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순교성지
회화나무, 천주교 박해의 아픈 증언
해미읍성의 한쪽 구석, 고요한 성곽 안에서 우뚝 서 있는 늙은 회화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다.
그 거대한 몸통과 울퉁불퉁한 껍질, 하늘을 향해 뻗은 굵은 가지들은 100여 년 전의 아픈 역사를 온몸으로 기억하는 증언자다.
이 나무는 조선말 천주교 박해의 비극을 묵묵히 지켜본 살아있는 유산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회화나무에 철사줄로 천주교 신자들을 매달아 고문하고, 그들의 신념을 꺾으려 했던 잔혹한 시간이 있었다.
나무의 거친 껍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의 눈물과 고통, 그리고 꺾이지 않은 믿음의 흔적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회화나무 아래 서서 고개를 들어 그 거대한 몸체를 올려다보면, 묵직한 위압감과 함께 이름 모를 슬픔이 가슴을 짓누른다.
이 나무는 단순히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의 고통과 신념이 얽힌 역사의 한 페이지다.
19세기, 조선 정부의 천주교 박해는 수많은 신자들에게 죽음과 고난을 안겼다.
해미읍성은 그 비극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 이곳에서 이름 없는 백성들,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 회화나무 아래에서 고통받았다.
나무는 그들의 비명을 들었고, 그들의 기도를 보았다. 그 침묵의 증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렬하게 살아 있다.
나무의 가지 하나하나에는 당시의 처절한 순간들이 스며들어 있는 듯하다.
바람이 스치며 나뭇잎이 흔들릴 때, 그 소리는 마치 잊힌 이들의 속삭임처럼 들린다.
회화나무는 단순히 박해의 현장을 지켜본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숨 쉬며, 그들의 신념과 희생을 후세에 전하는 살아있는 기념비다.
나무 아래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 시절의 비극이 생생히 되살아나는 듯하다.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며 만드는 그림자는, 마치 당시 신자들의 고통스러운 그림자를 투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미읍성의 회화나무는 단순한 역사적 유물이 아니라, 인류의 어두운 과거를 반추하게 하는 상징이다.
이 나무는 신앙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이들의 용기와, 그들을 억압했던 폭력의 잔혹함을
동시에 말해준다.
나무를 바라보며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되새긴다.
이름도, 얼굴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최후를 맞았지만, 그들의 믿음은 결코 꺾이지 않았다.
회화나무는 그들의 희생을 잊지 말라고, 그 아픔을 기억하라고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오늘날, 회화나무는 해미읍성을 찾는 이들에게 깊은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이 나무는 과거의 비극을 잊지 않고, 그 아픔을 통해 현재의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나무 아래 서서 잠시 눈을 감으면, 그 시절의 고통과 저항, 그리고 희망이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듯하다.
회화나무는 해미읍성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것은 역사의 상처를 품고서도 꿋꿋이 서 있는, 인류의 양심을 일깨우는 살아있는 유산이다.
이 나무의 침묵은 그 어떤 말보다 큰 울림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성찰하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