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만에 승인된 사업자등록과 2시간 걸린 사업자통장
출판사 신고를 마치고 나니 이제 정말 무언가 시작한다는 실감이 들었다.
다음 단계는 사업자등록.
검색해 보니 "출판사는 면세사업자로 등록 가능하다"는 정보가 많았다. 오호 면세라니, 좋은 건가?
출판사 신고필증을 받은 후 바로 사업자등록 신청이 가능했다. 출판업의 경우 면세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게 검색 결과에 많이 나왔다.
'면세라니, 세금을 안 내도 되는 건가?'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좀 더 찾아보았다.
면세사업자는 부가가치세(VAT)에 대해서 면세 혜택을 받는 것이었다. 출판업(도서 발행, 인쇄물 판매)을 포함하여 특정 업종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면세사업자로 등록 가능하다고 한다. 책 판매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붙이지 않고, 부가세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단, 출판사의 전체 사업소득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득세를 내야 한다. 즉, 완전히 세금을 안 내는 게 아니라, 부가세만 면제되는 거였다. 그래도 부가세라도 면제되니 다행이다.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내게는 하나라도 덜 복잡한 게 좋았다.
사업자등록은 세무서에 직접 가서 할 수도 있고, 홈택스에 접속하여 온라인 신청도 가능했다. 세무서에 가면 담당자가 업태나 업종을 알아서 정해준다고 했지만... 8월의 폭염을 뚫고 세무서까지 갈 생각을 하니 너무나도 막막하였기에, 집 근처 시원한 곳에 랩탑을 들고 가 온라인으로 하는 것을 선택했다.
온라인 신청을 시작하니 업종 코드를 선택해야 했다. 출판업 관련 코드들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세분화되어 있었다.
주요 출판업 업종 코드들:
221100: 일반 서적 출판업 (전자책 포함)
221300: 악보, 음악책 출판업
221900: 기타 인쇄물 출판업
221104: 만화 출판업 (웹툰 포함)
581402: 전자출판업 (전자책 등)
내가 하려는 건 일반적인 서적 출판이니까 221100번이 적합해 보였다. 다행히 업종은 나중에 필요할 때 기존 사업자에 추가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221100 서적 출판업으로 등록했다.
'나중에 굿즈라도 팔게 되면 그때 추가하지 뭐.'
개업일은 다음 날로 설정하고, 출판사 신고필증과 사업장 임대차계약서를 첨부해서 신청했다.
그런데 신기했다. 온라인 신청하자마자 바로 승인이 났다. 단 몇 분 만에 사업자등록증을 출력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간단한 거였어?'
잠깐의 안도감이었다.
이제 사업자통장을 만들 차례였다. 기본적으로는 사업장 주소 근처 은행에서 개설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개업일 당일, 사업장 근처 은행을 찾았다. 미리 인터넷으로 대기 현황을 확인하고 갔는데, '대기 없음'이라고 나와 있었다.
'좋아, 금방 끝나겠네.'
하지만 은행에 도착하니 이미 창구에서 상담 중인 고객이 있었다. 그것도 뭔가 복잡한 업무인 듯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면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니, 요즘은 은행 앱으로도 사업자통장 개설이 가능하다는 정보가 나왔다.
'아, 그냥 집에서 할 걸 그랬나?'
하지만 이미 와버린 걸 어쩌겠나. 기다리는 김에 앱도 깔아보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는데 드디어 내 순서가 왔다.
"사업자통장 개설하러 왔습니다."
신분증과 사업자등록증을 제출했다. 담당하신 분께서는 서류를 확인하며 진행할 항목들을 설명해 주셨다.
진행된 항목들:
통장 개설: 한도제한계좌
인터넷뱅킹 신청
OTP 신청
사업자카드 발급
"한도제한계좌가 뭔가요?"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입금에는 제한이 없지만 출금 시 한도가 있는 계좌였다. 창구 거래는 300만 원까지, ATM이나 인터넷뱅킹은 100만 원까지만 출금이 가능했다.
"왜 이런 제한이 있나요?"
"대포통장이나 금융사기를 막기 위한 장치예요. 보통 사업 운영이 증빙되거나 카드를 3개월 이상 이용하시면 한도제한계좌의 해제를 신청할 수 있어요."
그래서 통장과 함께 사업자카드도 만들기로 했다. 3개월 후 한도 해제를 위해서라도 필요했다.
OTP는 5천 원짜리 소형 장치와 1만 원짜리 카드형이 있었다. 카드형이 휴대하기 편해 보였지만, 출판사 업무로 이동하면서 거래할 일이 그리 많을까 싶어서 5천 원짜리 소형 장치를 선택했다. 이제 OTP를 사용해서 인증서를 받고, 나중에 전자세금계산서를 사용할 일이 있으면 그때 세금계산서용 인증서를 또 받으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담당자께서는 사업자통장 개설을 자주 해본 업무가 아닌 것 같았다. 하나하나 어딘가에 전화해서 확인하고, 매뉴얼을 찾아보고, 또 전화하고...
나는 그냥 앉아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계속 사인하고, 서류 작성하고, 또 사인하고...
"죄송해요, 사업자 업무가 좀 복잡해서요."
"괜찮습니다. 천천히 해주세요."
뒤 일정이 있어서 내 마음은 급했지만 친절하게 도와주셔서 차근차근 진행했다.
결국 모든 절차를 마치는 데 거의 2시간이 걸렸다. 그 뒤 약속까지 엉망이 되었지만, 그래도 원스톱으로 해결했으니 감사할 일이었다. 이날 신청한 카드는 약 2 영업일 후 수령할 수 있었다.
출판사 신고부터 사업자등록, 통장 개설까지. 약 2주간의 여정이었다. 검색으로 찾은 정보들은 기본 가이드 역할은 했지만, 실제로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계속 생겼고, 그래도 뭔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지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다.
2주간 들어간 비용:
면허세: 27,000원 (매 년 납부)
OTP: 5,000원
기타 교통비, 주차비 약간
생각보다 적은 비용으로 출판사를 차릴 수 있었다.
이제 정말로 책을 만들어 보자.
나는 출판사 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