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 다시 불려진 이름

— 다시, 나를 불러내는 아침

by 불망

이름표를 다시 다는 아침,

나는 또다시 ‘나’를 불러내야 한다.


잠시 잊고 싶던 이름을

또 아침마다 마주해야 하는 일.


떼어냈던 내 이름표를

유니폼에 조용히 다시 단다.


누군가의 주목을 받는 게 싫었던 내가,

가장 싫어하는 시간.


아침 회진이 시작되면

베드 위 이름표들이 하나둘 다시 불려진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의사들의 발소리가

복도를 따라 흐르고,


나는 그 뒤에서

기록지를 꼭 쥔 채

한 발자국 뒤늦게 따라간다.


환자들의 얼굴에는

하룻밤의 통증과 피로가 남아 있고,


의사들의 눈빛에는

짧은 냉정이 스친다.


그러나 입가의 웃음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내 마음에는

약간의 긴장과,


오늘도 버텨야 한다는

조용한 다짐이 머문다.


"선생님, 이 통증은

도대체 언제 나아져요?"

궁금한 눈으로 산모는 내게 묻는다.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나는

그 아픔을 온전히 다 헤아릴 순 없다.


말을 꺼낼 때마다

그 말이 위로가 될까,


아니면 또 다른 걱정을 남길까

늘 조심스럽지만,


결국 나는

축적된 데이터만

차분히 읊어줄 뿐이다.


밤 근무 때 보지 못했던 창가에

햇빛이 쏟아지고,


하얀 커튼이 살짝 흔들리며

투명한 수액 라인에 빛이 닿는다.


회진이 끝나면

방금 전까지 분주하던 발소리들이

한꺼번에 멈춘 듯 사라진다.


밤공기와는 다른

아침 공기.


누군가는 밝은 표정으로,

누군가는 밤새 못 잔 얼굴로

병동의 하루를 맞이한다.


트레이가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

프린트기가 돌아가는 소리,


간호사실 쪽에서

누군가 깔깔 웃는 소리,


그 사이로 스며드는

작은 잔기침들.


아침은 늘 조용하지만

이 조용함 속에서

차트를 넘기는 손길이 바빠진다.


식은 커피 한 모금을

다시 삼킨다.


이 맛이 낯설지 않다.

언제나 늘 이런 아침이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버티고 기록하고

또 기억한다.


이름표를 다시 뗄 시간.

하루가 다시, 또 흘러간다.


다시 불려진 이름.


그 이름으로

나는 또 하루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