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정은 언어이자 문화였다
"네, 알겠습니다, 다음에 올게요"
천 루피아(Rp1.000) 짜리 잔디를, 외국인 프리미엄이 붙어 만 루피아(Rp10.000)에 구입했었던 나.
그 이후로 나는 정찰제 매장이 아니라면 흥정은 기본이다라는 마음으로 늘 흥정부터 시작했다.
나와 식물 사이의 거리
사실 나는 식물과 가까운 사람이 아니다. 지금은 그걸 인정하지만, 예전엔 여러 번 키워보려 했었다. 꽃나무도, 망고나무도, 잔디도, 열심히 길러보았지만 결국은 ‘초록 손’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 그래도 그 시절에는 자카르타 이곳저곳의 식물 시장을 자주 찾곤 했다. 당시 자카르타에는 차도 옆 길가에 나무와 꽃을 파는 곳이 많았다.
견물생심, 그리고 계산
어느 날, 지나가던 길에 꽃나무와 과일나무, 잔디 등을 파는 가게 앞에 차를 세웠다. 빨강, 노랑, 주황… 형형색색의 꽃나무들이 눈에 띄었고 작은 망고나무 묘목, 람붓단 나무, 조각돌, 발판, 심지어 작은 분수대까지 있었다.
‘견물생심’이란 말이 딱 맞았다.
눈앞에 펼쳐진 정원 세트에 나도 모르게 지름신이 강림하셨다. 한 가지씩 가격을 물었다.
“Berapa harga pohon bunga kuning ini?”
(이 노란 꽃나무는 얼마인가요?)
“Kalau pohon mangga?”
(망고나무는요?)
“Kalau rumput?”
(잔디는요?)
하지만 어느 하나 ‘산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가격을 천천히 묻고, 마음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외국인 프리미엄과 흥정의 시작
모두 합하면 Rp2.000.000(약 18~20만 원 상당) 정도였다. ‘역시나 외국인 프리미엄이지…’
나는 곧바로 흥정에 들어갔다.
“Pak, boleh Rp1.500.000?”
(아저씨, 150만 루피아에 안 될까요?)
하지만 상인은 단호했다.
“Tidak bisa.”
(안 돼요.)
나는 몇 분간 망설였다. 정말 필요한 물건인가?
생활비 잔액을 떠올리다 말했다.
"Baik, lain kali ya"
"네, 알겠습니다, 다음에 올게요"
그리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상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Tunggu! Ambil saja dengan harga itu!”
(잠깐만요! 그 가격에 가져가세요!)
그 순간 깨달았다.
‘안 사겠다’는 말이 진짜 흥정의 시작이었구나.
나만의 흥정 기술
그날 이후로 나는 전통시장에 갈 때마다 나만의 흥정법을 쓴다. 먼저 가격을 하나하나 묻고, 마지막에 전체 합계 가격을 깎는다. 상인이 거절하면 “괜찮아요” 하고 돌아선다. 그러면 열이면 아홉, 다시 부른다.
“Ok, ok! Ambil saja!”
(좋아요! 가져가세요!)
그리고 한 가지 더 팁이 있다.
아침 일찍 첫 손님이 되는 것.
성공 확률은 거의 100%다.
첫 손님을 놓칠 수 없는 이유
인도네시아 상인들, 특히 중국계 상인들 중 일부는 지금도 장사를 시작하기 전 향을 피운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이주한 중국인 후손들 중에는 상인 가문이 많고, 그들은 오랜 관습처럼 첫 손님을 ‘복(福)의 징조’로 여긴다. 첫 손님이 물건을 사지 않으면 하루 장사가 안 풀린다고 믿는 것.
그래서 첫 손님이 오면 어떻게든 잡으려 한다.
그 믿음 덕분에, 나는 여러 번 좋은 흥정을 경험했다.
흥정도 관계의 기술이다
지금은 흥정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무작정 깎기보다, 적정선을 지킨다. 그들도 매출이 있어야 하고, 나도 존중받는 손님이고 싶기 때문이다.
흥정은 재미있다.
그 순간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가격을 사이에 둔 문화적 대화 같다.
나는 이 흥정의 순간들이 좋다.
그래서 지금도, 자카르타를 쉽게 떠날 수가 없다.
by 23년 차, 자카르타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