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당장 죽는다면,

죽음을 기억하라

by 강가

아름다운 중세풍의 도시, 체코의 프라하. 고풍스런 분위기에 조금은 놀랐다. 유럽의 현대화가 많이 된 도시들 사이에서도 비교적 옛 모습이 물씬 풍겨졌다. 유럽 건축물은 대부분 단단한 돌로 구성되어 내구성이 좋다. 큰 파괴력이 동반되지 않는 이상 크게 그 상태가 변형되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은 자연친화적인 방법을 택했던 동양의 많은 고찰이나 유적지들은 전쟁이나 특정한 사건을 통해서 크게 손실이 되는 수난을 겪어야 했다.


아름다워 보이는 체코의 프라하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 찍기에 바빠 보였다. 대부분의 매우 흡족하고 만족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즐거움의 장소에서 하필 고통에 대한 화두가 발동했는지 모르겠다. 만족하고, 행복하고, 배부르고, 존경 받고, 명망 있는 상태를 벗어나 다른 형태의 삶을 추구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아니오’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종종 예상 밖의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곤 한다. 주어진 모든 부귀영화를 뿌리치고 다른 형태의 삶을 향해서 나아간 존재들. 그러한 삶을 산 역사적 인물 중 하나는 고대 인도의 싯다르타 고타마. 부귀영화를 누리던 그는 우연히 목격한 생로병사의 현장 앞에서 삶에 의문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세속적 연결고리를 끊고 수행자가 되고 마침내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다는 의미의 붓다로 불리게 되었다. 그의 주요 가르침 중 하나는 사성재. 이를 줄여서 고집멸도라 한다. 고통의 고, 집착의 집, 멸할 때의 멸, 그리고 길 도이다.


고통과 잘 어울리는 사건이라면 죽음일 것이다. 죽음에는 대게 질병이나 고통 등이 동반 된다. 죽음과 고통을 고찰하면서 삶의 무상함을 배운다. 이 몸과 마음도 영원하지 않음을 이해함으로써 다른 측면에서의 삶을 돌아 보게 된다.


문득 인도의 바라나시 화장터, 네팔의 파슈파티나트 사원의 화장터, 티베트의 조장이 떠오른다. 조장은 티베트의 풍습으로 죽음 사람의 몸을 독수리나 새 등의 먹이로 바치는 의례행사다. 이곳들의 공통점이라면 죽음을 바로 코앞에서 목격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라면, 몸도 언젠가는 장작더미의 불 속에서 활활 타오르기도, 독수리의 먹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 아니면,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분해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무엇인들, 시간이 지나면 결국엔 몸 조차도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는 듯 해 보인다.


일본에는 매우 아름다운 황후가 살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조차도 영원하지 않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였다. 그녀가 죽을 때 그녀의 시신을 길거리에 방치하도록 하였다. 그녀의 시신이 부패되는 과정을 구상도에 담았다. 죽음 앞에서는 초라해지기 마련이다. 내일 당장 아니면 한 달 뒤에 죽는다고 한다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것인가.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한 연설 중 일부다.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인생의 중대한 결정들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모든 외부의 기대와 자부심 그리고 좌절과 실패의 두려움. 이런 것들은 죽음 앞에서는 초라해집니다. 죽음 앞에선,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이 남게 됩니다.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당신이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길입니다. 당신은 이미 벌거벗겨진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심장의 울림을 따르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 달 뒤에 죽는다면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붓다가 말했다. “문제는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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