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나를 불러내는 아침
이름표를 다시 다는 아침,
나는 또다시 ‘나’를 불러내야 한다.
잠시 잊고 싶던 이름을
또 아침마다 마주해야 하는 일.
떼어냈던 내 이름표를
유니폼에 조용히 다시 단다.
누군가의 주목을 받는 게 싫었던 내가,
가장 싫어하는 시간.
아침 회진이 시작되면
베드 위 이름표들이 하나둘 다시 불려진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의사들의 발소리가
복도를 따라 흐르고,
나는 그 뒤에서
기록지를 꼭 쥔 채
한 발자국 뒤늦게 따라간다.
환자들의 얼굴에는
하룻밤의 통증과 피로가 남아 있고,
의사들의 눈빛에는
짧은 냉정이 스친다.
그러나 입가의 웃음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내 마음에는
약간의 긴장과,
오늘도 버텨야 한다는
조용한 다짐이 머문다.
"선생님, 이 통증은
도대체 언제 나아져요?"
궁금한 눈으로 산모는 내게 묻는다.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나는
그 아픔을 온전히 다 헤아릴 순 없다.
말을 꺼낼 때마다
그 말이 위로가 될까,
아니면 또 다른 걱정을 남길까
늘 조심스럽지만,
결국 나는
축적된 데이터만
차분히 읊어줄 뿐이다.
밤 근무 때 보지 못했던 창가에
햇빛이 쏟아지고,
하얀 커튼이 살짝 흔들리며
투명한 수액 라인에 빛이 닿는다.
회진이 끝나면
방금 전까지 분주하던 발소리들이
한꺼번에 멈춘 듯 사라진다.
밤공기와는 다른
아침 공기.
누군가는 밝은 표정으로,
누군가는 밤새 못 잔 얼굴로
병동의 하루를 맞이한다.
트레이가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
프린트기가 돌아가는 소리,
간호사실 쪽에서
누군가 깔깔 웃는 소리,
그 사이로 스며드는
작은 잔기침들.
아침은 늘 조용하지만
이 조용함 속에서
차트를 넘기는 손길이 바빠진다.
식은 커피 한 모금을
다시 삼킨다.
이 맛이 낯설지 않다.
언제나 늘 이런 아침이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버티고 기록하고
또 기억한다.
이름표를 다시 뗄 시간.
하루가 다시, 또 흘러간다.
다시 불려진 이름.
그 이름으로
나는 또 하루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