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해미읍성
이순신, 젊은 날의 고뇌가 깃든 곳
해미읍성의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 한구석에 이순신 장군의 젊은 날이 스며든다.
아직 무명에 가까웠던 30대의 이순신이 이곳에서 보냈던 10개월, 그 시간은 그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였을까.
성벽 위를 천천히 걸으며 나는 그의 뒷모습을 상상한다.
서산의 드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그는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며 깊은 고뇌에 빠졌을까,
아니면 그저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려 애썼을까.
훗날 조선을 구한 위대한 영웅의 서막이 시작된 이곳, 해미읍성은 그에게 단순한 근무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해미읍성의 객사에 앉아 있었을 젊은 이순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낡은 목재 문틀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소리, 성곽 너머로 펼쳐진 들판의 고요함 속에서 그는 어떤 꿈을 꾸었을까.
당시 이순신은 아직 세상에 이름을 알리지 못한, 그저 충청도 서산의 작은 읍성에서 군사 훈련을 지휘하던 무관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시간은 그의 내면을 단련하고, 그의 의지를 벼리는 소중한 계기였을 것이다.
성벽을 오르며 병사들과 함께 땀 흘리고,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전략을 구상했을 그의 모습은 지금도 이곳에 생생히 남아 있는 듯하다.
해미읍성의 돌 하나하나는 이순신의 발걸음이 닿았던 흔적을 품고 있다.
성문 위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은 400여 년 전 그가 보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 멀리 펼쳐진 들판과 하늘, 그리고 그 사이를 가르는 바람은 여전히 그의 숨결을 전하는 듯하다.
이곳에서 그는 나라를 지키는 일의 무게를 처음으로 깊이 느끼지 않았을까.
아직 명나라와의 전쟁도, 한산도의 대첩도 멀기만 했던 그 시절,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이순신에게 해미읍성은 단순한 군사적 요새가 아니라, 그의 내면에 깊은 각인을 남긴 성장의 무대였다.
이곳에서 그는 책임감과 리더십을 배웠고, 백성들의 삶을 지키는 일의 숭고함을 깨달았을 것이다.
성벽을 따라 걷는 동안, 나는 그의 고뇌와 희망을 조심스럽게 더듬어본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다졌을 그의 심정,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났을 단단한 의지가 이곳의 돌담과 바람 속에 녹아 있다.
해미읍성을 걷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되짚는 일이 아니다. 이곳은 이순신이라는 위대한 영웅의 인간적인 면모를 만나는 장소다.
그의 젊은 날의 고민과 꿈, 그리고 그를 영웅으로 만든 첫걸음이 이곳에 새겨져 있다.
성곽 위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 순간, 나 또한 그의 희망과 책임감의 일부를 공유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해미읍성은 그렇게, 이순신의 젊은 날의 고뇌와 의지가 살아 숨 쉬는 특별한 공간으로 내게 깊은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