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글을 짓고 싶답니다.
나 자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꾸미거나 치장하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 멋을 낼 줄도 모르고 당연히 멋있지도 않다.
다른 이들처럼 여행도 취미도 인생도 그다지 특별할 게 없으며, 있어본 적이 없어 버는 방법을 알려줄 지식도 없고 가진 게 없어 지키는 방법을 알려 줄 수도 없다.
존경을 받거나 인생의 지표로 삼을 만큼 성공한 삶을 산 것도 아니어서 누구를 독려하거나 응원하는 글을 짓기도 힘들다.
그나마 밝진 않지만 모나지 않은 성격과 정 없다는 소리는 듣지만 측은지심은 있는 정도, 어지간하면 참지만 엔간히 하라고 소리는 지를 정도의 용기와 남들 피해 안 주고 창피하지 않게 직장 생활했다는 정도다.
딱 이 정도의 인간이 어떤 글을 지을 수 있을까?
딱 이 정도의 인간도 좋은 글을 지을 수 있을까?
아직 글을 잘 지어본 적이 없다. 앞으로 내가 지을 글이 재밌는 글일지, 좋은 글일지, 어떤 글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글이라도 짓고 싶은 마음에 공들여 나를 모으고 정성 들여 주변을 돌아보니 많은 계절들 속의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제법 근사하게 보였다.
여전히 좋고 아직도 밉다. 많이 사랑했고 많이 사과한 것 같다.
그리고 무던하게 애쓴 나도 보였다.
여전히 주위엔 내게 좋은 사람들과 그들에게 좋은 내가 있다.
딱 이 정도의 나라면 위로가 되고 안부가 되는 정도의 글은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감당 가능한 아픔, 평범한 즐거움, 유난스럽지 않은 행복, 공감 가능한 못됨 정도의 글이 될 것 같다.
내가 짓는 글이 조금 아픈 글이 되면
“마냥 즐겁게 어떻게 살아. 다 그렇게 사는 거지. 사는 거 다 비슷합디다 이 양반아.”
하면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짓는 글이 조금 기쁜 글이 되면
“그렇지 마냥 슬퍼서 어떻게 살아. 이런 기쁨이라도 있어야 사는 거지, 은근히 재밌는 양반이네”
하면서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짓는 글이 조금 못된 글이 되면
“솔직히 부모욕, 자식욕, 형제욕 한 번씩도 하고 남 탔도 하고 사는 거지 은근 유난이네"
하면서 공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음. 한마디로 말하자면 내편이 되어주는 기분이 드는 따뜻한 글을 짓고 싶다.
글을 짓기로 한 나의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