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숨결

26년 2월 15일

by 글날 스케치MOON

촉촉한 단비가 내리던 제주 소길리, 여전히 그곳에는 그녀의 숨결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입구를 향해 걷는 제 시선에는 마치 누군가가 마중하며 뛰어나올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보슬거리는 빗소리 덕분에 그간 건조하던 제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시는것 같아요.

빗소리와 더불어 들려오는 산새소리까지 정겹게 들려오는 이곳은 누군가가 둥지를 틀고 살았던 보금자리였습니다.

현관을 들어서니 널찍한 창문과 시원시원하게 높은 천장, 짙은 우드톤의 거실과 따뜻한 벽난로가 먼저 저를 반겨주며 인사를 건냈습니다.

벽돌색이 잘 어울리는 벽난로에는 이 집의 전주인에게 전하던 온기를 지금도 여전히 품고 있었습니다.

벽난로 위에 놓여져 있는 이 집의 그림을 통해 주인이 얼마나 집을 아끼고 애정했는지를 엿볼수 있었습니다. 벽난로 아래에 놓여진 방석들을 바라보고있자니 이곳에 여전히 그녀가 머무르고 있다는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2층의 테라스에는 아침햇살이 가득했을 그 모습이 상상되었습니다. 만일 한가로운 오전시간 이곳에 따사로운 햇빛이 비춰진다면 그 햇살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층 계단에서 거실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는 그녀의 부군께서도 항상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었을것 같습니다.

제 시선 아래에 있는 저의 남편을 바라보니 그녀가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던 시선과 동일했을듯 합니다.


초록색 잔디와 나무색이 잘 어울리는 소길리 이집에서 그녀는 이토록 따뜻하고 정겨운 시간을 보내셨을듯 합니다. 원래 살고있었던 그 모습 그대로를 대부분 유지하고 있고, 야외 자쿠지도 여전히 그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어서 한겨울 다시한번 이곳을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더라구요.


나무벽에 기대고 앉아 잔디를 바라보며 텀블러에 담은 커피를 한잔 마십니다.

저의 짝꿍도 제 옆에 앉아 저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잠시 눈을 감고 있습니다.

잔디를 향하던 제 시선은 남편에게로 향하여 그를 다정하게 바라봅니다.

그녀도 저처럼 이런 다정한 눈빛으로 남편분을 따뜻하게 바라보았겠지요?


잠시 혼자서 집 주변을 거닐어 보다가 멀찍이서서 남편을 다시 바라보았는데, 멀찍이 저곳에 앉아있는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크게 의지가 됩니다.

남편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제가 소길리를 방문했던 날에는 봄이 더 깊어져 가는 봄비가 보슬보슬 내렸답니다.

눈을 감고서 빗소리에 집중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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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면서 이렇게 빗소리를 가만히 들어본적이 있었던가 싶어질만큼 빗소리가 아주 듣기 좋았습니다.

비가 내리는 이 곳에 앉아서 빗소리를 들어보니 잡스러운 생각이 사라지고 물방을이 터지는 소리에 오롯히 귀기울이게 됩니다.

이곳에 앉아서 바라보는 나무와 벤치, 잔디, 새소리는 제가 마치 숲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게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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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그녀의 공간과 그녀의 숨결을 그리워하며 이곳을 찾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소길리에 위치한 그녀의 집

여전히 그곳에는 그녀가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를 만날수 있었기에 더 많이 행복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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