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에게 닿지 못한 마음까지 –
처음 이 연재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이미 고양이별로 떠난 루피와, 언젠가는 그 길을 따라
소풍을 떠날 바니와 심바의 시간을 붙잡아두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머릿속 기억은 계절이 바뀌면 옅어지는 색채 같아서, 글이라는 형태로 남겨두지 않으면 어느 순간 흐릿해질 것만 같아 겁이 났습니다.
함께하는 매일이 선물 같은 날들이었지만, 막상 글을 쓰려니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했습니다. 일기처럼 모든 것을 쏟아내고 싶은 마음과, 타인에게 읽히기 좋은 에피소드만을 고르고 싶은 욕심이 문장 사이에서 매번 충돌하곤 했습니다.
바니가 총각김치를 먹고 병원에 입원했던 소동처럼, 차마 글로 다 옮기지 못해 아쉽게 포기한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사진첩을 뒤적이며 글을 올리는 동안, 시간은 기묘한 속도로 흘러갔습니다. 어떤 사진 앞에서는 눈물을 삼키며 웃었고, 어떤 날엔 그 시절의 온도 속에 멈춰 서서 한참을 머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7화를 기점으로 글을 쓰는 일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루피의 마지막 이야기로 향하는 길에 몇 번이나 같은 문장 앞에 멈춰 서야 했습니다.
사진 한 장을 마주하는 것조차 큰 용기가 필요했고, 어떤 일요일은 속수무책으로 쏟아지는 울음 속에 시간을 통째로 흘려보내기도 했습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글을 올려야 한다는 약속이 아니었다면, 저는 아마 루피의 마지막 날들을 오래도록 꺼내 보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많이 비워냈다고, 이제는 괜찮다고 믿었던 마음들이 사실은 애써 외면해 온 슬픔이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언제쯤 미안함 없이, 오로지 투명한 사랑의 마음으로만 루피를 기억할 수 있을까요.
건강이 좋지 않았던 바니에게 저의 시간이 쏠려 있을 때, 루피는 마치 모든 것을 안다는 듯 조용히 제 순서를 양보하곤 했습니다. 그 사려 깊은 마음을 이제야 복기할 때면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게 조여옵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 슬픔과 미안함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느껴주는 일뿐입니다. 그것이 제가 루피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정성이라고 믿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남겨주신 '좋아요'와 짧은 댓글 한 줄이 저에게는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저의 지극히 사적인 그리움에 기꺼이 머물러주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2025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저의 이야기를 읽어주신 여러분의 삶에
온전한 평온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곁의 작은 사랑들이,
가까운 곳에서 오랫동안 반짝반짝 빛나기를 바랍니다.
베리바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