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는 끝내 완성된다

by HhyunKn


무를 길게 돌려 깎다가

툭하고 끊어진다

완벽한 접시를 위한 무는

끊기지 않아야 할 터였다

그러니 끊어진 무조각에 미안할 수 없었다

얇거나 길었어도 마찬가지다

사과도 없이 그저 나머지를

다시 깎아나가는 수밖에 없다

무가 동강 나도 접시는 완성된다


완성된 접시를 식탁에 내어놓는다

퍼석퍼석 씹는 동안

으레 쏟아내는 찬사를

뒤뒤 꼬아 듣는다

아까 그냥 지나친 무가

수저 안에 비비 꼬아진다

아까 그냥 지나친 양념이

아까 그냥 지나친 국수가

입안에 한데 꼬아져

씹히는 맛이 좋다

그래서 더 입맛이 퍼석한가 보다









벌어진 실수를 다 지나고 나서야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사과도 하지 못하고 그냥 잘못한 채로 살아온 삶에 대한 회의, 자기혐오 그럼에도 얼렁뚱땅 살아지는 삶. 그리고 살아가야 할 삶에 대해 더 집중해야 하는 나를 바라봅니다.


모든 감상평을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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