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디쓴 환대

by 나루터


스리랑카는 예로부터 악마가 살았다고 전해진다. 힌두교 대표 서사시 중 하나인 <<라마야나>>에는 고대 인도의 왕인 라마가 스리랑카에 있던 악마 라바나를 무찌르고 그의 아내를 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한, 스리랑카는 다양한 악마의 형상을 표현한 락샤가면이 전통적 문화로 남아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왠지, 자연을 비교적 그대로 간직한 아름답고 청정한 나라라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나는 사실 그 당시, 스리랑카와 악마를 연관 지을것이라고는 크게 생각하지 못했다. 나의 스스로의 경험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가 머물던 스리랑카의 위빠사나 명상센터는 재가자, 스님, 외국인 수행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수행 정진을 했다. 특히, 내가 머물던 방 맞은편에 등이 굽은 영국인 스님 한 분이 머물렀다. 공사장인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등이 굽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선명상 수행도 한 경험이 있다고 하면서 나를 반겨주었다. 그 후, 우락부락하고 덩치 큰 근육질의 한 백인 미국인이 숙소에 합류하였다. 그 미국인도 딱 보아하니 선불교의 영향을 크게 받은 듯하였다. 그의 몸에는 무심이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길을 걷던 중 뒤에서 그에게 “no mind?”라고 하니 그는 흠칫 하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선불교와 관련된 외국인 스님과 수행자와 인연이 되어, 함께 수행을 하게 되었다. 테라바다 불교의 전통이 살아있는 스리랑카지만 말이다.


그 외에도 스리랑카 현지인 재가자들도 몇 머물고 있었다. 그중 한 명과 이래저래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는 원래 중동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코로나 때문에 잠시 스리랑카에서 쉬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에게는 악취가 심했다. 명상실에서도 그가 뒷 문으로 들어올 때면 그의 악취가 심하게 풍길 정도였다. 오랫동안 샤워를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종종 술 냄새 비스무리한 것이 나기도 하였다. 음식을 먹을 때도 허겁지겁 먹기도 하였다. 물론, 그는 훌륭한 모범이었다. 그를 통해서 배울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 생각했다.


어느 날, 그는 먼저 명상센터를 떠날 때가 되었다고 하였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곤 나에게 앞으로 무엇을 할지 물어보았다. 스리랑카 비자는 한 달 짜리다. 나는 21일 정도 이곳에서 명상 수행을 할 예정이었므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나는, 원래 계획대로 불교 순례지에 방문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곤 그가 많은 정보들을 나에게 알려 주었다. 주요 불교 순례지 장소에서부터 어떻게 가는지 등등 여러 가지 정보를 공유해 주었다. 그리고 그의 연락처도 남겨 주었다. 필요하면 연락을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떠났다. 내가 언제쯤 나올지 미리 파악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어느 날. 비가 많이 오는 우기철이라 습했을 것이다. 명상실에서 내가 주로 앉아 있던 곳의 방석을 들어 올리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구더기가 우글거리는 것이었다.


조금은 놀랬다. 좋지 않은 징조였다.


나도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머문지 21일째 되는 날,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나는 떠나기 바로 전, 그곳 책임자 스님 같은 분에게 시간이 되어 떠나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다. 조금 더 일찍 알려드렸어야 했다. 나의 생각이 짧았다. 감사함을 표현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자연장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조금은 의미심장한 뉘앙스의 말을 해주셨다. 내가 누구와 주로 이야기를 했는지 물어보신 것이다. 스님은 특히 나와 같은 층에 머물던 영국인 스님과 이야기했는지 물어보셨다. 물론 그 스님과 얘기를 하긴 했으나, 나는 그 현지인과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하였다. 그러곤, 그 스님은 대화 말미에 이런 말을 던지셨다,


“돌아와..”


그 당시에는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조금 더 있어야 했을걸. 아차!


그 명상센터에 퇴출하고 나갔다. 길을 걸어 도로에 다달았다. 툭툭을 잡아서 좀 더 큰 동네로 넘어가야 했다. 그런데 마침, 나보다 일찍 나간 그 스리랑카 현지인 친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우연의 일치가! 그는 다른 일 때문에 오게 되었는데 우연히 나를 만난 것처럼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마침내, 뚝뚝을 타고 특정 마을까지 가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곳에서 스리랑카로 가는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그 로컬 친구는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본인 집으로 오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이때 슬슬 눈치를 챘어야 했다.


나는 순진하게도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집에 도착하니, 그의 가족이 반겼다. 그의 어머니, 형수님 (추정) 등이 있었다. 그의 여자친구 혹은 아내는 외국에 있다고 한다. 그의 여자친구와 그의 핸드폰으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또한, 그는 나와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며 함께 찍은 사진을 그 여자친구에게 공유를 하였다. 그는 나에게 차와 비스킷을 대접하고는, 곧 작은 아이가 나타났다. 대문 앞에, 모든 가족이 모였다. 나도 자연스레 그곳으로 가게 되었다. 그러더니, 온 가족들이 모여 나에게 꽃을 주는 것이 아닌가? 이것 뭐지? 받지 않으면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받아보았다. 그러곤, 나보고 아이 머리에 손을 대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범부중생인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다니. 그 당시에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랐다. 분위기에 휩쓸린 것이었다. 하라는 대로 하였다. 불교 문화를 잘 모르는 내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 터가 없었다.


