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퍼 플라이를 떠나보내며...
요즘 러닝 크루니 다 같이 달리는 크루가 유행이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의 첫 러닝 동반자는 에픽 리엑트라는 신발이었다.
러너들 혈압 터지는 소리지만 나는 사실 러닝화를 일반 신발처럼 사용했다.
무거운 몸무게에 가벼운 신발이니 사실 이건 매우 편한 신발이다.
특히 탄소섬유보단 바운스에 중점을 맞춘 신발이기에 체중을 커버하는 느낌까지도 드는 그런 신발이었다.
그리하여 러닝보단 워킹이나 일반화처럼 사용했다.
구두를 신고 회사에 나닐 때, 오래 걸으면 관절, 무릎, 심지어 머리까지 아플 정도의 고통에서
내가 신던 그 운동화면 모든 게 좋아졌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 신발을 신고 10초 남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속으로 욕하면서 달린 적이 있었다.
분명 그냥 힘들고 지쳤었지만,
그때 느낀 발을 잡아주는 감이라던지,
내 발을 감싸주며 편안히 달릴 수 있게 붙잡아주는 그립감.
그리고 10미터 정도 뛰고 거덜 났던 내 체력까지.
지금 생각해 보니 나의 약한 체력에도 발목을 접질리지 않았던 이유 역시 좋은 신발이 날 잡아준 것 같았다.
아마 그때부터 달리기에 대한 나의 작은 열망이 꿈틀거린 것 같았다.
나의 러닝 첫사랑 같은 내 신발.
하지만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던가?
그렇게 그 당연하게 여기던,
나에게 안정감을 선사해 주던,
그리고 편안함을 주던 그 신발을 버리고 지금 신는 신발로 갈아탔다.
자금 신는 베이퍼 플라이는 떠난 첫사랑 이후 나에게 러닝을 입문을 기켜준 신발이다.
순수하고 풋풋했던 그 첫사랑을 떠나보낸 후 화끈한 사랑이라 해야 하나.
섹시한 페라리를 타고 다니는 그녀를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페라리를 타고 시골도 가고, 산골도 가고, 바다도 다 갔다 온 기분이다.
이번에도 굳이 러닝트랙에서 달리지 않고 어디든 그 신발을 신고 다녔다.
그녀도 나의 이런 모습에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푹신푹신한 안감에 탄소섬유의 반발성까지.
거기에 말도 안 되는 가벼움을 장착한 그녀는 나와 같이 달려 3분도 못 뛰던 날 5km까지 달리게 해 주었다.
나에게 달리기의 즐거움을 알려 주었지만
멈추지 못하는 그녀의 폭주기관차 같은 스피드에 처음으로 달리다가 발목이 아파본 신발이기도 했다.
마치 컨트롤이 안 되는 여자친구와 싸우는 듯한 다툼이 있었다.
그러면서 난 더 성장했고 더 단단해졌지만
결국 밑창이 다 닳았다.
그녀의 참을성이 바닥을 드러내자 나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래도 이틀은 더 쓸 것 같은데.
그럼 우리 마지막 이별여행 멋지게 해 보자.
인터벌 달리기를 마지막으로 그녀와 보낸다.
쓸쓸한 미소에 그동안 서로 고마우며 미안한 감정을 드러내며
서로 조용히 앞만 보고 달린다.
3분간 미친 듯이 달리고 1분간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웃는다.
그리고 무정하게 다시 3분을 달린다.
호흡도 안정을 찾아가고 서로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할 것 같은 1세트 인터벌
그리고 끝날 때쯤 힘들었지만 서로에게 아직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2세트
3세트 땐 이쯤이면 지쳐야 하는데 아직은 자존심 때문인지 아직도 버틸 만 함.
4세트 그리고 5세트까지.
인터벌을 완벽하게 끝냈다.
정말 힘들어야 할 인터벌.
지금까진 중간에 포기도 많이 했던 인터벌을 처음으로 목표치만큼 도달했다.
기뻤다.
"야! 드디어 우리 해냈다.!!
씩 웃어주며 나의 동반자 같았던 베이퍼 플라이.
나와 야간 러닝도 하고, 무거웠던 날 밀어준 아주 고마운 그녀.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나의 화끈한 베이퍼 플라이.
그녀는 이렇게 나를 떠나갔다.
그녀를 놓아주며 그녀와의 순간을 생각하며 이 글을 적는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입문은 아무거나 하세요.
뭐 신발이 큰 차이가 있나요? 사람 차이지?
웃기는 소리
난 당당히 말한다.
신발이 무겁고, 체중이 무거워 조금만 뛰면 힘든 사람에게
나랑 같이 뛰어줄 파트너를 아무나 선택하고 뛰라고?
진짜 초보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