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롤로그: 혼자 보기 아까워서

출판사를 차렸다.

by Dr Vector

"출판사요? 정말요?"

지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랬다. 놀람 반, 의심 반. 그럴 만했다. 나조차 믿기지 않았으니까.


2025년 여름, 나는 사업자등록증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가 정말 출판사 대표가 된 건가? 진짜?

솔직히 말하자면, 계획된 일이 전혀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평생 회사만 다녔던 내가 갑자기 사업을? 그것도 출판업을?


시작은 정말 단순했다.

어떤 글을 읽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나 혼자 보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글들을 책으로 만들면 어떨까?'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리고는 정말로, 나는 출판사 설립을 위한 서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정말 무모한 일이다. 나는 출판업계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다. 인세가 몇 퍼센트인지, 유통은 어떻게 되는 건지, ISBN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중고 가격 조회할 때나 써봤지...) 사업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어서 사업자등록증 발급받는 것부터가 검색의 연속이다.


회사 다닐 때는 그래도 매뉴얼이 있었다. 나는 내 전문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었고,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기능들은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출판사는? 모든 것을 내가 감당해야 한다.

'진짜 할 수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드는 생각이었다. 주변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요즘 책 안 팔린다는데 괜찮겠어?" "출판사 많이 망한다던데..." "경험도 없이 괜찮을까?"


그냥 한 번 해 보는 거지.

매일 새로운 걸 배우고 있었다. 편집자는 단순히 맞춤법만 고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표지 디자인 하나에도 수많은 고민이 들어간다는 것, 독자에게 책이 전달되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친다는 것.


출판업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동시에 훨씬 매력적인 세계이다.

아직 첫 책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원고를 다듬고, 편집하는 단계다. 모든 게 처음이라 하나하나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이게 맞나?" 싶은 순간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온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 모든 과정이 재미있다는 거다.

좋은 글을 발견했을 때의 그 설렘처럼, 하나씩 모르는 것을 찾아보고 배워가는 뿌듯함이 있다. 이런 감정들이 모든 걱정과 불안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은 시행착오가 기다리고 있을 거다. 실수도 많이 하고, 좌절도 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올 거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다. 이 도전이 후회되지 않을 거라는 것.


이 연재는 그런 이야기다. 회사만 다녔던 평범한 직장인이 갑자기 출판사를 차리고, 어떤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떻게 조금씩 배워가는지에 대한 솔직하고 생생한 기록.

성공을 보장하는 노하우도 아니고, 화려한 성장 스토리도 아니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가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어 벌이는 좌충우돌 일기다.


혹시 나처럼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고 있다면, 혹시 출판업계가 궁금했다면, 혹시 좋은 콘텐츠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이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용기나 힌트가 되길 바란다.


그럼, 햇병아리 출판사의 무모하지만 설레는 여정을 시작해 보자.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