운대. 가격이 비싸도 산다. 어차피 오를 거니까.
2020년 11월 30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국회에서 말했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 (연합뉴스, 2020)
이 발언은 정책 커뮤니케이션 실패의 전형이다.
메시지와 정책의 정렬 부재가 만든 참사다.
당시 정부는 이미 8·4 대책으로 수도권 127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한 상태였다.
3기 신도시도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장관의 발언은 "당분간 공급은 어렵다"는 신호로 읽혔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정부도 공급 못 한다고 인정했다",
"집값 더 오르겠다". 매수 심리가 강화됐다.
실제로 이후 몇 달간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일관성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숫자와 일정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늘 실패한다.
왜? 정치적 수사와 정책적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공급은 늦추고,
"서민 주거 안정"을 외치면서 대출은 막는다.
메시지가 엇갈린다.
시장이 혼란스럽다. 그래서 정책이 실패한다.
그나마 현실적으로 반복을 끊으려면 문턱과 길을 같은 날 움직여야 한다.
단기 레버리지·기대 관리를 위해 규제는 필요하지만,
동시에 착공·입주 시점과 물량을 같은 문서·같은 날 제시해야 한다.
시차 투기·패닉바잉을 막으려면 온도계 룰
(과열 시 자동 강화, 미분양 누적 시 자동 완화)을 병행한다.
"다주택 대출은 줄인다,
동시에 ○○지구 1.8만호를 2027년 4분기 착공,
2029-2031 입주한다."
한 문장에 넣어야 기대가 잡힌다.
왜 같은 날이어야 하나?
시차가 생기면 투기가 생긴다.
규제만 먼저 하면? 공급 불안으로 패닉 바잉이 생긴다.
"나중에 못 살 것 같아",
"지금이라도 사자".
공급만 먼저 하면? 투기 수요가 몰린다.
"정부가 여기 개발한대",
"미리 사두자".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문서에 넣어야 한다. 균형 신호를 줘야 한다.
도덕적 구호만 강조하면 중도층엔 불확실성 신호로 읽힌다.
언제, 어디서, 얼마나. 숫자가 있어야 시장이 움직인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 - 공허하다.
"강남에 10만 호를 공급하겠다" - 언제? 어떻게?
"용산 정비창 부지 3만 호를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 시작" - 믿을 만하다.
구체적일수록 좋다.
부지 위치, 면적, 호수, 착공 시기, 입주 시기, 분양가 범위. 다 공개하라.
과열되면 자동으로 규제가 작동하고,
미분양이 쌓이면 자동으로 완화되는 온도계 룰이 필요하다.
예측 가능해야 시장이 안정된다.
(FOMC에서 인플레이션 때문에 시장에 시그널을 계속 주는 이유다.)
지금은 어떤가?
정치적 판단에 따라 갑자기 규제하고,
갑자기 푼다. 시장은 놀란다. 과잉 반응한다.
2025년 6월 27일.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내용을 보니 소름이 돋는다.
수도권 주담대 한도 6억 원.
LTV·DSR 강화. 규제지역 확대.
9월 7일에는 추가로 조였다.
강남 3구와 용산 LTV 40%.
이게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은가?
2017년 8·2, 2020년 6·17, 7·10... 문재인 정부가 걸었던 그 길이다.
정권은 바뀌었다.
여당도 바뀌었다.
장관도 바뀌었다.
그런데 정책은?
놀랍도록 닮았다. 아니, 거의 같다.
왜일까?
사람은 바뀌었지만 레퍼토리는 남았기 때문이다.
같은 교육, 같은 경험, 같은 네트워크에서 자란 관료들.
이들에게 부동산 정책이란 수요 억제다.
다른 도구를 모른다.
아니, 알아도 쓰지 않는다.
익숙한 것이 안전하니까.
더 무서운 건 시장의 반응이다.
"또 시작이네",
"어차피 풀 거야",
"강남 사두자".
학습효과다.
(규제 밖에 있는 사람들. 현금으로 살 수 있는 사람들. 부익부)
20년간 같은 패턴을 봐왔으니 시장도 안다.
수요 억제 → 매물 잠김 → 가격 상승 → 추가 규제 → 악순환.
6·27 대책 발표 후 무슨 일이 일어났나?
서울에서 밀려난 자금이 지방으로 향했다.
부산 해운대, 대구 수성, 대전 유성. 바람이 분 곳에 다시 바람이 분다.
그리고 9월 추가 규제. 더 조인다.
그럼 어떻게 될까?
거래가 얼고, 매물이 사라지고,
급한 사람만 프리미엄을 얹어 산다.
우리가 20년간 봐온 그 영화다.
첫째, 인재풀을 바꿔야 한다.
아니, 정확히는 레퍼토리를 바꿔야 한다.
수요 억제만 아는 사람들 말고, 공급을 아는 사람들.
시장을 아는 사람들.
다양한 도구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둘째,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다주택자 대출은 줄인다"고 하면서 동시에
"용산 정비창에 3만 호를 2027년 착공한다"고 해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이다)
같은 날, 같은 문서, 같은 문단에.
문턱과 길을 함께 열어야 시장이 믿는다.
셋째, 틀릴 자유가 있어야 한다.
프리모텀, 레드팀, 자동 스위치.
실패를 가정하고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그룹싱크에서 벗어나야 한다.
6·27 대책을 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정책 실패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진영의 생존 논리가 같은 인재풀을 부르고,
같은 인재풀이 같은 레퍼토리를 쓰고,
같은 레퍼토리가 같은 결과를 낳는다.
이 고리를 끊지 않으면?
2027년에도, 2030년에도 우리는 같은 대책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번은 다르다"고 할 것이다
.
하지만 다르지 않다.
사람을 바꿔도 메뉴가 같으면 맛은 같다. 이제 메뉴를 바꿀 때다.
이 글은 특정 개인·조직의 비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구조적 메커니즘을 관찰하고, 이 문제에 대한 논의의 시작점을 제안하는 데 초점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