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 나: 7화]
놓치고 싶지 않은 것 (1)

by 챠밍맘Charming Mom


coloring-books-3215186_640.jpg 출처 PIXABAY


머글도 좋아하는 게 있다


나는 '머글'이다. 머글이 뭐냐고? 그 의미를 알려면 먼저 '덕후'가 뭔지부터 알아야 한다. '덕후'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온 말로, 어떤 분야 마니아 이상으로 심취한 사람을 뜻한다. 이 말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덕후'라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머글'이란, 해리포터에서 마법세계를 모르는 일반인을 가리키듯, 머글은 '덕후'의 세계를 모르는 사람을 의미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덕후 기질' 자체가 없는 사람이다. 내 친구는 여러 분야에서 덕후로 살아간다. 스포츠든, 아이돌이든, 뮤지컬이든 뭐든 한번 빠지면 아주 깊게 빠진다. '덕후' 친구는 아무리 노력해도 무언가에 깊게 빠지지 못하는, 태생이 그게 불가능한 나를 보고 '머글'이라고 불렀다.




머글인 나에게도 딱 하나, 좋아하는 게 있었다. 바로 외국어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b'와 'd'를 헷갈려서 10초 정도 창피했던 순간이 있었다. 창피한 마음에 집으로 가서 엄마한테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했고, 그게 내가 영어를 처음 접한 순간이었다. 중학교 3학년,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에도 어떤 생각이었는지 아빠는 내게 뉴질랜드 어학연수를 권유했다. 2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그 당시에 400~500만 원은 엄청 큰 액수였다. 돈값한다는 말이 이런 걸까? 그 어학연수를 계기로 영어에 자신감이 생겼고, 좋아하니까 열심히 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시골 중학교에서 '영어 잘하는 애'가 되어 있었다.



무슨 과를 선택해요?


고등학교 3학년 대학교 입시 원서를 써야 할 때가 되자 막막했다. "나는 영어를 좋아하니까 다른 외국어도 잘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지금 중국이 커지고 있으니 중국어를 배워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게 나는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했다. 돌이켜보면 학원에서도 배울 수 있는 외국어를 굳이 대학에서 배울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주전공 중어중문학과, 복수전공 영어영문학과를 선택했다. 지금 와서 말하지만, 정말 최악의 선택이었다. 졸업할 때 되니 남는 게 없었달까?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와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또 못 하는 건 아닌, 애매한 실력만 남았다.





AI의 시대에서 외국어란?


요즘은 챗gpt 같은 AI가 실시간 외국어 번역을 해준다.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지만 예전만큼 강한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영어와 중국어를 놓고 싶지 않다. 내가 스스로 좋아한다고 느꼈던 거의 유일한 것이었기에.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걸 놓아버리는 순간, 대학교 등록금이 너무 아깝게 느껴질 것 같았다.




영어, 중국어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할 때에도 집에 오면 짬을 내어 공부하려고 애썼다. 엄마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육아하면서 영어와 중국어를 익힐 수 있을지 고민한다. 영어와 중국어 실력을 향상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무엇보다 반복되는 하루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육아를 병행하면서 외국어공부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Just do it"이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고민은 시간만 지체하게 만들 뿐이라는 생각에, 일단 카드부터 꺼내 들었다. (2편에 계속)



낯설지만 따뜻한 하루들.

엄마가 된 후에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씁니다.

육아와 나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엄마가 된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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