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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부자들은 왜 '싱가포르'를 선택하는가?(2)

패밀리 오피스

by Sing


90년대 중후반 이후 중국, 인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에서 고액순자산가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2010년대 들어 특히 세대 간 자산 이전, 글로벌 자산 다변화, 세제 최적화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허브 싱가포르는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와 글로벌 투자자 프로그램(GIP)으로 오프쇼어 뱅킹 자산을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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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란 무엇일까?


한국에서는 용어가 아직까지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코비드-19 이후 최근 몇년 사이 국내 패밀리 오피스가 증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패밀리 오피스 본질은 간단하다. 고액자산가 개인이나 가문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프라이빗 뱅킹이 은행 중심의 자산관리라면, 패밀리 오피스는 훨씬 더 폭넓고 맞춤형이다. 단순한 금융투자뿐만 아니라 부동산, 비상장 투자, 상속·세무·법률 자문, 자선 활동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사실 재벌 가문의 자산 관리 방식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재벌 가문이 자산관리를 위해 내부 전담팀을 두거나 외부 전문가를 고용해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패밀리 오피스와 유사한 구조다. 이뿐만 아니라 근래 벤처기업을 창업해 키운 뒤 매각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한국 신흥 부자들의 패밀리 오피스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다만 싱가포르에서는 이러한 활동이 개인 차원이 아니라 라이센스를 받은 정식 법인 형태로 제도화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패밀리 오피스는 이미 글로벌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보편화된 모델이다. 예컨대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은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베이쇼어 글로벌 매니지먼트(Bayshore Global Management)라는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했다. 그는 2020년 이후 싱가포르 지사를 두며 아시아 거점을 강화했다. 중국 최대 민영기업 푸싱 그룹(Fosun Group)의 공동 창업자 량 쉰쥔(Liang Xinjun)은 2017년 은퇴 후 싱가포르에 쉰 패밀리 오피스(XIN Family Office)를 세우고 정착했다. 또 다른 예로, 중국 핫팟 음식점인 하이디라오(Haidilao) 공동 창업자인 슈핑(Shu Ping)도 자산을 싱가포르로 옮겨 패밀리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내 싱글 패밀리 오피스(Single Family Office) 수는 2018년 22개 수준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400여 개, 2024년 말 기준 2천여 개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 아시아 전체 패밀리 오피스 중 약 59%가 싱가포르에 몰려 있다는 사실은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자산관리 허브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그 배경에는 싱가포르 정부의 전략적인 세제 정책이 있다. 한국에서 채권 이자 5% 수익을 올린다고 가정하면, 각종 원천징수세와 금융소득 종합과세로 실제 수익률은 3.8%대에 머문다. 반면 싱가포르에서는 동일한 투자에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이자, 배당, 양도차익 모두 과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를 통해 일정 소득을 올리고 싶은 A씨는 5억을 몇가지 채권에 분산투자를 하였고, 평균 이자수익률이 5%에 달한다. 연간 2천5백만원의 채권 이자가 지급되지만, 실제로는 이자소득세 15.4%를 원천징수당하고, 이자 및 배당 소득 합산이 2천만원이 초과되므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원천징수 세율이 15.4%(소득세 14% + 지방세 1.4%)에 달하므로,

이자소득세: 385만원 부담


여기서 연간 금융소득이 2천만원을 초과하므로, 초과분 500만원은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되어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소득이 1억인 경우, 세율 38.5%가 금융소득 초과분 500만원에 적용되어,

추가 세액: 192만 5천원 부담


총 부담 세액: 577만 5천원

따라서 이 채권 포트폴리오의 실수익률은 5%가 아닌 3.845%가 된다.


2010년대 초반,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Income Tax Act」의 Section 13R(현행 13O)과 13X(현행 13U)를 통해 패밀리 오피스가 운용하는 펀드에 세제 면제를 적용했다. 이에 더해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하면 법인세(17%)도 면제 받을 수 있다. 즉, 투자 수익에 세금이 전혀 부과되지 않는다. 한국처럼 종합금융세가 있지도 않고, 따라서 절세법도 전혀 필요없는 곳이다. 한국의 PB에서는 절세를 위한 세무 상담이 중요한 전략이지만, 여기서는 세금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다. 이는 고세율 국가의 자산가들에게 절대적인 매력으로 작용했다.


