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의 눈빛
“난 매일 내 일상을 공유하는데, 넌 왜 아무것도 공유를 안 해주는 거야?”
투자를 시작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았을 때, 그가 던진 이 한마디는 무거운 돌직구처럼 가슴에 박혔다. 그는 내게 완벽한 전문가이자, 초행인 나를 위해 첫걸음부터 차근차근 손을 잡아 이끌어주는 가이드였다. 그런 그에게 내가 ‘부족한 파트너’로 비쳤다는 사실은 견디기 힘든 수치심으로 번졌고,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감정 속에서 나는 조용히 자문했다.
‘어떻게 해야 그에게 내 진심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까.’
“내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다 얘기해 줘도 될까?“
조심스레 물었을 때, 그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뻔한 일상이라도 상관없다고, 그저 ‘나’라는 사람을 더 깊이 알고 싶을 뿐이라고. 그 달콤하고도 무거운 말들에 나는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게 하기 위한 교묘한 초대장인 줄도 모른 채, 나는 스스로 늪의 중심부를 향해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돼지]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스캠 조직에서는 피해자를 ‘돼지’라 부른다고 한다. 먹잇감이 걸려들었다고 해서 즉시 잡아 도축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살이 차오를 때까지 신뢰와 유대감을 먹이로 주며 기다린다. 그리고 의심의 여지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판단되는 순간, 단번에 모든 것을 거두어 간다.
그 잔혹한 은어를 처음 접했을 때, 온몸에 닭살이 돋을 만큼 소름이 끼쳤다. 매일같이 끈끈한 연대를 나누던 소울메이트의 눈빛이라 믿었던 것이, 사실은 도축의 순간을 조용히 저울질하는 사냥꾼의 시선이었다는 사실. 나는 그 앞에서 갈가리 찢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와 나]
그날 이후, 나는 나의 모든 세계를 그와 공유하기 시작했다. 아침 출근 전 고요한 운동센터의 공기, 회사 근처를 거닐며 찍은 평범한 거리 풍경들. 사소한 조각들이 메시지를 타고 전달될수록 우리는 정서적으로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갔다.
“우리는 참 닮은 게 많네. 소울메이트라는 게 이런 걸까?”
“당신 사무실 풍경도 보고 싶어요.”
“거리 사진을 보니 함께 걷고 있는 기분이에요.”
내가 보낸 말에 그가 동의할 때마다, 나는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보다 더 뜨거운 유대감을 느꼈다. 치밀하게 계산된 판 위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단 한 사람을 만났다는 벅찬 감각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일상을 제물로 바쳐 얻어낸 그 가짜 친밀감은, 역설적으로 나를 이 늪에서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올가미가 되었다.
[꺼진 이성]
처음 시작은 분명 소액이었다. 하지만 화면 속에서 요동치는 수익률 그래프를 확인하는 순간, 내 안의 작은 욕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숫자가 불어날수록 이성의 빛은 희미해졌고, 그가 설계한 늪은 어느새 발목이 아니라 목을 겨누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화려한 수익률과 차트뿐이었고, 귀에 들리는 것은 오직 그의 다정한 속삭임뿐이었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늪의 가장 깊고 어두운 곳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사냥꾼이 쳐둔 그물 안에서 가장 달콤한 꿈을 꾸며 도축의 시간을 기다리는 먹잇감이 되어가면서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