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브런치스토리에 지원하겠다고 결심한 날이 아직도 또렷하다. 신생아 육아에 지쳐 나를 잃어버릴 것만 같은 생각에 지원을 했고, 다음 날 합격했다는 알림을 받고 좋아하던 때가 생각난다. 남편은 그때부터 내가 노트북 앞에 앉을 때마다 "이제 조작가로 변신하는 거야?"라고 놀리곤 했다. 그 말에 나도 웃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스스로 '작가'라고 믿으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100일이 지났다. 우리 아기는 스스로 목을 가누기 시작했고, 눈 맞춤을 하며 웃기 시작했다.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브런치스토리는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였다. 갑자기 변해버린 내 인생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감정을 풀어내려고 시작한 브런치였다. 나는 글을 쓰며 감정을 정리했고 어느새 글을 연재하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 브런치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내 감정을 표현하는 통로였고 나를 지키는 수단이었다.
작은 시작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나는 아주 작고 사소한 실천들을 시작했다. 육아로 가득 찬 하루에서 '분리수거하기'를 시작으로 세수하기, 10분 스트레칭/ 10분 독서하기, 브런치 작가되기, 매일 성경말씀 읽기, 영어/중국어 공부까지 확장해 나갔다. 어디에 내놓기 민망할 정도로 사소하고 평범한 행동들이었지만, 육아세계에선 이 사소한 행동들을 하는 데에 꽤 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했다.
엄마가 된 지 어느덧 100일, 이제야 나는 육아에 적응이 되었다. 하루를 아이 중심으로 보내는 것도, 그 하루에서 날 위한 무언가를 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생산성이 빠져버린 삶이라고 생각했던 이 시간이 이제는 다르게 느껴진다. 생산성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사람을 키운다'는 일을 하고 있다며 주부로 살아가는 나를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두렵다. 육아에 익숙해진 내가 혹시 사회로부터 너무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다시 사회로 복귀할 용기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이런 걱정은 여전히 존재한다.
100일 밖에 안 됐잖아
회복이 다 된 줄 알고, 운동을 다시 시작해보려 했다. 예전에 운동을 가르쳐주던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100일 밖에 안 됐잖아. 지금은 절대로 무리하면 안 돼. 괜찮아진 거 같아도 아직 아니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차" 싶었다. "나는 아직도 회복 중이구나, 몸도, 마음도, 삶도". 하루라도 빨리 임신 전처럼 운동하고 싶고,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가서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속담이 있고,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때'라는 말이 있듯 나에게 가장 알맞은 시기에 적당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기다려야 할 시간이고, 준비해야 할 계절임을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까지 해왔듯 작고 사소한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다. 엄마가 된 나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 그 길이 쉽진 않겠지만, 두려움보다는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걸어가고 싶다. 누구의 기준도 아닌 '나의 때'를 기다리며 나만의 걸음으로 천천히 나아가고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낯설지만 따뜻한 하루들.
엄마가 된 후에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씁니다.
육아와 나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엄마가 된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