다만 이러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싱가포르 통화청(MAS)에서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며 패밀리 오피스 라이센스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2023년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싱글 패밀리 오피스 제도를 개편했다. 초기의 조건은 5백만 싱가포르 달러부터도 가능했으나 2023년 이후 설립되는 패밀리 오피스는 최소 2천만 싱가포르 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세제 혜택은 Section 13O와 Section 13U라는 두 가지 규정에 따라 달라진다. Section 13O는 싱가포르에 설립된 싱글 패밀리 오피스에 한정되어 적용된다. 반면 Section 13U는 5천만 싱가포르 달러 이상의 자산을 유지해야 하지만 해외 법인에도 유연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Section 13U는 더 큰 자산 규모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싱가포르 내에서 자산 운용이 이루어진다면 해외 운용사도 동일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다양한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싱글 패밀리 오피스 Section 13O와 Section 13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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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과 패밀리 오피스 설립 수요의 폭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싱가포르 패밀리 오피스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동 제한과 국경 통제로 인해, 단순히 자산 관리 차원을 넘어 안전한 거주와 가족 보호라는 현실적 필요가 전면에 부상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쇼핑몰 비즈니스를 운영하던 한 고객의 사례가 있었다. 그의 아내와 아이들은 이미 싱가포르에 거주하며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그는 한 달에 한 번 싱가포르를 방문해 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자카르타로 돌아가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 4월 7일, 싱가포르 정부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코비드-19 락다운(Circuit Breaker) 을 시행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당초 한 달간의 조치로 예상되던 락다운은 결국 두 달 가까이 이어졌고, 이 기간 동안 유치원부터 국제학교까지 전면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었으며, 쇼핑몰도 슈퍼마켓과 일부 음식점(테이크아웃만 가능)을 제외하고 모두 문을 닫았다.


문제는 국경 이동이었다. 만약 자카르타로 돌아가면 다시 싱가포르에 입국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특히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신흥국가들은 의료시설의 낙후 또는 코로나 백신 부족 등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는 상황이었고, 사망률이 싱가포르 대비 10-30배 가량 높았다. 이 고객은 결국 싱가포르에 체류 연장을 선택했고, 동시에 패밀리 오피스 설립을 진행하기로 했다. 패밀리 오피스의 디렉터로 등록하면 싱가포르 취업비자(Employment Pass)를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합법적으로 장기 거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과정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고객은 코로나 기간 내내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에 머물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어려운 시기를 견뎌낼 수 있었다.


이 사례 뿐만 아니라 실제로 동남아시아 많은 사업가들이 자산을 싱가포르에 두거나 가족이 싱가포르에서 지내며 본인은 본국에서 사업을 유지하면서 자주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싱가포르는 금융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추어져 있어서 자녀들을 싱가포르에 있는 학교에 보내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자산가들의 싱가포르 선호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단순히 세제 혜택과 자산 운용의 효율성 때문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기반이 싱가포르 패밀리 오피스 설립의 주요 고려 사항으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인도네시아 출신 자산가들의 싱가포르 패밀리 오피스 설립 비율은 약 50%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싱가포르 내 패밀리 오피스의 80% 이상이 외국인 자산가에 의해 설립되고 있으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거주 요건과 가족 동반 체류 요건이다.


즉, 패밀리 오피스는 단순한 금융·투자 관리 플랫폼을 넘어, 아시아 자산가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거주 전략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Google co-founder Sergey Brin's family office to open in Singapore Google co-founder Sergey Brin's family office to open in Singapore | The Straits Times , 2021년 2월 3일.


Singapore family offices exceed 2,000 in 2024, up 43% on year, Wong Chia Peck, Singapore family offices exceed 2,000 in 2024, up 43% on year - The Business Times 2025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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