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맑은 날이 이어진 뒤, 숲 가장자리에 가느다란 구름이 걸린 날이었습니다.
토토는 길가의 작은 돌멩이를 발끝으로 굴리며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람결 사이로 아주 미약한 떨림이 귀에 스쳤습니다. 바람 속에 섞인 한숨 같기도, 멀리서 들려오는 울음 같기도 한 그 소리는 일정한 간격으로 멈추다 이어졌습니다.
소리를 따라가자, 부드러운 흙 위에 작고 하얀 씨앗 하나가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잔털 속에는 연둣빛이 감돌았지만, 마치 돌을 얹어놓은 듯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토토가 조심스레 묻자, 씨앗은 한동안 침묵하다 힘겹게 속삭였습니다.
“내 이름은 위시야. 바람을 타고 멀리 가 꽃을 피워야 하는데… 어제 어떤 새가 그러더라. 나 같은 건 아무 데나 떠다니다가 사라질 거라고.”
그 순간 토토의 가슴이 묵직하게 내려앉았습니다. 오래전 장난이라며 던졌던 말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말들이 상대의 표정을 굳게 만들고, 웃음을 지우던 순간들. 별것 아닌 농담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말이 누군가를 오래 붙잡아 두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말이 네 발을 붙잡았구나…”
토토는 위시를 두 손에 조심스레 올려놓았습니다.
“너는 쓸모없지 않아. 아직 네 바람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야.”
토토는 위시를 품에 안고 언덕을 향해 걸었습니다. 햇살은 길 위에 조각처럼 흩어져 있었고, 풀잎은 바람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언덕에 이르자 시야가 넓게 트였고, 바람은 그곳에서 길을 열 듯 불어왔습니다.
토토는 손바닥 위에 위시를 올려놓으며 말했습니다.
“이제 가. 네가 있어야 꽃이 피고, 그 꽃을 기억하는 이가 있을 거야.”
잠시 머뭇거리던 위시는 바람을 타고 천천히 하늘로 떠올랐습니다. 햇빛에 반짝이며 멀어지는 작은 점, 그 뒤를 부드럽게 감싸는 바람. 토토는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다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이제 내 말이 누군가를 묶는 족쇄가 아니라, 자유롭게 날리는 바람이 되게 하자.’
바람은 언덕을 넘어 마을과 숲을 지나, 위시가 향하는 길을 오래도록 감싸 안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