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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있었고, 돌아보면 있는 사람들

내 친구들

by 글짓는 날때

“야이 정신 나간 인간아. 회사 때려쳤담서.”


“사장이 그지 같았데, 제 그만두고 얼마 있다가 망했다더라. 해튼 감은... 기가 막혀 아주.”


"눈치로 버틴 직장생활이다. 이번엔 실패했어. 잘못 생각했어. 좀 편하게 직장 생활하려고 연봉도 포기하고 들어간 회산데 망조가 보이기 시작하더라. 이제 갓 시작한 주제에 물어다준 프로젝트나 잘할 것이지. 뭔 AI를 하겠다고…”


“그래서 요즘 뭐 하는데?”


“니 뭐 쓴다며. 다 썼냐?”


"쓰는 일에 끝이 있겠냐. 꾸준히 쓰는 거지"


“지랄한다. 아주 작가 나셨어.”


“그래, 뭐라도 해라. 그나저나 엄니가 걱정이시겠네. 뭐라 안 하셔?”


“딱 한마디 하시더라. 생활비만 제날짜에 보내래.”


“한잔 해. 아니 그래서 뭘 쓰는데… 뭐 쓰면 돈이 되긴 해? 뭐 책방 가면 있는 거야?”


“너님들 팔아서 글쓴다. 뭐. 책방 가서 있으면 한 권씩 사주게?”


“…”


"친구야… 야구 끝나면 10시야. 자야지. 뭔 책을..."


"수요일만 조심하면 한 권 정도는 사줄지도"


"수요일은 왜?"


"재활용 버려야 돼"


사실을 말하자면 만에 하나라도 나의 이름으로 된 출판물이 나온다면,

한놈은 자기네 버스회사 기사님 수만큼 구매해서 돌릴 것이다.

한놈은 제수씨한테 '날때 새끼 책냈데, 아파트 부녀회 수만 큼 사 왔어. 돌려!' 할 것이다.

한놈은 매년 찍는 자기 회사 다이어리와 함께 내 책을 함께 배포할 녀석이다.

한놈은 뭐 컵라면 뚜껑으로 쓰겠지만, 항상 부르면 와서 제육을 함께 하는 친구니 예외로 하자.


이 가족 같은 친구들을 고등학교 때 만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엔 진로도 직업도 사는 지역도 다르지만 몇십 년을 꼬박 만나고 있다.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야구 좋아하고(보는 것만), 술 좋아하고, 제육볶음을 좋아한다 정도다.

고등학교 때의 나와 친구들은 잘 나가는 [나의 고등학교 때는 일진이란 단어는 없었다. 그냥 뭐 운동 좀 잘하고 잘 아울리고 아니면 운동부다 또는 밴드부다 또는 좀 많이 잘생겼다. 그런데 공부도 잘한다. 그런데 애가 성격도 좋다 정도] 부류는 아니었지만 소위 잘 나간다는 애들과 꽤 가까웠다고 할까. 이상하게 친했다고 할까.


“오! 날때쓰~ 오랜만! 조만간 한게임?”,

“(누구냐 넌!) 아. 오랜만, 나야 뭐 언제든 좋지!”

이 정도의 느낌?


아무튼 이 친구들과는 의도치 않은 곳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자주 마주치게 되었다.

특별하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아닌데 학교에서 운영하는 진학반에 뽑혀서 갔다가,

“니가 왜 여기에?"


잘생기진 않았는데 불쾌감을 주는 정도는 아니어서 미팅 땜빵 나갔다가,

“넌 또 왜 여기에?"


전투력도 없는데 괜한 운동부 싸움에 불려 나가서 몸빵 하다가,

“니들이 왜 여기에?”


이 정도의 질문을 서로 하게 되었고 본의 아니게 의도치 않은 곳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자주 마주치다 보니 지금까지 만나고 있다. 여전히 무난하고 모난 곳 없이 눈에 띄지 않게 제육과 소주를 함께 나누며 각자의 계절 속에서 계절을 공유하며 야구를 보고 있다. 감사한 친구들이다.


아무튼 친구야, 난 네가 노선 많은 큰 버스회사로 옮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친구야, 제수씨가 답답해 하더라 대단지 아파트로 이사 갔으면 좋겠데.

잠깐만 친구야, 아니, 김대표! 올해는 거래처 확보 좀 더 해야지.

그리고 친구야, 안 서운해할 테니 넌 장가 좀 가라.




“어, 잠깐만 전화 왔다.”


“누군데? 여 다 있는데 뭔 전화? 야이씨. 이 새끼 여자 생겼냐?”


“여자겠냐. 춘승씨 아녀?”


“어. 맞아. 오징어 물회 쏜다고 넘어 오래. 간다."


“야이씨. 갑자기?”


“야구도 끝났는데 뭐. 담에 봐, 책 나오면 한 권씩 사고.”


“오징어 물회란다. 가라. 안부 전하고.”




epil.1

이 이야기는 실제 대화를 바탕으로 제구성 되었습니다.

epil.2

어머니의 말씀은 실제와 다르게 많은 부분 편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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