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왜 오프쇼어를 선호할까?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게 느껴지는 ‘오프쇼어 뱅킹’. 그렇다면 실제로 얼마나 많은 부자들이 이용하고 있을까?
캡제미니(Capgemini)의 2016 아시아 퍼시픽 자산 보고서(Capgemini Asia-Pacific Wealth Report 2016)에 따르면, 아시아 고액순자산가(HNWI)의 해외 자산 보유 비중은 유독 높게 나타난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의 경우 약 90%에 가까운 부자들이 해외에 투자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도·중국·말레이시아 역시 약 70% 수준이 해외에 자산을 두고 있다. 아시아 외의 국가에서는 52.7% 의 고액순자산가가 오프쇼어 뱅킹을 이용한다. 즉, 아시아 신흥국의 부자일수록 오프쇼어 금융을 더 강하게 의존하는 셈이다. 나와 연고도 없는 모르는 나라에 자산을 두고 관리한다? 본국이 아닌 낯선 나라에 자산을 맡긴다는 사실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선택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첫째, 금융시장의 개방성과 투자 접근성 부족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인도, 중국 등은 여전히 자본시장 규제가 강하고, 글로벌 펀드나 달러 표시 자산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본국에서는 달러화 채권, 해외 주식형 펀드, 글로벌 프라이빗 펀드 등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창구가 제한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오프쇼어 허브를 거쳐 글로벌 투자 기회를 확보하려 한다.
둘째, 정치·경제적 불안정성도 주요 요인이다. 인도네시아만 해도 정치 리스크와 환율 변동성이 상존해 왔다. 루피아화는 아시아 금융위기(1997년) 이후로도 꾸준히 약세 압력을 받아왔고, 최근까지도 미국 금리 변동이나 글로벌 자본 유출입에 따라 큰 폭의 환율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산을 본국에 두는 것 자체가 리스크로 인식되기 쉽다. 따라서 부자일수록 달러 표시 자산이나 외국 은행 계좌를 통해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셋째, 법적·제도적 신뢰 부족이 있다. 중국에서는 자본 통제가 엄격해 해외 송금이 제한적이고, 인도네시아 역시 조세 제도와 법 집행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낮다. 예를 들어 부유층이 기업 승계나 상속을 준비할 때, 싱가포르 신탁 구조나 홍콩을 통한 법적 설계는 훨씬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
아시아 신흥국의 낮은 금융시장 개방성과 정치적 불안, 환율 변동성, 법적·제도적 취약성까지 고려하면, 해외에 자산을 두는 전략은 결코 특이한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글로벌 기회를 확보하는 현명한 방식’이다.
예컨데 인도네시아 부자들은 본국보다는 오히려 싱가포르를 자국의 금융 센터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 싱가포르 은행들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개설된 인도네시아 고객의 프라이빗 뱅킹 계좌는 전체 외국인 고객 비중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 이는 두 나라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점, 언어·문화적 친밀성(많은 인도네시아 부자들이 중국계)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본국 금융 인프라에 대한 신뢰 부족이 근본 원인이다. 즉, 인도네시아 부자에게 오프쇼어는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적인 자산 방어 전략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반면 선진국의 부자들이 오프쇼어 뱅킹을 찾는 이유는 다소 다르다. 그들에게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세제 최적화가 더 큰 동기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영국의 고액순자산가가들은 이미 본국에서 다양한 투자 옵션을 누릴 수 있지만, 글로벌 세법 환경(FATCA, CRS 등)을 고려해 조세 중립적인 지역에 신탁이나 법인을 두어 세대 간 자산 이전을 효율화하려 한다. 즉, 아시아 신흥국 부자들이 주로 안전성과 접근성을 위해 오프쇼어를 찾는다면, 선진국의 부자들은 효율성과 전략적 세무 관리를 위해 오프쇼어를 활용하는 것이다.
#싱가포르프라이빗뱅킹
#해외자산관리
#글로벌금융
#고액자산
#자산이민
#프라이빗뱅크
#글로벌뱅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