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 PCA는 또 울고 있다

— 건너지 못한 신호등 앞에서

by 불망

울고 있는 건

환자도, 나도 아닌

PCA뿐이다.


요즘 PCA는 큰 알람도 없다.


그저, 투명한 줄 사이로

보이지 않게 떨어지는 약방울이

조용히 울고 있을 뿐이다.


복도를 지나가다

PCA를 단 환자를 본다.


침상에 누운 채

눈을 감고 있다.


발걸음이 그 앞에서

괜히 멈춘다.


투명한 줄 끝에서

약방울이 떨어진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소리도 없이.


PCA는 또 울고 있다.


울고 있는 기계들 사이에서

나는 잠깐 숨을 놓친다.


미친 듯이 울려대는

콜벨과 전화벨.


내 핸드폰은

언제나 그랬듯 무음이다.


나는, 또 뛴다.


길고 지독한 밤이 지나면

아침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병동을 환하게 비춘다.


환자들은 통증을 버티며

새벽을 지나고,


나는 식은 커피 대신

수액 냄새로 하루를 시작한다.


누군가는 조금씩 회복하고,

누군가는 조용히 떠난다.


우리는 그 둘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서 있다.


“괜찮아요,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


그 말은

늘 내 쪽으로 먼저 돌아온다.


터덜터덜 걷는 퇴근길,


방금 떠오른 햇빛이

피곤한 눈앞에서

잠시 흔들린다.


무음이던 핸드폰에

조용히 볼륨을 올린다.


전화벨은 울리지 않는다.


이제 연락할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새벽을 버티는 일은

점점 나 혼자만의 몫이 되어간다.


거꾸로 흐르는 시계처럼

멈춰 있는 새벽 끝에 홀로 서 있다.


신호등은 아직 빨간색이다.


나는 그 자리에 아무 말 없이 멈춰 서서

애써 얼굴을 감춘다.


불이 바뀌자 신호등 건너편에서

사람들의 구두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온다.


나는 끝내 건너지 못했다.


출근길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고,

울림이 모두 가라앉은 이 새벽 끝에서,


또 한 번의 밤이

조용히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