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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못할 소리지만, 사랑합니다.

치킨도 효도

by 글짓는 날때

“이제 와서 내가 뭘 바라겠냐. 그냥 너 결혼해서 너 닮은 자식 낳고 사는 거 보는 거, 그거 하나지”


“와, 그게 엄마가 아들한테 할 소리야?”


“왜! 남들 다하고 사는 거 그거 하라는 게 못할 소리냐?”


“나 닮은 자식 낳고 살라며. 아니 엄마가 키워봤으면서 그래? 나는 그렇다 처도 누군지 모를 그 여자는 무슨 죄야. 당신 자식이라고 너무하네.”


“그게 키워준 엄마한테 할 소리야?”


“키워봐서 아는 양반이 아들한테 할 소리야.”




어머니, 전 이미 틀렸습니다. 돌아가실 때까지 잘 모시고 살겠습니다.

결혼 안 하고 혼자 사는 게 큰 불효라고도 하는데요.

저는 제가 잘 압니다.

엄마 아들 귀하듯이 남의 집 딸내미도 귀한 자식입니다.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저 닮은 자식 낳아서 제가 고생하는 것도 싫고요.

키워봐서 아시잖아요. 어휴… 징글징글합니다.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간만에 통닭 한 마리 시켜서 맥주나 한잔 하시죠.

국물 닭발도 같이 시키겠습니다.

전, 이게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달게 드시죠. 어머니.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만나는 친구들 보면 그렇게 이상한 애는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모르겠다.


“오빠? 이해하려고 하지 마. 하는 김에 나도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나도 내 새끼들 키워보니 알겠더라고. 자식 이해하려고 하는 거 죽어도 못해. 엄마가 맨날 얘기하는 거 있잖아. 기껏 키워놨더니 지들 잘나서 큰 줄 안다고, 니들을 내가 어떻게 키웠는지 아냐고 맨날 묻잖아.. 절대 몰라. 그냥 큰 것 같아. 그러니까 엄마도 모르고 살아. 오빠 회사 그만뒀다며, 오십 더 넣었어. 오빠 오면 괜히 눈치 주지 말고.”


딸내미도 마찬가지다. 이것들 키워봤자 지들만 잘났다.

딸년은 효도를 돈으로 하고 아들놈은 효도를 치킨으로 하려고 한다.


그래도 지 아빠 병수발하고 사람 같지도 않은 노인네들 제사 때마다 찾아가는 거 보면 정 못주고 키운 거에 비해 잘 큰 것도 같아 다행이기도 한데, 꼬락서니가 만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결혼할 생각은 영 없어 보인다.

한편으론 하는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니라 이해 못 하는 건 아닌데 어미한테 할 소리가 따로 있고 지가 잘하면 되지 왜 고생시킬 생각부터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닭 왔어. 닭 먹어.”


“아니, 나가야 돼.”


“닭에다 맥주 한잔 하자매~. 먹고 자고 가.”


“호철이 오래간만에 올라와서 애들 모였데, 야구 보자고 연락 왔어”


“집에서 봐, 애들 오라고 해. 닭은 두 마리나 시켜놓고 어쩌라고.”


“뭔 야구를 집에서 보라고 그래. 그러는 거 아니야. 경우가 있지.”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전화해. 기껏해야 제육일 거 아냐. 포장해서 오라고 그래.”


“어, 난데. 니들 간만에 효도 좀 해야겠다.”




애는 착한 것 같다.

그러면 된 것 같기도 한데, 이해하기는 여전히 힘들다.

지가 결혼하고 애 낳고 살다 보면 어미 마음은 이해할 것 같은데.

내배에서 나온 새끼지만 이해하긴 힘들다.


니 아빠 고생하고 살다가 그렇게 가는 거 보니까 사는 거 별거 없더라.

니 잘난 맛으로 니 마음 가는 대로 살아라.

그리고 회사 그만둔 건 니 사정이고 생활비는 매달 15일이다.

나도 생활이 있으니 늦지 않게 입금 바란다.




epil.

오랜만에 치킨에 닭발 사서 어머니랑 맥주 한잔 해야겠습니다.

생활비는 늦지 않게 입금 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이 글 역시 어머니가 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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