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 꺼져야 살아남는 불

— 가지 않은 밤

by 불망

어떤 불씨 때문이었다.


한 번 스쳐간 빛이 있었다.
나는 그 빛을 따라 이 병원에 남았다.


열세 해 동안 같은 냄새를 따라 걸은 것도
결국은 그 때문.


오래전에 켜진 무엇 하나가
아직도 꺼지지 않는다.


어린 날—

나는 쥐불통을 돌리면 꺼져가던 불이 다시 살아난다고 믿었다.


돌리고 또 돌리면

어둠 속에서 빨간 불빛이 되살아났고,

그 빛이 살아나는 순간마다

마음 한쪽도 함께 깜박이며 살아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불빛 아래에서

그녀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살아나는 불과

꺼져버린 생명이

한밤 들판에서 서로 스치기만 한 채

다른 방향으로 갈라졌다.


시간이 지나

나는 전혀 다른 종류의 불 앞에 서게 됐다.


병원에서 마주한 불은

살아나면 안 되는 불이었다.

한 번 살아 오르면 누군가가 사라지는 불.

불이 꺼져야만

비로소 누군가의 숨이 붙어 있는 공간.


결국 어떤 불은 꺼져야만

누군가가 다시 살아난다는 걸,

나는… 병원에서 배웠다.


그 밤.

소방차 사이렌이 온 시내를 시끄럽게 메우고 있었다.

오랜만에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랑 도란도란

이야기 중이었는데,

그 소란스러운 사이렌 소리가 집 안 공기를 갈라놓았다.


창밖으로 소방차가 줄지어 달렸다.

휴대전화 화면에 붉은 글자가 번졌다.

심장이, 잠깐 멎었다가 떨어졌다.


병원에 불이 났다는 소식.


한참을 망설였다.

집과 가까운 병원으로 향해야 할까,

오랜만에 만난 엄마 곁을 지켜야 할까.


결국, 나는—

엄마를 선택했다.


다음날.

내 두 눈에 들어온 건

병원 곳곳을 검게 물들인 그을음이었다.


창문마다 탄 자국이 남아 있었고,

어제의 연기가 벽 사이에 여전히 배어 있는 것처럼

복도는 텁텁했다.


연기 속에서 산모들을 이끌었다던 선생님들은

목이 쉬어 거의 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말 한마디 건네도

숨을 한 번 삼키고 나서야 겨우 말을 잇곤 했다.


몇몇 직원들은

복도 한가운데 서서 허공만 멍하니 바라봤다.

마치 그날의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서 울리듯이.


그 모습을 보는데,

이건 뉴스 속 장면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견뎌낸 밤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누군가는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자리에 남아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이미 쉬어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그 사실이 병원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마지막 쥐불통을 돌리던 그날,

나는 불빛이 남긴 그림자를

아직도 지우지 못한다.


그래서였을까.

병원 화재 소식을 들었을 때,

오래전 그 불 냄새가

순간 코끝을 스쳤다.


혹시 또 누군가가

그 불 속에 사라지지 않을까—

숨이 잠시 멎을 만큼 두려웠지만,


다행히도 이번 불은

아무도 데려가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가

오래 남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