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버려진 감정, 버려진 나
버려진 자아를 형성하다.
우리가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배운 첫 번째 법칙은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지 말라"는 것이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면 "울지 마, 별일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화를 내면 "버릇없다"는 꾸중을 듣는다.
기쁨조차 지나치게 드러내면 "너 혼자만 신난 거 아니냐"라는 눈치를 받는다.
이렇게 감정은 검열되고 선택적으로 허용된다. 사회가 원하는 표정만이 안전한 것처럼 보이는 순간, 아이는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그 결과 억눌린 감정들은 내면 깊숙이 밀려 들어가 '버려진 자아'를 형성한다.
억압은 단순히 감정 통제가 아니다. 그것은 자아 분열의 시작이다. 내가 느낀 감정은 분명히 '나'의 일부인데, 사회가 용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부분은 버려진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이렇게 말했다.
"자아는 의식의 중심일 뿐 전체 인격의 중심은 아니다. 억압된 감정과 기억은 무의식 속에서 자율적 생명을 얻으며, 때때로 자아를 압도한다."
감정은 억압되었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무의식 속에서 자율성을 얻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튀어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왜 내가 이렇게 과민하게 반응했을까?"라고 의아해하지만, 그 반응은 사실 오랜 억압의 귀환일 때가 많다.
드라마 〈메이드〉는 감정을 억압한 채 살아가는 삶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알렉스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지만, 아이를 지키기 위해 두려움과 분노를 억눌러야만 했다. 그녀는 늘 "괜찮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타인의 시선 앞에서는 울고 싶은 감정을 삼킨다. 그러나 이 억눌린 감정은 그녀의 몸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새어나온다.
알렉스는 직장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도 웃으며 넘어가고, 법정에서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 애쓴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 그녀는 쉽게 무너지고 작은 일에도 과도하게 반응한다. 억눌린 감정은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틈새마다 균열을 일으키며 되살아나는 것이다.
〈메이드〉는 보여준다. 사회가 "강해야 한다"는 이름으로 개인에게 요구하는 억압이, 결국 '버려진 자아'를 양산하고, 그 자아가 어떻게 고통의 형태로 되돌아오는지를. 알렉스의 눈물과 침묵은 단순한 약함이 아니라, 감정 억압의 대가를 드러내는 증거다.
감정을 억압하면 우리는 점점 자기 자신과 멀어진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싫은지조차 알기 힘들어진다. 억눌린 감정은 '버려진 자아'가 된다. 융은 이것을 "그림자의 형성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성질은 무의식 속에 그림자로 남아, 의식적 인격과 분리된다."
즉, 내가 분노를 부정하면 '분노하는 나'가 그림자로 남고, 내가 슬픔을 부정하면 '슬퍼하는 나'가 그림자로 내려간다. 버려진 자아는 사라지지 않고 내 곁을 떠돌며, 때로는 타인의 얼굴이나 상황을 통해 되살아난다.
예컨대 늘 웃는 얼굴을 유지하는 한 여성이 있다고 하자. 그녀는 화를 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가족들은 종종 그녀를 두려워한다. 이유 없이 차갑고 날카로운 기운이 그녀의 말투와 눈빛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녀가 부정한 것은 바로 '화'였다. 하지만 억눌린 분노는 다른 방식으로 새어나와, 관계 속에 냉기를 퍼뜨린다. 이것이 바로 버려진 자아의 귀환이다.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억압된 감정이 어떻게 개인과 관계를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준다. 겉으로는 완벽한 중산층 부부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사회가 원하는 '성공한 부부'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그러나 내면에는 좌절, 분노, 공허가 쌓여 있다. 그들은 늘 웃으며 파티에 참석하지만, 그 속에는 꿈을 포기한 슬픔과 서로에게 털어놓지 못한 분노가 끓어오른다. 결국 억눌린 감정은 폭발하고,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는다.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이야기는 보여준다. 사회적 성공이라는 가면이 아무리 화려해도, 억압된 감정은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는 사실을.
억눌린 감정을 다시 받아들이는 것은 두렵지만, 동시에 자유를 되찾는 길이다. 내가 화낼 수 있음을 인정해야 진짜 온화할 수 있고, 내가 슬플 수 있음을 인정해야 진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억압은 나를 사회적으로 안전하게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동시에 나를 불완전하게 만든다.
'버려진 자아'를 되찾는 일은 단순히 감정을 많이 표현하자는 뜻이 아니다. 내 안의 모든 감정을 존재 그대로 인정할 때, 나는 더 이상 타인을 통해서만 내 그림자를 보지 않아도 된다. 그림자를 통합하는 순간, 억압된 감정은 나를 파괴하는 힘이 아니라 성장과 창조의 에너지로 변한다.
다음 회 예고가정과 사회, 개인의 경험이 얽히며 그림자는 더욱 복잡한 구조를 갖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선택적으로 일부만을 '나'라고 믿게 되었을까? 제3회에서는 그림자가 형성되는 구체적인 과정과 메커니즘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