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하늘이 낮게 깔린 오후, 공기 속에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눅눅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첫 빗방울이 땅을 두드리는 순간, 바람이 골목길을 타고 부드럽게 스며들었습니다.
토토는 어깨를 움츠리며 골목 안쪽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젖은 돌바닥은 미묘하게 미끄러웠고, 벽돌 사이의 이끼들이 비에 젖어 짙은 초록빛을 드러냈습니다.
그때, 골목 한쪽 모퉁이에서 작은 몸짓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허리가 굽은 노부부가 커다란 나무 상자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상자는 이미 빗물에 젖어 무겁게 처져 있었고, 모서리에서는 물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두 사람은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상자를 들어 옮기려 애썼지만, 발밑의 물웅덩이가 걸음을 번번이 막았습니다.
토토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그는 그저 모른 척 시선을 피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노부부의 손끝이 작게 떨리는 모습, 그리고 그 손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들어드릴게요.”
토토의 목소리는 짧았지만, 결심이 묻어 있었습니다.
상자를 들어 올리는 순간, 그의 팔에 묵직한 무게가 실렸습니다.
비에 젖은 나무는 상상보다 훨씬 무거웠고, 그 무게는 단순히 물과 나무의 무게만이 아니었습니다.
토토는 묵묵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빗물이 털을 타고 흘러내려 발목을 적셨지만, 그는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노부부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젖은 손으로 토토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정말 고맙네… 이런 날, 누가 이런 걸 들어준다고.”
그들의 눈에는 진심 어린 안도와 감사가 번져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 찻집 창가에 앉아 있는 작은 그림자는 이 장면을 보고 있었습니다.
루키였습니다.
아이는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창밖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유리창 위로는 빗방울이 쉼 없이 맺히고 흘러내렸고, 그 너머로 비 속에서 상자를 내려놓으며 숨을 고르는 토토의 모습이 비쳤습니다.
루키는 그 모습을 오래도록 눈에 담았습니다.
토토의 털은 빗물에 축축하게 젖어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어딘가 부드러워져 있었습니다.
예전의 장난스럽고 경계 많은 눈빛 대신, 깊은 숨과 함께 묻어나는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토토가… 달라졌네.’
루키는 속으로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토토는 자신이 누군가의 시선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다시 골목을 걸어나왔습니다.
토토의 발걸음은 여전히 조용했지만, 어쩐지 이전보다 조금 더 단단하고 느긋했습니다.
빗방울이 그의 발자국을 서서히 지워갔지만, 그날의 모습은 토토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빗속에 생긴 잔잔한 파문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번져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