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말고 돈으로 주세요

-500루피아의 불편한 진실


동전은 있는데, 없다?




한국의 편의점처럼, 인도네시아 곳곳에도 인도마렛(Indomaret), 알파마트(Alfamart) 같은 프랜차이즈 마트가 있고, 동네 슈퍼마켓, 일명 ‘와룽(warung)’ 같은 소형 상점도 있다.

10여 년 전, 이곳에서 처음 겪은 문화 충격은 ‘거스름돈 대신 사탕’을 받는 일이었다.
계산을 마치고 500루피아 이하의 잔돈을 주지 않고, 돌아오는 건 사탕 한 알.
나는 당황했고, 곧 불편함을 느꼈다. 잔돈이긴 하지만, 엄연히 내 돈, 내 재산이었다.
가게 입장에서는 ‘그깟 몇 푼’ 일 수 있지만, 수많은 고객의 잔돈이 모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건 개인의 선택이 아닌, 강제된 포기이자 일종의 관행적 갈취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사탕을 거부하고 물었다.
“왜 사탕을 주나요? 잔돈은 돈으로 주세요.”
쓸데없는 영웅심이었을까?
하지만 그때의 나는, 말해야 할 일에는 말해야 한다고 믿었다.

몇 번을 더 컴플레인하고 시정을 요청했지만, 결국 나는 지고 말았다.
나중에는 그냥 사탕을 받았다.
딸기맛이 나을까, 커피맛이 나을까 고르며.
포기와 타협 사이에서, 나는 그저 힘없는

한 사람이었다.




몇 년 전부터는 시대가 바뀌었다. OVO라는 결제 앱이 등장하고 나서는, 아예 잔돈을 받을 일조차 줄어들었다.
현금을 내밀면 이제는 이렇게 말한다.


“현금은 받지 않아요.”

예전에는 동전이 없다더니,

이젠 현금 자체를 거부한다.
자기들 마음대로라는 생각에,

솔직히 혼란스럽고 화도 났다.

초창기 OVO는 인도네시아 국영은행인 만디리(Mandiri)와 제휴해 도입되었다.
문제는 OVO 충전이 오직 만디리 계좌를 통해서만 가능했다는 점이다. 나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대중적인 BCA 은행의 모바일 뱅킹을 사용하고 있었고,
굳이 만디리 계좌를 새로 만들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도 주차 요금을 OVO로만 결제하라고 하는 쇼핑몰, 빌딩들이 생겨났다. 어떤 사전 안내도 없이, 현금은 받지 않고 앱 결제를 강제하는 방식에 나는 깊은 불편함을 느꼈다. 나라가 특정 은행 계좌를 만들라고 등을 떠미는 듯한 기분. 그게 과연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일인가? 선택권이 사라진 순간, 편리함은 부담이 되고 시스템은 억압이 되었다.




2025년 현재, OVO뿐 아니라 GoPay, DANA, LinkAja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이 생겼고
현금도 다시 쓸 수는 있게 되었지만, 상황은 또 다르다.
이제는 오히려 ‘No Cash’라는 문구가 익숙해졌다.
심지어 백화점 안 스타벅스조차 현금 결제를 거절한다.

이해는 간다. 디지털 결제는 자금 흐름이 투명하고, 횡령의 리스크도 줄어든다. 상점 입장에서는 더 안전하고, 효율적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적응 중이다.

이제 지갑 속 현금은 거의 없다.

가끔 주차장에서 팁을 줄 때나 필요할 뿐이다.

동전 대신 사탕을 받던 그 시절, 나는 불편함을 표현했지만 결국 사탕 하나쯤은 그냥 넘기게 되는 사람이 되었고, 이제는 카드만 들고 다니며

“현금 안 받아요”라는 말에 수긍하는 사람이 되었다.

시대는 그렇게 바뀌었고, 나도 함께 바뀌었다.
하지만 마음 어딘가엔 여전히 그때의 의문이 남아 있다.

“작은 돈이지만, 왜 나는 그걸 포기해야 했을까?”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무엇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걸까?”


시스템은 편리함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 시스템이 누군가에게 강요로 느껴질 때,

우리는 다시 묻고, 생각해 봐야 한다.

그 편리함이 모두를 위한 것이 맞는지를.




by 23년 차, 자카르타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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