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소로 시작해도 될까?
"1인 출판사 설립"을 검색하면 정말 많은 정보가 나온다.
단계별로 친절하게 설명된 블로그 글들, 유튜브 영상들까지.
나도 그런 자료들을 열심히 찾아보고 메모하며 "아, 생각보다 간단하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검색으로는 알 수 없는 함정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출판사 설립의 첫 단계는 출판사의 이름을 정하는 것이다. 이름 후보를 몇 가지 정하여 우선순위를 정해보고, 같은 지역 내 같은 이름의 출판사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검색을 많이 해보니 먼저 해보셨던 분들이 다들 그렇게 말씀하셨다.)
< 문화체육관광부의 출판사/인쇄사 검색시스템 >
출판사 소재지가 될 지역을 선택하고, 업종 구분은 출판사로 선택한 뒤 검색해 보면 된다.
구청에 신고하러 가면 담당하시는 분께서 추가로 확인해 주신다. 혹시 중복이 있어 반려가 된다면 시간을 낭비할 수 있으니, 꼭 검색해 보고 신고하기로 했다.
https://book.mcst.go.kr/html/main.php
다음 고민은 개인사업자로 할 것인가, 법인사업자로 할 것인가였다.
개인사업자의 장점:
설립 비용이 저렴 (거의 무료)
절차가 간단
세무 처리가 상대적으로 단순
법인사업자의 장점:
사업 신용도가 높음
세무상 이점이 있을 수 있음
사업 확장 시 유리
사업에 있어 초보인 나로서는 일단 개인사업자로 시작하기로 했다. 나중에 (혹시라도!) 사업이 커지면 법인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니까.
상표권 등록은... 비용이 일단 필요(대략 7만 원 예상)하고 절차도 복잡해 보여서 일단 미뤄두기로 했다.
요즘은 정부 24에서 온라인으로 신고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여러 후기를 보니 어차피 나중에 면허세를 내러 구청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럼 그냥 처음부터 가자'는 생각으로 구청을 찾았다.
구청 민원실에 가니 출판사업과 관련한 창구가 별도로 있었고, 신규등록을 하겠다고 말씀드리니 출판사 신고 접수서류를 주셨다. 생각보다 간단한 양식이었다. 출판사명, 소재지, 대표자 정보 등을 적고 신분증을 제시하면 끝.
"소재지는 어디로 하실 건가요?"
"집으로 하려고 하는데요."
그때는 별생각 없이 우리 집 주소를 적었다.
처리가 완료되는 날짜를 안내해 주셨고, 그때 신고필증을 찾으러 오라고 하셨다. 완료되는 시점은 대략 3~4 영업일 뒤.
신고를 마친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이게 나중에 문제가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며칠간의 기다림 뒤, 신고필증을 받으러 갔다. 신고처리가 되는 동안, 다음 단계인 사업자등록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문득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 집은 사업자등록을 하기에 여건이 좋지 않았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집을 사업장으로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 이거 어떻게 하지?'
급하게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런 경우 부모님 댁을 사업장 주소로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걸 알았다. 다행히 우리 부모님 댁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부모님께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출판사 사업자등록을 거기서 해도 될까요?"
"뭐, 큰일 아니지. 그런데 무슨 서류 같은 건 안 와?"
"아마 세무 관련 서류 정도는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휴.
문제는 이미 출판사 신고를 우리 집 주소로 해버렸다는 것이었다. 이걸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구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지금 조회해 보니, 신규접수 건은 이미 처리가 완료되었네요. 신고필증을 일단 받으시고, 그 이후에 주소 변경 신고를 별도로 하시면 됩니다."
"그것도 온라인으로 가능한가요?"
"네, 정부 24에서 가능해요. 다만 임대차계약서가 필요할 거예요."
휴.
다시 구청에 가서 신고필증을 받았다. 옆 창구로 이동해서 면허세 고지서도 받았는데, 올해분 27,000원이었다. 올해는 8월에 신고했으니 8월부터 12월까지 유효하고, 내년부터는 1월에 고지서가 발송된다고 했다.
까먹기 전에 집에 와서 STAX(서울시 세금 납부 시스템)로 면허세를 납부했다. 생각보다 간단했다.
이제 주소 변경을 위해 부모님 댁과의 임대차계약서가 필요했다. 부모님과 나 사이의 계약이니 보증금을 무상으로 하는 임대차 계약이다.
지난번 구청에 문의할 때, 양식이 있는지도 함께 문의를 했었다.
"임대차계약서 양식이 따로 있나요?"
"특별한 양식은 없어요. 필요한 내용만 들어가면 됩니다."
그래서 다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샘플을 몇 개 참고하여 A4 용지 한 장에 간단하게 작성했다.
임대차계약서 주요 내용:
임대인(부모님) 정보
임차인(나) 정보
임대 부동산 정보 (등기부등본상 정확한 주소)
임대 목적: 출판사 사업장으로 사용
임대료: 무상
계약기간, 기간 이후의 갱신조건
양측 서명 및 인감 날인
여기서 주의할 점은 부동산 주소와 정보를 등기부등본에 나온 것과 정확히 일치하게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등기부등본상 주소나 면적 등의 기본정보 말이다.
서류를 준비한 뒤, 정부 24로 출판사 주소 변경 신고를 했다. 정부 24에서 하라는 대로 입력하고, 역시 3 영업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신고필증은 온라인 출력이 가능하다고 한다.
출판사 신고부터 주소 변경까지, 총 일주일 조금 넘게 걸렸다. 검색해서 나오는 정보들은 "3일이면 끝난다"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 때문에 훨씬 복잡하게 느껴졌다.
이 과정에서 배운 것들:
미리 확인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사업장 주소가 사업자등록 가능한 곳인지, 거주지인 경우 사업장으로 사용가능한지 등.
온라인 vs 오프라인, 각각 장단점이 있다: 온라인은 편리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해결하기 어렵다. 오프라인은 번거롭지만 담당자와 직접 상담할 수 있다. 오전에 방문하면 생각보다 대기는 거의 없었다.
서류 준비는 꼼꼼히: 정보가 틀려서 다시 처음부터 하지 않도록 확인
예상보다 비용이 소소하게 더 들 수 있다: 면허세 외에도 교통비, 서류 발급비 등등.
출판사 신고는 이렇게 잘 마무리되었다.
"사업자등록은 쉽다"라고 하던데, 정말 그럴까? 다음 이야기에서는 사업자등록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보려 한다.
출판사 설립,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지만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내가 정말로 출판사를 만들고 있다는 실감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햇병아리 출판사의 이야기,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업자통장을 개설하는 과정은 무사히 진행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