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식성

by 소이

나이 들어가면서 먹는 걸 조심하게 된다.

요즘 내가 먹는 건 대부분 두부, 샐러드, 그릭요구르트, 연어, 사과등 과일, 식초, 생강차. 저녁 여섯 시 이후엔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술은 원래 마시지 않으니 그나마 쉬운 절제다.


마음이 달라지면 입맛도 함께 변한다.

예전엔 맛있으면 그냥 먹었는데 지금은 내일의 나를 위해 남겨두는 것이 익숙해졌다.


가끔 찾아오는 식욕은 잠깐의 반신욕과 요가로 달랜다. 따뜻한 물속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으면,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고 대신 몸이 고요해진다.


선배는 기름지고 진한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그와의 식탁을 떠올리며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가볍게 나를 만들어둔다.


누구를 위해 먹는 걸 조심한다는 건 결국 나를 돌보는 일과 닮아 있다. 그의 세계에 머물 수 있도록

내 세계를 정돈하는 일.


나의 로맨스는 식성을 맞추는 것처럼 서로를 천천히 배워가는 일이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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