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권자 지정 감리
모든 인허가의 명의는 건축주가 된다.
건축주의 동의서로 건축사나 기술사가 대리인으로 인허가 업무를 수행한다.
주거용 소규모 건축물을 짓게 되면,
건축주는 허가권자에게 감리를 지정받는다.
분양이나 임대 건축물의 경우, 건축주와 설계자에게서 감리를 분리시키기 위해 만든 제도다.
무작위 추천 방식으로 제3자의 감리자를 배정하니, 이를 ‘독립성 확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상주·비상주 여부를 떠나, 현장에서 공사 관계자를 마주하는 순간 독립성은 약해진다.
감리의 본질은 기술보다 윤리다.
제도의 틀은 좋아도, 그 자리에 선 사람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현장은 변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건축사사무소가 있다.
규모와 형태는 다양하며, 규모에 따라 업무 방식도 달라진다.
많은 이들이 대형 건축사사무소에 입사해 수년, 혹은 수십 년을 보내며 기술을 익힌다.
하지만 대형 사무실은 설계와 감리를 철저히 분리해 효율을 높인다.
개업 후 감리 업무를 수행하는 건축사 중에는, 처음 현장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경험 없이 자격증만 가지고 나온 것이다.
대표 건축사가 아닌 직원이 감리를 대신 수행하기도 하고,
심하면 건축사가 한 번도 현장에 오지 않은 채, 직원의 보고서만으로 사용승인을 신청하는 사례도 있다.
일반인은 ‘바빠서 못 온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감리 경험 부족이나 감리 자체를 자신의 역할로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허가권자 지정 감리는 개업 건축사나 소속 건축사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정해진 교육 시간을 이수하면 자격이 주어지고, 이후에는 무작위 추첨을 기다린다.
접근이 쉽기에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지만,
추첨방식이라는 한계로 감리자의 역량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감리의 핵심은 성실함이다.
기술은 그 다음이며, 스스로 단련해야 한다.
감리자는 법적으로 공사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위치다.
그 권한을 재시공 대신 타협에 쓰거나,
안전 점검을 대충하는 데 쓰면,
건축주는 자신의 권리를 침해 받는다.
감리자는 서류철 한 장 들고 견학하듯 지켜보는 자리가 아니다.
감리자의 윤리와 사명감이 민원인들의 권리를 지켜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