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사육장
"그 잔혹함이 연일 뉴스에 보도되면서 현재 조직원은 최소 2500여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해외파 조직이 되었습니다. 중국의 연변 흑사파뿐만이 아닙니다. 베트남 하노이파, 호치민파, 방그라데시 군다파, 필리핀 가디언스파, 태국 깽야이파, 콜롬비아 코카인 마약조직 프란데파, 이태원을 주무대로 하는 이집트, 모로코,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조직들, 일본 야쿠자, 러시아 마피아 등등 당장 인천에 철면파를 능가하는 조직만 해도 십여 개가 넘습니다. 이러다가 한국의 조직들이 외국 조직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시절이 언제 올지 모릅니다. 우리도 힘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건데?"
"그래서 저는 앞으로 여기 모인 우리 인천연합이 고등학교 재학중 뿐만 아니라 졸업 후 대학을 가든 사회생활을 하든 계속 상설 조직으로 유지하고 후배들도 우리가 관리해서 하나의 독립적인 세력으로 키워나가자고 제안드립니다. 고등학교 때 소꿉장난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졸업 후에도 계속 후배들을 지도하고 이끌어줘서 일본의 한구레처럼 독자적인 세력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모임도 5성급 호텔에서 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을 키우기를 강력히 제안합니다."
절대 다수로부터 '와'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마석대는 손을 들어 조용히 시킨 다음 미끼를 던졌다. 그러자 천숙희가 손을 들고 일어섰다.
"누구든지 이의 있는 분은 손들고 발언해주십시오."
"한구레같은 독자적인 세력으로 힘을 키우고 다 좋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저와 현기가 합동으로 운영하는 비즈니스를 철면파 행동대장 하종대 무리가 강제로 빼앗으려 했습니다."
천숙희의 말에 여기저기서 웅성대기 시작했다.
"우리가 한구레처럼 독자적인 세력으로 성장해 가려면 인천연합의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비록 철면파가 인천에서 가장 강대한 세력이라고는 하나 우리가 그들의 시다바리는 아니잖습니까? 우리가 그들의 하수인 노릇을 해서는 미래가 없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우리의 이권은 확실히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철면파는 우리의 적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는 자금력이나 조직의 결속력 면에서 당장 독자적인 세력으로 위에서 말한 어떤 세력과도 경쟁하는 것이 무리입니다. 그러니 철면파로부터 때로는 하청도 받고, 큰 비즈니스 기회도 얻고 하면서 차즘 사업의 기회를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차츰 세력을 확장해서 우리가 타조직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자금력과 힘이 생기면 그때는 진정한 독자적인 세력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건 마석대! 네 형 마석기가 철면파 제일행동대장이라서 그런 것 아니야? 말이 좋아 동맹이지. 사실상 종속 관계잖아? 형은 철면파에 사실상 부두목이고, 동생이 인천연합 회장을 하면서 언제 독자적인 세력으로 키워갈 수 있겠습니까? 전 그래서 철면파와 무관하면서 우리들 각자의 비즈니스를 완전히 존중하면서 인천 연합을 타세력과 완전히 독립적인 세력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인천 연합의 회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다."
마석대가 손가락을 튕겨서 딱소리를 내며 천숙희와 남현기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니들이 그래서 하종대 형님과 다른 형님들을 짭새들에게 팔았냐? 그리고 오늘 모임에서 니들끼리 남짱, 여짱 하겠다고 그렇게 붙어먹으며 작당 모의했냐?"
그 순간 그랜드 볼룸의 무대 위 대형 스크린 상에 남현기와 천숙희의 낯뜨거운 관계 장면이 적나라하게 펼쳐졌고, 그들이 짭새들에게 하종대 무리를 넘기자는 말과 인천 연합에서 남짱 여짱이 되자는 모의 내용이 생생하게 들렸다.
"마석대! 이 비겁한 새끼야! 꺼. 당장 꺼!"
"어서 끄지 못해? 이 비열한 새끼야!"
"야, 천숙희! 남현기! 이 더럽고 추잡한 똥덩어리들아! 짭새들한테 형님들 찌르고 니들끼리 일짱하겠다고.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네. 니들 오늘 여기서 걸어서 나갈 생각하지 마라."
"흥! 네 뜻대로 그렇게 쉽게 밟히지는 않을 거다. 애들아 다들 연장 꺼내."
이때 송소연이 나서며 천숙희와 남현기를 두둔했다.
"(큰 목소리로) 잠깐! 마석대 일단 저 영상부터 꺼라. 다들 잘 들어봐. 니들 중에 지금까지 연애 안 해본 애들 있으면 손들어봐. (주변을 둘러보며) 그러면서 지금 동영상에 남현기, 천숙희가 나온 것 가지고 이 난리를 치는 거냐? 연애 한번 했다고 갑자기 죽이려고 덤비는 건 아니지. 왜? 니들도 맨날 하는 짓이 그거잖아. 둘째, 짭새한테 신고한 거에 대해 솔직히 말해보자. 누가 내 밥상에서 밥그릇을 뺏어가는데 그걸 좋게 볼 사람 누가 있어? 그리고 막말로 힘으로 안되면 그냥 당해야 하냐? 아니면, 할 수 있는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자기 이권을 지켜야 하는 거냐? 경찰력을 동원하든 이빨로 물어 뜯던 내 나와바리는 내가 지켜내는 게 제일 우선시되야 하는 거 아니냔 말이야?"
"그래도 이 세계에 발을 담그고 살아가면서 짭새는 아니지."
"내 말이 그 말이야. 짭새한테 꼰지른 쥐새끼는 평생 그 짓을 할 거야. 언제 뒤통수 칠지 모르는 것들이라고." "이런 개같은 것들이 누구 마음대로 니들이 남짱, 여짱 한다는 거야?"
"이 세계에서 쥐새끼가 발붙일 공간은 없다. 뭘 더 듣고 있어? 그냥 밟아!"
"니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게 밟히지는 않을 것이다. 얘들아! 연장 꺼내. 사정 봐주지 말고 아작내버려."
"(I 여상 일진들에게) 니들도 연장 꺼내들고, 이 악물고 맞서 싸운다."
남현기와 천숙희가 다른 연합회원들과 대치하고 있는 그때, 마석대가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남현기와 천숙희 뒤에서 2인자 방미연과 채동수가 꺼내든 칼로 남현기와 천숙희의 옆구리와 등에 각각 칼을 박아 넣었다.
"씨발! 더러운 년이 쥐새끼가 됐으면 시궁창에서나 뒹굴 것이지. 여기가 어디라고 나불거려. 앞으로 I 여상은 내가 맡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꺼져라."
"어이 남현기! 천숙희 저 가시나랑 온갖 재미는 다 맛봤으니 이쯤에서 디져도 아쉬울 건 없겠지? 그만 찌그러져라."
천숙희와 남현기는 피를 흘리면서도 악착같이 저항해 보았지만, 인천연합에 온 짱들의 다구리에 결국 너더너덜해진 휴지조각처럼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천숙희 앞에 앉으며) 어이쿠! 그 잘 나가던 타란툴라님! 꼴이 이게 뭡니까?"
남현기가 마석대쪽으로 기어오려고 꿈틀대자 마석대는 발로 남현기의 머리를 밟았다.
"넌 좀 찌그러져 있어. 그 얼굴 다시는 내 앞에 디밀지 못할 거야."
"마석대! 이 비열한 새끼! 내가 반드시 열배, 백배로 돌려줄 거야 반드시!"
천숙희가 이를 악다물며 분노에 찬 눈빛으로 마석대를 쏘아보자 천숙희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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