그러곤 그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러 외부로 나갔다. 오토바이를 타고 한참 어디론가 향했다. 그가 나에게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내가 고작 명상 21일을 했다고, 대접받아야 할 거리가 생긴 것일까? 외환고로 시달리는 스리랑카에서 현지인에게 대접을 받는 것이 조금은 부담 스러웠다. 그는 ATM에서 돈을 인출한 후, 비싸 보이는 호텔로 나를 안내했다.


그와 그렇게 점심 식사를 하였다. 식사 중 내가 어디에 갈 것인지 이야기를 하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던 중 얼마 후, 그가 갑자기 조그마한 병에 담긴 술을 꺼내는 것이 아닌가? 그러곤 그것을 마시는 것이었다. 이런! 진지한 불교 수행자는 결코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이다. 불교의 오계 중 하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그는 조금씩 술에 취해 가는 것 같아 보였다. 진득해져 갔다. 그러곤 나에게 내가 가는 곳에 함께 가고 싶다고 떼쓰는 것이 아닌가? 쭈~욱 늘어진 듯한 말투로 나와 함께 가고 싶다고 말하였다.


“나 너.. 따라 갈거야.. 우우우~~~”


나의 눈을 멍하니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이다. 멍한 듯한 눈빛이었다. 그의 눈에 영혼이 빠져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찰나, 나는 잠깐, 마음이 흔들렸다. 나는 그의 눈에서 악마를 본 것 같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나는 그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부담스럽고 불편하고 불쾌했다. 속으로는, ‘뭐 이런 놈이 다 있나?!’라고 생각했다.

그러곤, 나는 싫다고 하였다.


“안돼!”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더니 그는 더 진득하게 따라가고 싶다고 떼쓰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입에 씹고 있던 볶음밥을 식탁에 줄줄 흘리는 것이 아닌가?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테이블보도 반쯤 벗겨졌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남아 있던 술 병을 모두 벌컥 벌컥 마셔버렸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더 이상 그와 함께 할 만한 인내심이 없었다. 나는 바로 음식 비용을 내고, 그를 억지로 이끌고 그 호텔 식당에서 내려왔다. 그는 딱 보아도 술에 취한 ‘만취인’이었다. 호텔 계단을 내려 오는 도중,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나에게 계속해서 달라붙는 것이었다.


순간 울컥한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이 친구가 정신을 차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나는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쉬고는, 오른손을 위로 최대한으로 쭉 들어 올린 후, 그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있는 힘껏 내리쳤다. 이렇게 말하면서 말이다.


“웨이크 업 (깨어나)”


그러더니 그는 오뚜기가 땅바닥에 떨어질 듯 크게 한 번 휘청 거리 더니 다시 머리를 몇 번 흔들면서 똑바로 일어섰다. 잠시 정신을 차린 듯 해 보였다. 그가 덩치가 큰 사내였으면 아마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에나마 그에게 사과의 말을 올린다. 내 주요 의도는 술에서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이다. 용서해 주길 바란다.


그 찰나 나는 재빨리 그를 그의 오토바이 뒤편에 태우고는 그의 집으로 향하였다. 하지만 취한 사람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도 중, 그는 양쪽 사이드로 반복하며 기울었다.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가던 도 중, 그가 오토바이 뒤 자석에서 떨어져 나가버릴 정도의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한 교차로에 정차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오토바이를 정차하니 그는 길거리 도로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그의 바지는 거의 홀라당 벗겨질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의 중요 부위가 드러날 정도였다. 자연스레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큰 구경거리가 생긴 것이다.


그리곤 한 청년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이 친구 위험한 사람 같다. 조심해라”


나는 재빨리 주변에 구경하던 한 뚝뚝 기사를 고용하여 그 만취한 친구를 태우고 그의 집까지 향했다.


결국 다시 그의 집에 도착을 하였다.


그런데,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멀쩡하게 걸어서 가는 것이 아닌가?! 어쭈구리. 그의 어머니로 보이는 분도, 나를 한심 하듯이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이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말이다. 난 당한 것인가?!


그렇게 나는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바로 같이 온 뚝뚝을 타고 콜롬보행 버스 타는 곳으로 부랴부랴 향하였다.


내가 무지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을!


또한, 나의 마음에 완전한 평정은 없었다.


비교적 정신을 차리고, 그를 무사히 집에는 데려 왔지만, 예상치 못했던 사건에 조금은 당황을 한 것이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함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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